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경기도서 두 마리 폐사
직원 등 12명 항바이러스제 투여

‘인간 AI’ 외국서는 더러 발병
중국·홍콩 등서는 사망자 발생

사람 옮긴 전례 국내서는 없어
충분히 익혀 먹으면 걱정 않아도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포천의 한 가정집에서 폐사 상태로 발견된 집고양이 수컷 한 마리와 길고양이 새끼 한 마리에 대해 고병원성 H5N6형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에 의한 사망으로 최종 확진했다. 이후 보건당국은 고양이 주인 등 10명의 접촉자와 고양이를 포획한 동물위생시험소 직원 2명 등 12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했다.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 정제혁 서기관(내과전문의)은 "중국에서 H5N6 AI에 감염된 고양이를 발견한 사례가 있지만, H5N6형에 감염된 고양이로부터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인체감염 위험은 매우 낮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방수칙 홍보 등은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에 미국에서 한 수의사가 H5N6형과 다른 H7N2형에 감염된 고양이로부터 감염된 사례가 있어 인체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어쨌든 AI 확산으로 인해 가금류 사육농가가 커다란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고양이의 감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은 닭, 오리, 야생조류에서 발생하는데, 드물게는 사람에게도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가 75% 이상 사망할 경우 그 바이러스는 고병원성으로 분류된다. 고병원성은 전파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이 높다. AI 바이러스는 고병원성인 경우가 많다.
 
AI 인체감염증은 조류에서 발생한 AI가 사람에게 전염되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주로 감염된 조류의 분변 또는 분변에 오염된 물건을 손으로 접촉한 후 눈, 코, 입 등을 만졌을 때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드물지만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이 말라 가루가 된 것을 흡입했을 때 발생하기도 한다. 2004년에 사망한 태국 남성 환자의 경우 투계를 길렀다.
 
1997년 홍콩에서 6명이 사망한 후에는 2003년 말부터 2008년 2월까지 인체 감염 사례가 640건 이상 보고됐다. 중국·홍콩 뿐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H7N7, H5N1, H9N2형이 인간에게 감염됐는데 이 중 H5N1형이 치명적이었다.
 
이후에도 2013년 중국에서 H7N9이 유행해 400명 이상이 감염됐고, 2014~2016년에는 H5N6형에 모두 17명이 감염돼 이 중 10명이 사망했다. 중국 뿐 아니라 베트남, 라오스, 홍콩 등지에서도 감염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한편 조류독감의 형을 나타내는 H와 N은 단백질 헤마그글루티닌과 뉴라미니다제의 머리글자로, 모든 독감 바이러스는 이 두 가지 단백질을 포함한다. 때문에 모든 독감의 이름은 H와 N에 두 단백질의 형태가 몇 번째인지를 나타내는 숫자를 붙여 표시하게 된다. 정제혁 서기관은 "이론상으로는 144가지 인플루엔자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동남아와는 다르게 아직 국내에서 H5N6형 AI의 인체감염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야생조류, AI 발생농가와의 접촉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전파 환경도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제혁 서기관은 "중국이나 동남아의 경우 상대적으로 우리에 비해 가금류의 사육환경이 나쁘다. 또한 국내와 다르게 사육할 때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는데 이로 인해 감염된 후에도 바로 죽지 않고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고, 국내에 왜 AI 인체감염이 나타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특정해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인체감염이 되면 기침과 호흡 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신체 전반에 걸친 증상도 동반된다. 설사 등의 위장관계 증상이나 두통, 의식저하와 같은 중추신경계 관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감염 후에는 오셀타미비어, 아만타딘, 리만타딘과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조류독감은 급속히 진행되면서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공호흡기 치료를 포함해 기능이 약해진 각 장기에 대한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치료가 중요하다. 전신 장기의 기능 이상으로 진행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조리된 조류를 먹었을 때는 조류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75℃ 이상에서는 5분 만에 사멸된다. 때문에 충분히 익힌 후 닭고기와 오리고기 등을 섭취하면 감염 가능성은 없다.
 
다만 계절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AI 인체감염을 예방할 수 없다. 하지만 AI 가금류에 직접 접촉한 고위험군(AI 발생농가 종사자, 살처분 참여자 등)에 대해서는 계절인플루엔자와 AI 인체감염 사이의 감별진단을 쉽게 하고, AI바이러스와 인간 바이러스가 중복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절인플루엔자 접종을 하고 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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