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가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하고 대중 독서운동인 '김해의 책' 사업을 진행한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김해에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이 사업을 발전적으로 확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 지난해 열린 강윤중 작가 초청 강연회.


매년 도서 2권 선정 각종 행사
시민 4명 중 1명 ‘릴레이’ 참가
연구 용역 실시해 재도약 모색



■ '김해의 책' 사업의 시작
'김해의 책' 사업은 시의 정체성 고민에서 출발했다. 중소기업과 공장이 빠르게 들어서고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시는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역사문화의 도시와 공업도시 사이에서 갈등하던 시는 시민의식이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민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면 김해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시는 2007년 7월 31일 김종간 전 시장을 비롯해 김해교육청, 도서관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책 읽는 도시 김해 추진협의회'를 창립했다. 8월 1일에는 비영리법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책 읽는 도시 김해' 만들기 협약을 체결하고 책 읽는 도시 특별팀을 구성했다. 10월에는 '책 읽는 도시' 선포식을 가졌다.
 

'책 읽는 도시 김해' 운동의 중심에는 '김해의 책' 사업이 있다. 시 인재육성지원과 홍미선 팀장은 "김해의 책 사업은 사회적 책 읽기 운동이다. 특정한 주제의 책을 선정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공론화하는 것이다. 정체된 삶을 환기시킬 수 있고, 공통의 관심사를 주제로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아집으로 굳어질 수 있는 생각에 변화를 꾀한다. 궁극적으로는 삶의 방식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해의 책'은 지역 초·중·고 교사와 공공도서관 사서, 독서관련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김해의책추진협의회'가 선정한다. 추진협의회는 후보 도서를 추천, 압축한 뒤 시민 여론조사를 통해 대표도서와 어린이도서를 선정한다.
 
'김해의 책' 사업은 학교, 단체들이 참여하는 독서릴레이로 이어진다. 시에 따르면 2015년까지 373개 단체, 12만 9813명이 사업에 참여했다. 시민 4명 중 1명이 참여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67개 학교에서 학생 2만 5000명이 책 읽기에 동참했다.
 
시는 '김해의 책'의 대표 행사인 작가와의 만남, 독후감 공모, 어린이 도서를 각색해 아동극으로 만든 '가족극' 공연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새로 추가한 프로그램은 작은도서관 주도하에 열린 '김해의 책 말하기 대회'였다. '관'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민'이 설계부터 운영까지 주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김해도서관 문헌정보과 정연진 사서는 "시가 의무적으로 책을 선정해서 홍보를 한 덕분에 시민들도 여러 창구를 통해 책을 접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김해시민들은 조금이라도 독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재도약 위한 준비
시는 올해부터 '도서선정단'을 새로 구성해 체계적인 도서선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책 읽는 도시 김해' 선포 1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와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해 학술연구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작은도서관 발전을 위한 정책 토론회도 열 방침이다. 10월에는 북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어 재도약을 위한 선포식을 열 방침이다.
 
이달 현재 시에 등록한 공공도서관은 7곳, 작은도서관은 총 53곳이다. 지역 곳곳에 크고 작은 도서관이 개관했지만 부원동과 생림면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는 이달 중 부원동에 논문 등 각종 시 자료들을 보관하면서 작은도서관 성격을 가진 '행정자료실'을 만들고, 생림면에는 '생림작은도서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홍미선 팀장은 "용역결과를 토대로 사업의 방향을 다시 잡을 계획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고유명사가 된 '책 읽는 도시'라는 슬로건에서 탈피해 새로운 문구를 개발하고, 책꾸러미 활성화와 작은도서관 건립 추진 등 주민들의 독서 문화 욕구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표도서, 어린이도서로 나눈 책 선정 방식을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한 권만 선정하자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더 세밀하게 분류하자는 주장도 있다.
 
김해기적의도서관 윤인영 사서는 "어린이도서는 어른들이 안 읽는다. 연령에 맞춰 책 두 권을 선정하면 책 한 권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해 보자는 사업의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책을 나누면 계층 간 소통도 어렵다. 어렵더라도 궁극적으로 책 한 권 선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진 사서는 "도서 선정을 대표도서, 청소년도서, 어린이도서로 나누자는 말도 있다. 사실 독후감 활동을 하는 실제적인 다수는 중·고교생들이어서 이들에게 책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선정한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는 사실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고 밝혔다.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윤유라 교수는 "'김해의 책'이 꾸준하게 독서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적으로 읽으면 좋을 추천도서 목록을 어린이·청소년·성인용으로 구분해 제공해야 한다. 성인의 경우 청소년과 비교해 독서의 양적인 부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 시설 강화와 전문 인력 확보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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