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란 침, 위산, 쓸개즙처럼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화효소로는 소화할 수 없는 식품들을 말한다. 식이섬유는 녹지 않으니 흡수도 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돼 버린다. 소화와 흡수가 되지 않으니 영양소로서의 가치는 없다. 또한 열량도 없기 때문에 에너지원으로도 사용되지 않는다. 식이섬유는 물에 녹는 가용성과 잘 녹지 않는 난용성 식이섬유로 나뉘어진다.
 
에너지도 없고 영양소도 없지만 식이섬유는 마치 수세미처럼 몸 속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주로 식물세포의 세포벽 또는 식물종자의 껍질 부위에 분포하며, 과일과 채소 그리고 해조류 등에 특히 많이 함유되어 있다.
 
1970년대 초 섬유질을 적게 섭취하는 사람에게 대장암을 비롯해 심장병·당뇨병같은 성인병이 많다는 학설이 발표되면서 섬유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섬유질은 위장에 오래 머무르면서 포만감을 주고 공복감을 덜 느끼게 한다. 음식물의 흡수를 더디게 해 콜레스테롤을 걸러낸다. 따라서 비만, 고지혈증에 효과가 있고 장 내에서 식염과 결합하여 몸 밖으로 배출되므로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 또 대장의 운동을 촉진시켜 변이 내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짧게 하고 배변량을 증가시킨다. 배변이 원활해지므로 변비에 효과적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 와서는 5대 영양소인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비타민에 이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제6의 영양소'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식이섬유의 과다 섭취도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 식이섬유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가스 생산, 복부 팽만감, 복통의 유발 또는 악화, 비타민·미네랄·단백질의 흡수 저해 등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저하·대장기능 개선·비만 예방 등의 유용한 기능성이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과량 섭취에 따른 설사·구토·복부 팽만 등의 부작용 문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한창 자라는 어린이가 식이섬유를 과다 섭취하면 칼슘 같은 중요 영양소의 체내 흡수가 줄어 키가 덜 자라는 등 성장 장애와 설사·복부 팽만 등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요컨대, 식이섬유의 청소 능력과 흡착력은 나쁜 성분만을 흡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꼭 필요한 철분이나 칼슘 등 주요 무기질까지도 함께 흡착해 배설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체질적 특징과 연령에 맞는 식이섬유 섭취의 적절량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같은 기능의 오장육부를 가진 척추동물들의 내장 구조를 비교해보면 식이섬유 섭취의 양을 가늠해 볼만하다. 초식동물들은 장의 길이가 대체로 10m가 넘는 반면 육식동물들의 장은 1~2mM 정도밖에 안 된다. 인간의 장의 길이 또한 유목민들에 비해 농경민들의 장의 길이가 훨씬 길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식이섬유의 섭취가 적을수록 장의 길이가 짧고 식이섬유 섭취가 많을수록 장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인의 적절한 식이섬유 섭취량은 하루 27~40g이다. 장이 미성숙되고 영양소의 흡수가 많이 필요한 18세 이하의 성장기에는 하루 10~15g의 섬유소 섭취가 적당하다. 노년기가 되면 장이 무력해지고 영양의 흡수율도 낮아지므로 하루 20~25g이 적당하다.
 
장의 각종 수술로 인해 그 길이가 짧아졌을 때도 역시 섬유질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체질에 따라서도 장이 짧은 목·토체질은 식이섬유의 과다섭취를 줄이고 장이 대체로 발달한 금·수체질은 식이섬유의 섭취를 늘여야겠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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