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춤,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김해의 문화예술 동아리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풀뿌리 문화예술을 장려함으로써 김해의 동호인 및 전문 문화예술이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아반도니 회원들이 연습 도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07년 창립 올해 10주년 맞아
시민 30명 가입해 흥동서 연습
요양병원 방문 재능기부 활동도


흥동의 겨울 논 사이에 우뚝 솟은 건물 한 채가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노래방에서 봄직한 조명 아래에서 황금빛 색소폰 연주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귀에 익은 트로트 가락이 색소폰의 중후하고 낮은 소리에 담겨 사무실 문을 지나 논두렁을 넘어 멀리까지 퍼진다. 공연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인 색소폰동아리 '아반도니'의 연습실 풍경이다.
 
"색소폰 연주가 어떤가요?" 아반도니의 김성삼(57) 사무국장이 인사 대신 연주 평을 묻는다. "멋졌지만 숨이 차 보인다"고 대답하자, 그는 "그럼 안 되는데…. 연습을 더 해야겠다"며 색소폰을 다시 입에 문다.
 
아반도니는 2007년 4월 창립했다. 올해로 모임을 만든 지 10년이다. 동아리는 색소폰 연주의 열망으로 가득했던 6명의 의지에서 시작했다. 창립 회원인 김경출(57) 회장은 "9년 전 김해대 평생교육원에서 색소폰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모여 아반도니를 만들었다. 아반도니는 '우리 다 같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색소폰을 함께 연주하고 싶은 시민 30명이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색소폰은 소리가 크기 때문에 연습할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 회원들은 아반도니에 가입하기 전에는 저마다의 공간에서  연습했다. 김 사무국장은 "연습실이 없어 직원들이 퇴근한 회사 사무실에서 혼자 연습했다. 고속도로 다리 밑이나 산에서 '뿌우뿌우' 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연습실을 찾지 못한 색소폰 연주자들이 고독하게 악기를 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성진(66) 고문은 "15년 전 금연을 하면서 색소폰을 시작했다. 혼자 악기를 불면서 연습하는 사람을 우리는 '독립군'이라고 부른다"면서 "색소폰은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고 지도를 받아야 실력이 는다. 독립군으로 남아 있으면 연주 실력은 제자리 걸음이다. 아반도니에서는 10년 이상의 실력자가 함께 연주하기 때문에 연습한 만큼 실력이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회원 장재천(52) 씨는 "색소폰 연주 초보자를 위해 매주 월요일 오후 4시부터 김 사무국장이 무료 강의를 한다. 음표를 몰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 회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반도니의 활동은 색소폰 연습에만 그치지 않는다. 회원들은 매년 4~11월 내동 연지공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어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낸다. 매달 여명실버하우스 등 지역 요양병원을 방문해 재능기부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매년 연말에는 자선 공연을 통해 모은 수익금을 김해시에 기부해 소외된 이웃을 돕는다. 2015년 10월에는 경북 울진에서 열린 온천대축제 전국아마추어색소폰 경영대회에서 단체 은상 및 개인 동상을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처음 공연을 할 때가 기억난다. 순간적으로 연주 부분을 놓쳐 등줄기에 식은땀이 어찌나 흐르던지…. 하지만 아반도니 회원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모든 게 좋은 추억"이라며 웃었다. 허 고문은 "아반도니 회원은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공연을 하면 나이도 잊는다. 아반도니 활동은 현재를 즐길 수 있는 행복한 도구"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반도니는 앞으로 색소폰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김 회장은 "색소폰 연주자 100명이 함께 공연하는 '김해시 색소폰 100인 연주회' 등 아마추어 색소폰 연주자가 즐길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생각이다.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색소폰의 매력을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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