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외대 박형준 교수가 소리작은도서관에서 문학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박형준 교수 ‘5월의 광주’ 주제
‘인문마실’ 회원 대상 문학특강


부산외대 한국어문화학부 박형준 교수가 지난 6일 서상동 소리작은도서관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지역 문인들의 기획소설인 <일곱 편의 연애편지>로 인문독서단체인 '인문마실' 회원들과 소설 탐독시간을 가진 이후 두 번째 방문이었다. 박 교수는 인문마실의 멘토인 부산대 김동규(부산 '나락한알' 부원장) 교수의 소개로 이 곳을 찾았다가 인연을 맺었다.
 
이번 특강의 주제는 '기억투쟁-역사적 트라우마를 넘는 공통의 힘'이다. 박 교수는 다음 달까지 8회에 걸쳐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강의를 진행한다. 그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주제로 잡은 뒤 이와 관련한 여러 작품들 중 윤정환의 희곡 '짬뽕',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임철우의 단편소설 '봄날', 영화 '꽃잎', '화려한 휴가', '26년', '박하사탕'을 강의 자료로 선정했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예비대학생들과 다른 독서모임 회원들이 6일 첫 수업 자리를 가득 채웠다. 이 날 자료는 윤정환의 희곡 '짬뽕'이었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문학작품들을 엮은 <5월 문학총서> 중 '희곡'편에 수록돼 있는 짧은 글이다.  '춘래원'이라는 이름의 중국음식점에서 일하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짬뽕 하나로 5·18 민주화운동이란 거대한 역사적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는 비극적인 상황을 풍자와 해학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블랙코미디 형식의 글이다.
 
박 교수는 회원들에게 '짬뽕'을 읽은 소감을 물어보면서 "희곡은 연극을 위한 대본이기에 행동의 문학이다. 연극에서는 등장인물이 무대에 등장, 퇴장하는 게 중요한 모티브"라고 짚어 주었다.
 
박 교수는 "광주를 기억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국가가 기억하는 방식과 시민이 기억하는 방식이다. 그 둘이 기억하는 광주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획일화된 기록만으로는 '5월의 광주'의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한국 근·현대사를 이야기할 때 역사의 전면에 주권자로서 평범한 시민을 불러낸 가장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이 된 사건이 광주 민주화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사실이 아니지만 사실에 가까운 허구를 담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는 광주의 진실에 이르고자 하는 각기 다른 얼굴들을 만나게 된다. 잘 정리된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조각조각 파편화되고 해체된 모습이 5월의 광주의 진짜 모습이다. 윤정환의 '짬뽕'은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그 다양한 얼굴들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손인자 회원은 "광주항쟁을 다룬 작품들을 골라 읽는다고 해서 마음이 무거웠고 주저했다. 그래도 희곡이어서 끝까지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예비대학생인 고등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온 걸 보고 놀랐다. 저 학생들에게 역사적 부채감을 떠안기지는 않아야 할 텐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역사적 채무는 한번에 변제할 수 없다. 다만 조금씩 갚아나갈 뿐이다. 공통의 트라우마는 공통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세월호나 광주민주화운동은 '사고'가 아닌 '사건'이다. 사고는 수습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사건은 수습되고 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무겁고 힘들지만 역사적 '사건'을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촛불을 들고 현장에 나가는 것만이 투쟁이 아니다.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도 하나의 투쟁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편함을 견디는 용기"라고 마무리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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