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이 밀집한 내삼리 내삼마을 뒷동산 너머에서 주촌선천지구 아파트단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02년 집중폭우로 인명피해 산사태
무분별한 개발 후유증 생생한 교훈

참사 이후에도 연이어 경사지 공장
‘체계적 관리’ 외친 시, 난개발만 조장
예산 모자라 도로 건설 “없던 일로”

주민-기업, 오·폐수 방출 숨바꼭질
밤 늦게 돌아가는 기계 소음도 심각

 
 

▲ 주민들이 얼마 남지 않은 마을 텃밭에서 파를 거두고 있다.

2002년 8월, 닷새 동안 474㎜의 집중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주촌면 내삼농공단지와 인근 9개 업체가 매몰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인근 업체에서 일했던 A 씨는 "피해 공장 뒤편 사면은 모래 산이었다. 산사태를 막을 안전장치는 없었다. 쓸려 내려오는 엄청난 모래와 흙더미를 피하느라 다리가 부러진 사람도 있었다. 매몰됐던 한 직원의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다"며 14년 전의 참사를 안타까워했다.
 
김해시는 2003~2005년 242억 원을 들여 복구공사를 진행했다. 당시 산사태가 났던 곳에는 100여 평 남짓한 주차장과 족구장이 조성돼 있다. '내삼 농공단지 산사태 항구복구공사' 준공 표지판도 서 있다. 당시 참사는 내삼리 원주민, 기업 관계자 모두 잊지 못하는 아픈 기억이다. 무분별한 개발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교훈인 셈이다.

하지만 참사 이후에도 내삼리에는 수많은 공장들이 들어섰다. 20도 이상의 경사지에 들어선 공장도 더러 있다. 지반을 안정시킬 수 있는 철심을 박았고, 옹벽·보강토·석축 등으로 기초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들 한다.
 
내삼리에는 공식적으로 자가공장 292곳, 임대공장 120곳이 등록돼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오래 장사한 상인이나 원주민들은 "임대공장 한 곳에 소규모 공장 3~4개가 입주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공장이 1000개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공장이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시가 2001~2004년 단계별로 내삼리를 '공업지역', '준공업지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내삼리는 지방도 1042호선과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남해고속도로와도 가까워 개발 압력이 컸기 때문에 시는 이곳을 공업지역으로 관리하려고 한 것이다.

시 도시관리국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사상공단 철거 등 때문에 부산 기업들이 김해로 많이 넘어왔다. 기업들을 통제하기 어려웠다. 관리가 용이하도록 공장들을 집단화시키려고 개발 압력이 높은 지역은 공업지역 등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장입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던 시의 구상은 이후 10년 넘는 기간 동안 실천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삼리를 송두리째 '난개발 공장지대'로 바꿔놓았다.
 
당초 계획했던 도시계획도로는 조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교통난을 일으켰다. 주택과 인접한 곳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소음, 분진, 유해물질 때문에 원주민들이 고통받는 게 일상이 됐다.

▲ 한 어르신이 낡은 유모차에 의지해 내삼천 옆 도로를 지나고 있다.

중소형 공장들이 밀집한 마을 안 도로는 마주 오는 차량 두 대가 지나는 교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준)공업지구로 지정했을 때 도시계획에는 도로 선이 그어져 있지만, 예산이 없어 실제 건설로 이어진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과 공장주, 상가 상인 모두 시에서 도로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내삼마을의 한 상인은 "장유의 롯데아울렛은 만들기도 전에 시가 넓은 도로를 닦아줬다. 내삼리에는 10년 넘게 수많은 공장이 밀집하면서 도로 문제가 심각한데도 도로 신설이나 확장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한 재활용업체 앞에 가득 쌓인 철제 찌꺼기.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도금, 도장, 재활용, 유화 등 흔히 '공해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의 공장들이 들어설 수 있게 된 것도 주민들의 생활을 열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오·폐수 무단 방류, 화학물질 배출을 둘러싸고 이를 숨기려는 공장주와 원인을 밝히려는 원주민들이 빚는 갈등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내삼마을의 한 주민은 "시 환경과에 신고를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신고하면 당장은 잠잠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배출을 한다"고 말했다.
 
소음은 심각한 수준이다. 오후 8~9시까지 가동하는 공장이 많아 주민들은 하루 종일 기계소음에 시달린다.

▲ 주택 바로 뒤에 들어선 공장.

(준)공업지역 지정으로 땅값 상승 기대감을 가진 주민들도 있었다. 실제로 돈을 벌어 외지로 이사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임대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개발이익의 대부분은 다른 곳의 지주, 부동산 업자 등 외지인들이 챙겨갔다는 게 주민들의 불만이다. 하봉호 내삼마을 이장은 "(준)공업지역 지정 당시 시는 주민들에게 수도, 도로 등이 좋아진다고 장점만 설명했다. 도로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소음, 분진, 악취 때문에 사람이 살기 힘들 정도란 사실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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