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지난 주말에 김해에서 지난 한 해가 즐거웠다는 몇몇 분들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한 분이 건배사를 했습니다. '진실되게 살자.'
 
명대사로 점철된 몇 년 전의 TV드라마 '추적자' 생각이 났습니다. '추적자'에서 유력 대선 주자인 강동윤은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난 사람을 믿지 않아. 믿지 않으면 서운할 리도 없지. 기대도 하지 않아. 기대가 없으면 배신당할 리도 없지.(…)난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중요하지 않아. 행동이 중요하지."
 
<김해뉴스>에서 일하는 동안 수많은 거짓말쟁이와 허풍쟁이들을 겪어 왔습니다.
 
정치판과 선거판에서는 거짓말이 일상이다시피 했습니다.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눈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표정 관리를 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강동윤이 던진 대사를 떠올리면서 가까스로 참아냈습니다. '웃어. 하기 싫은 일을 웃으면서 할 수 있을 때 어른이 되는 거야.'
 
한 선거 때는 동호인 밴드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상대방을 때로는 터무니없이 때로는 교묘하게 음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참다 못해 사실에 근거한 문제 제기를 할라치면 "마타도어를 개탄한다. 선거판을 혼탁하게 한다.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식으로 적반하장을 일삼았습니다. 이런 식의 추태를 필경 우리는 올해 대선에서도 목격하게 될 테지요?
 
경제계에서도 그런 사례를 더러 겪었습니다. 심지어는 신용불량자 브로커에 불과한 사람이 건실한 사업가 행세를 하며 유력인사들과 교유를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곁에서 그를 지원하는 유력인사들도 있었습니다. 뜨악했습니다.
 
출신학교와 나이, 고향을 속이는 일은 아예 비일비재 했습니다. 이들은 거의 다 명문고와 명문대 출신을 자처했는데, 가정 형편 등으로 인해 중퇴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졸업연도를 알면 확인해 보기가 쉽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사람은 출신 대학을 속이고 취업을 했다가 들통이 나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다른 데서 경험한 사례입니다만, 옆에서 보기에 민망한 경우도 몇 번 있었습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는 한 소설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 대학 출신들을 보면 선배님, 후배님 했습니다. 그러다 진짜 서울대 법대 출신이 은근슬쩍 법대 동문록에 왜 이름이 없느냐, 라고 묻자 얼굴이 벌개졌습니다. 하루는 밀양에서 작고한 소설가 이문구 등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 시인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평소 이문구 등과 서라벌예대 동기라고 떠벌리던 터였습니다. 그는 "내, 너거 동기다. 집이 가난해서 다니다 말다 해서 너거는 잘 모를끼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문구 등은 낯선 일이 아니라는 듯 심드렁하게 학교 분위기 등에 대해 몇 가지를 물어보았고, 이 시인은 무안한 표정을 짓더니 슬그머니 자리를 떴습니다.
 
행정의 거짓말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습니다. 선거용 치적 부풀리기나 허황된 사업 내용 홍보 같은 건 애교에 속했습니다. 행정은 각종 어용 위원회, 어용 토론자를 동원한 청문회, 객관성을 빙자한 어용 용역 발주 같은 방식으로 시민들을 기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특혜의혹 등이 불거지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교묘히 발뺌하곤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행정은 이 화법을 가장 즐겨 썼습니다.
 
바야흐로 정유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나라 사정이 어려울 것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서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다면, 쓸데없이 육체적 정신적 소모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이미 어려움의 절반은 헤쳐나간 것이리란 생각을 합니다. 진실로, 진실된 김해를 위하여 건배!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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