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정, 이보미 주무관이 인제대 뒤편 산자락의 오두막에 혼자 사는 어르신을 방문하고 있다.


공무원 현장 직접 찾아가 서비스 제공
개개인에게 딱 맞는 지원·혜택 길 모색

쌀 한 포대 들고 주민센터 나선 첫 걸음
자식들 연락 끊은 외로운 할아버지 골방
기초수급 대상자 지정 방법 함께 고민

암 투병 부인 떠나 보낸 식도암 어르신
기초연금 20만 원 받아 월세로 몽땅
“도움 꼭 부탁” 애원에 마음 무거워져



지난 4일 오후 삼안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김민정(36), 이보미(34) 주무관은 10㎏짜리 쌀 한 포대를 챙겨 센터를 나섰다. 두 사람이 처음 찾은 곳은 안동에 사는 정 모(82) 씨 집이었다.
 
"저희 왔어요." 두 사회복지사의 밝은 목소리에 문이 열렸다. "추운데 얼른 여기 들어와 앉아." 단칸방에 홀로 사는 정 씨는 따뜻하게 데워진 전기장판 위로 사회복지사들을 앉혔다. 10년째 자식들과 연락을 못했다는 그의 요즘 고민은 일자리였다. 노인일자리센터를 통해 환경정비 일을 했지만 최근 기간 만료로 그만 두는 바람에 수입원을 잃었기 때문이다. 기초수급대상자 지원을 받으려 했지만, 자식들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아들, 딸이랑 연락은 하세요?"라는 질문에 "10년째 안 하고 있어. 한 명도 안 해"라고 대답하는 그의 얼굴에 쓸쓸함이 묻어났다. 한참동안 이것저것 묻던 사회복지사들은 다양한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정 씨의 입가에는 다시 미소가 번졌다. 문을 나서는 사회복지사들에게 그는 연거푸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두 사회복지사는 '맞춤형 복지팀' 직원들이다. '맞춤형 복지'는 복지 담당 공무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 위기가정, 취약계층 등 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7월부터 삼안동과 동상동에서 시범 실시했고, 이달 들어 진영읍과 장유1동에서 추가로 실시한다.
 

▲ 김민정, 이보미 주무관이 한 어르신 방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 주무관은 "삼안동 행복센터의 복지혜택을 받고 있는 가정은 약 66가구 정도다. 다른 서비스를 연계한 사례까지 합하면 약 300~400가구가 복지허브화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미 주무관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지원하고 싶지만 개개인에게 딱 맞는 지원이나 혜택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주요 대상은 독거노인이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다. 삼안동의 경우에는 50대 이상 독거남성들이 많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집을 방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산상으로 확인해 수급자 탈락, 단수, 단전 등 어떤 특이사항을 발견하거나 대상자의 몸이 불편한 경우 방문을 한다.
 
두 사회복지사가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다른 정 모(79) 씨 집이었다. 그도 수급자 선발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주거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 그의 집에는 꽃과 예쁜 그림액자들이 가득했다. 물질적으로 부족하더라도 마음만은 풍요로운 듯했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어려움은 없으신지 확인하려고 방문했다"는 사회복지사의 말에 "어려운 게 많다"고 대답하는 정 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문에 붙은 '외출 시 보청기 사용' 종이가 눈에 띄었다. 10년 전 부인을 대장암으로 떠나 보낸 그는 청각장애와 식도암을 앓고 있다. 부인의 투병 생활 탓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다. "제일 필요한 게 뭔가요?" 사회복지사의 물음에 정 씨의 표정은 간절하게 바뀌었다. 그는 한 달에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아 몽땅 월세로 낸다고 했다. 장례비로 쓰려고 모아놓은 돈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자식들도 불경기에 힘겹게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돈이 제일 문제야. 돈이 있으면 병원비로 쓰고 생활비로도 사용할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다음 집으로 가기 위해 나서는 복지사들에게 "꼭 좀 부탁한다"며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 김민정 주무관이 한 어르신의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이 주무관은 "이런 경우 탈락한 이유를 먼저 살펴 본다. 의료비로 많은 금액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번 더 파악해서 선발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도움을 준다. 그 사이 생계가 어렵다면 긴급 생계비를 지원한다"면서 "이러한 경우를 복지사각지대라고 한다. 법적으로 보호(수급자 선발)하기 힘들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다. 자체 회의를 거쳐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삼방동 김 모(72·여) 씨 집이었다. 그는 딸, 손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최근 기초생활수급자로 선발됐지만 그 돈만으로는 생활이 힘든 상황이다. 두 사회복지사가 고장 난 초인종 대신 문을 두드리자 김 씨가 검지손가락을 입에 댄 채 “조용히 들어와 주세요. 손녀가 방금 잠이 들었어요"라며 문을 열었다. 갓 태어난 손녀는 자고 있었다. 펠트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너무 힘들어요. 솔직히 손녀만 아니면 살고 싶지도 않아요." 두 사회복지사가 앉자마자 김 씨의 한탄이 이어졌다. 병에 시달리는 딸은 최근 수술을 받았다. 사위는 일용직이었다. 김 씨는 딸과 사위를 대신해 손녀를 키우며 가장역할을 하고 있었다. 일흔을 넘긴 나이지만 그에게 여유는 없었다. "아기 기저귀랑 분유는 남아 있나요?"라는 사회복지사의 물음에 "저 방에 기저귀가 한 상자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보니 몇 개 없네. 분유도 한 통이 전부예요"라며 고개를 떨궜다.
 
네 번째로 방문한 곳은 아흔을 넘긴 주 모(93) 씨 집이었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데다 혼자 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아 요양보호사를 연계해 줬다고 한다. 집을 새로 옮긴 덕에 지금은 형편이 많이 나아졌다. 주 씨는 "새로 이사하니 기분이 좋다.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두 사회복지사는 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행복센터 전화번호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뜻밖의 장소였다. 인제대 뒤쪽 산중턱에서 홀로 사는 김 모(70) 씨였다. 판자와 현수막 천을 붙여 만든 집에서 전기도 없이 지내는 그는 휴대폰을 충전하러 가끔 동사무소에 들른다고 했다. 산에서 지내다 보니 세탁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두 사회복지사는 이 점을 고려해 삼안동의 세탁소에서 무료로 빨래를 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두 사회복지사가 이날 방문한 것은 김 씨의 세탁물을 세탁소에 맡기기 위해서였다.
 
"힘들어. 그거 어떻게 들고 가려고 그래." 김 씨는 여자 사회복지사들을 걱정하며 안절부절 못했다. "짐 들어주려고 남자도 같이 왔어요." 사회복지사들은 같이 간 기자를 가리키며 그를 안심시켰다. 사회복지사들은 무거운 빨래를 들고 세탁소에 가서 맡겼다. 이 세탁소는 지난해 8월부터 무료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빨래를 해 주고 있었다. 연락을 하면 빨랫감을 가져가고 배달까지 해 준다고 했다.
 
이 주무관은 "이런 분들이 저희 입장에서는 정말 필요하다. 직업을 활용해 재능기부를 해 주면 법적인 테두리를 넘어 더 많은 걸 도와드릴 수 있다. 시장에서도 반찬을 도와준다. 학원들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무료로 가르쳐주겠다고 한다. 더 많은 분들이 신문기사를 보고 재능기부를 해 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김 주무관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생활이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직접 찾아가 도움을 드리고 어르신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앞으로 이러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시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게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해뉴스 /이현동·양한나 인제대 학생인턴기자 report@gimhaen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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