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성 30·독자·장유 부곡동.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앞에서는 한 할아버지가 종이상자에 병아리 수 십마리를 넣어놓고 팔았다.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병아리가 든 봉지 하나씩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귀여운 병아리에 빠져 한 마리를 산 적이 있었다. 직접 병아리 집을 만들고 좁쌀과 물을 조심스럽게 담아 놓기도 했다. 병아리를 돌보는 기쁨에 학교를 마치자마자 쪼르르 집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병아리는 일주일을 못 버티고 내 곁을 떠났다. 나는 소중한 친구를 잃은 것처럼 한동안 슬픔에 빠졌다.
 
요즘 TV와 신문에는 AI(조류독감) 방역을 위해 오리와 닭 등 가금류 2000만 마리가 자루에 담겨 생매장당하고 있는 장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마치 독일 나치정권 시절 저질러진 유대인 학살이 오리와 닭에게 자행되고 있는 듯하다.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는 오리와 닭을 볼 때면 초등학교 때 죽어버린 병아리 생각에 안타까움이 절로 든다.
 
AI의 전국 확산은 야생철새도, 닭과 오리의 잘못도 아니다. '1인 1치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양의 닭과 오리를 먹는 사람의 탓이 아닐까. 고기 소비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식 사육이 도입되면서 닭은 항생제를 맞고 사료를 먹어가며 겨우 6개월의 삶을 살아간다. 결국 공장식 사육 환경이 면역력 약화를 초래하면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AI 피해는 우리 식탁까지 덮쳤다. 대형매장에서는 계란 값을 연일 올리고 있다. 대전의 한 매장에서는 30개 들이 한 판이 1만 원에 팔린다는 기사도 나왔다. 우리의 탐욕과 무분별한 고기 소비 습관이 AI라는 화살로 돌아온 것이 아닐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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