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태국 출신 이주민들이 춤을 추고 있다.


매년 참석자 늘어 내동 휴앤락서 진행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 등 대거 참석
만찬 즐긴 후 전통의상 입고 무대 올라

다국적 팀, 필리핀 가요 맞춰 댄스 공연
외사계 경찰도 중국 노래 부르며 화합
결혼이주여성 모녀 함께 출연 ‘큰 박수’



김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중에는 기후가 따뜻한 나라에서 온 사람이 많다. 한국의 겨울 날씨가 추울수록 낯선 나라에 홀로 나와 있는 이들 이주민들의 마음은 한층 썰렁해 진다.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온기를 나누는 행사가 열렸다.
 
김해중부경찰서(서장 김상구)와 외사자문협력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내동 휴앤락 6층 메르시앙 웨딩홀과 라 페스타 뷔페에서 '다문화가족 위드(with) 페스티벌'을 열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다문화 위드 페스티벌은 각 나라의 문화를 보여주는 장기자랑을 통해 나라의 경계를 넘어 서로 화합하는 행사였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행사의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까지는 김해중부경찰서 대강당에 간이무대를 설치해 진행했지만, 참석자가 늘어나자 올해부터는 휴앤락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보다 풍성해진 공간과 먹을거리에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 일본 출신 이주민들이 트로트에 맞춰 북을 치고 있다.

오후 6시 참석자들은 라 페스타 뷔페에서 만찬을 즐겼다. 부모, 자녀들이 함께 참석한 다문화가정에서부터 동료, 친구들끼리 함께 온 이주노동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급히 식사를 마무리하고 건물 복도에서 연습에 열중했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복장을 한 이들의 얼굴에는 걱정보다 설렘이 가득했다. 남성 2명, 여성 2명으로 구성된 태국팀은 빨간 립스틱과 인조 속눈썹으로 짙게 화장을 하고 반짝이는 전통의상으로 한껏 뽐을 냈다. 화려한 태국 전통의상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섬세한 동작을 맞추어 나갔다.
 
오랜만에 고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이주민들이 많아 전통의상이 얇았지만 누구도 추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함께 사진을 찍으며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오후 7시 30분, 참석자들은 메르시앙 웨딩홀로 자리를 옮겼다. 원탁에는 필리핀, 중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나라별 팻말이 놓여 있었다. 이주민들은 한글로 적힌 고향의 이름을 확인한 뒤 자리를 잡았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레이디스 앤드 젠틀맨." 김해중부경찰서 외사계 허출 계장이 영어, 중국어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중국 이주민들은 허 계장이 유창한 중국어로 인사를 건네자 큰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허 계장은 "추운 날씨 때문에 따뜻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이 못 올까 봐 걱정했다. 이렇게 많이 모여서 고맙다. 해외여행을 왔다고 생각하고 각 나라의 공연을 즐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공연에 앞서 자녀 4명과 1명을 홀로 키우고 있는 우즈베키스탄과 중국 결혼 이주민에게 격려금을 전달했다. 참석자들은 낯선 곳에서 꿋꿋이 자녀를 키우며 생활하는 두 여성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 곱게 전통의상을 차려 입은 인도네시아 결혼이주여성들. 전통춤을 추는 몽골 이주민(사진 위로부터).

매년 행사 때마다 자리를 빛내는 댄스팀 '리틀자이언츠'의 공연이 펼쳐졌다. 원래 어린이댄스팀이었지만, 행사가 6회를 거듭하는 사이 팀 단원들은 고등학생으로 성장했다. 앙증맞은 댄스로 예쁨을 받았던 어린이들은 이제 걸그룹의 노래에 맞춰 한층 여성스러운 무대로 관객들의 환호성을 유도했다.
 
