▲ 지역상공인, 도시계획전문가 등이 지난 16일 난개발 토론회에서 평균경사도 완화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 ‘난개발종합대책 토론회’ 개최
인제대 “개별공장 영향 제한적 기존 개발지 정비 우선시해야”



속보=김해시의회 박정규(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평균 경사도 11도 미만'으로 제한한 '김해시 도시계획 조례'의 변경을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김해뉴스> 11월 30일자 6면 보도), 평균 경사도를 완화하지 않더라도 산업단지를 통해 공장부지를 확보할 수 있으며, 평균 경사도 조정보다는 난개발지 정비가 더 시급하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김해시는 지난 16일 김해의생명센터에서 '김해시 난개발정비종합대책 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연구용역을 담당한 인제대 산학협력단과 김해시 공무원, 김해시의원, 김해상공회의소 및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가했다.
 
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김명학 교수는 김해시의 의뢰로 인제대 산학협력단에서 지난 6월부터 진행한 '난개발 정비 종합대책 수립 용역' 가운데 '김해시 경사도 기준평가 및 개발 가용지 분석'을 주제발표했다.
 
김 교수는 "김해 전역에 중소기업이 난립하고 불법행위가 만연하면서 난개발 문제가 생겼다. 특히 경사도 25도 이하 관리지역 내의 공장허가 때문에 무분별한 개발행위가 발생했다.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한)인프라 부족은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성장 지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평균 경사도 11도 제한 조례를 본격적으로 적용한 2011년 이후에도 매년 250개 이상의 개별공장이 등록했다. (공장 설립)면적은 다소 준 반면 비도시지역의 개별공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공장입지를 검토할 때 평균 경사도 11도 조례는 중요한 인자이지만, 실제 개별공장 설립에는 제한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평균 경사도 11도 제한을 적용하더라도 시가 산정한 신규개발 가능 면적 8.01㎢는 과거 건설된 김해 전체 공장부지 면적(16.674㎢)의 50%에 해당한다. 평균 경사도 11도 조례를 완화하지 않더라도 계획입지(산업단지)를 통한 공장부지 확보와 잔여부지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사도 조정보다는 기존 개발지 정비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현행 조례에서 1.5배까지 공장부지를 확장하도록 허용한 제한을 완화해 준공 3년이 지난 공장의 경우 부지를 두 배까지 확장하도록 기준을 현실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행 조례에 '개발이 진행된 지역에 둘러싸여 보전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는 토지'의 경우 개발을 허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나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 3면이 개발되고 외부경계의 70%가 개발지인 경우, 3만㎡ 미만 계획관리지역이나 1만㎡ 자연녹지지역에 한해 공장설립 허용 △도로, 철로 등의 건설로 발생한 절개사면 토지의 경우, 개발 후 평탄지가 될 수 있으면 개발 허용(최저표고 기준 50m 이내) 등을 '보전가치가 낮은 토지'의 판단기준으로 제시했다.


김해상의 “증축 땐 제한 해소”… 박재현 교수 “녹지 축소·환경 악화 귀결”

김 교수의 발표에 이어 토론이 시작되자 평균 경사도 완화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박정규 시의원은 "공장 설립이 쉽도록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 많다. 설계사무소, 부동산 등 공장 설립과 관련된 사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평균 경사도 제한을 완화하지 않으면 60만, 100만 도시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해상공회의소 박정운 수석부회장은 "공장 설립과 관련한 민원이 많아 김해상공회의소가 시에 세 번이나 청원을 했다. 사업자 처지에서 평균 경사도 11도 제한은 부담이 크다. 증축을 할 때 예외적으로 제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부분적으로 공장 설립 기준을 완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강을규 운영위원은 "경사도를 강화했는데도 불구하고 개별공장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농공단지 등 산업단지들이 개발되면서 작은 야산들이 많이 훼손됐다. 산업단지가 환경을 훼손했으니 개발공장 설립요건도 완화하자는 주장은 '이미 한 곳에 불이 났으니 사방에 불을 질러도 괜찮다는 논리' 밖에 안 된다. 최근 4년 동안 삼림 130만 평이 사라진 상황에서 환경적인 요인을 고려해 공장설립 기준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박재현 교수는 "공장 설립 기준을 완화하면 과도한 녹지면적 축소와 환경 악화로 귀결된다. 기반시설 없이 공장이 들어서면서 교통, 수질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시 재정이 투입되는 악순환이 초래된다"면서 "이번 난개발 대책은 경사도를 완화하지 않는 조건에서 개선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공장 확장 조건을 완화한다고 하면 현행처럼 1.5배가 적절한지 2배, 3배가 좋은지 등 상세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시도시계획위원회 이종식(전 양산대 교수) 위원장은 "이번 산학협력단 보고서를 보면 아직 시의 개발면적이 충분히 남아 있고, 평균 경사도 11도 제한이 공장 설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행정심판 등 공장 인·허가와 관련한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선 공장 설립 심의규정을 명확하게 세우고 기반시설 관련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도로 폭 등 기반시설 기준을 상세하게 제시해 무분별한 개별공장의 입지를 막고, 기준을 충족하는 공장 설립은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상열 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난개발은 환경 훼손뿐만 아니라 경관 훼손도 일으킨다. 전국의 연구자들이 난개발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김해를 방문하는 이유는 난개발의 결과가 바로 눈에 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해에 공장 유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개별공장, 산업단지로 흥했던 도시들이 경기변화 등으로 망했던 사례가 많다. 공장설립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민원을 무조건 수용할 경우, 미래에 부정적인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생산활동을 100% 영위하는 공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투기목적으로 만들어 방치한 공장은 없는지 등 기존공장의 운영부터 먼저 정밀하게 실태조사해야 공장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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