각국 이주민들이 준비한 무대가 시작됐다. 첫 공연은 일본팀 몫이었다. 지난해에 김해의 첫 외국인 통장으로 임명된 오오시마 기요미(51) 씨가 북채를 쥐고 우리나라 트로트 가요인 '뿐이고'에 따라 북을 두드렸다. 다른 일본인 4명은 백댄서처럼 리듬에 따라 춤을 췄다. 전문적인 난타 공연이 아니라 간단한 동작으로 꾸민 무대였지만 북을 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밝은 표정으로 공연에 몰입했다.
 
두 번째 공연은 필리핀, 중국, 한국 등 세 나라가 섞인, 그야말로 '어울러진' 팀이었다. 이주민통역봉사단을 하며 만난 다국적 팀이었다. 외사협력자문위원회 이소현 사무국장도 함께 참여했다. 37세부터 50세 초반까지 모두 '한국의 아줌마'들이었지만 무대에서만큼은 세월을 잊은 열정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중국 가요와 필리핀 가요에 맞춰 신나는 댄스 무대를 펼쳤다. 동작이 빠르고 복잡해서 가끔 실수도 있었지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어 관객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받았다. 제시카 토랄바(38·필리핀) 씨는 "다문화 행사니까 한 나라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섞이면 어떨까 해서 공연을 준비했다. 좋은 사례를 만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허출 계장은 중국 이주민과 함께 중국 가요를 부르며 '어울림'을 직접 실천했다. 참가자들은 평소 이주민들을 살뜰히 챙기는 경찰들에게 고맙다는 의미를 담아 허 계장의 공연에 큰 박수를 보냈다.
 
필리핀팀의 공연도 돋보였다. 결혼 이주여성으로 이뤄진 이들은 매년 자녀와 함께 공연을 펄쳤다. 먼저 레이스가 달린 여성스러운 드레스로 단장한 '엄마'들이 흰색 모자를 이용한 필리핀 춤을 선보였다. 이어 이들의 딸인 이지현(14) 양과 김지우(14) 양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작은 체구지만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시선을 모았다. 딸의 노래에 엄마들은 행복한 얼굴로 박수를 치며 리듬을 맞췄다.
 
무대에 오른 자클린 라모스(47) 씨는 "첫 해부터 매년 딸들과 함께 공연했다"고 말했다. 이지현 양은 "매번 공연을 준비하며 엄마와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과거에는 엄마가 외국인이라서 창피했던 적도 있었다. 이렇게 함께 무대에 서는 게 그런 마음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의상이 가장 화려했던 태국팀은 등장할 때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유일하게 미혼 혼성팀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곱게 화장을 한 남성들은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미모를 뽐냈다. 이들은 간드러지는 태국 음악에 맞춰 공연을 시작했다. 온화한 얼굴 표정과 섬세한 손끝 동작까지 프로 못지않은 실력이었다. 살랑살랑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지는 음악과 춤 동작에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휴양지에 온 듯한 분위기가 풍겼다. 성공적인 무대를 마친 자카 섯생이(32) 씨는 "한국에 일을 하러 와서 알게 된 친구들로 댄스팀을 꾸렸다. 위드 페스티벌에는 처음 참여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태국 문화를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릴리스(36), 김야리(37), 박현아(40) 씨 등 결혼이주여성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팀 역시 화려한 의상을 입고 인도네시아 전통 춤을 췄다. 박 씨는 "2013년부터 매년 행사에 참여해 왔다. 행사가 열릴 때마다 다문화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나라의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로만 이뤄진 팀도 있었다. 댄스학원에 다닌다는 중국 결혼이주여성의 자녀 한초원(13) 양과 김지민(12) 양은 최신 유행하는 걸그룹의 노래에 맞게 파워풀한 춤을 선보였다. 김 양은 "엄마가 한 번 나가보라고 해서 처음 무대에 서게 됐다. 많이 떨렸지만 재미있었다. 행사에 참여해 다른 나라 춤을 알게 돼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올해 여섯 번째를 맞은 다문화가족 위드페스티벌은 모두가 새해에는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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