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에는 정직한 재료와 차별화된 맛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동네 빵집'들이 적지 않다. 자기만의 '빵 철학'으로 사랑받는 김해의 '윈도우 베이커리'들을 만나본다.


 

▲ 김덕규 대표가 신제품인 딸기빵을 소개하고 있다..


가난한 형편 배고픔 달래려 제과점 근무
제빵업 10년만에 부인 만나 결혼 ‘행운’

부원동에 연 빵집 배달 마케팅으로 성공
세계대회서 ‘초콜릿상’ 받으며 명성 높여

거북공원 보고 만든 ‘배꼽빵’ 대표작품
7가지 곡물 담은 ‘딸기빵’도 인기 상승
“지역 전통 빵집 되도록 더 노력할 터”



김해에서 '빵집'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이 '김덕규과자점'이다. 이 빵집의 유명세는 이미 김해를 넘어 서 있다. 삼정동의 본점을 비롯해 아이스퀘어몰점, 인제대점, 베이커리 카페인 '쇼콜라 클래식' 등 분점도 여러 개다. 최근에는 내동에 베이커리, 카페, 작업장, 교육장, 직원 숙소 등을 갖춘 6층짜리 베이커리빌딩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김덕규 대표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그가 빵과의 인연을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였다. 그는 1965년 경남 통영에서 여섯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제과점에서 일을 하게 됐다.
 
"배고픈 시절이었습니다. 제과점에서 일을 하면 굶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게 됐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잠시 일을 하려고 했는데 빵을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구지봉빵 등 황금빛 빵들.

제빵사의 길은 그의 적성에 잘 맞았다. 제과제빵업의 길을 걸은 지 10년 쯤 됐을 때 김 대표는 창원의 한 빵집에서 제빵사로 일하던 중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부인 황경자 씨를 만났다. '내 빵집'을 차리는 게 꿈이었던 24세 여성은 빵 만들기에 열중하던 김 대표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렀다.
 
부부는 1994년 김해에 와 터를 잡았다. 처음 시작한 가게는 부원동 중앙여중 아래에 있는 '그린하우스'였다. 예전의 빵집에서 쓰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야심차게 차린 첫 가게였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빵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지만, 빵맛을 보여줄 손님들이 찾아오질 않았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였다. '뭐든지 하면 된다', '어떻게든 살아남자'는 신념을 갖고 있었던 김 대표는 가게 근처에 관공서와 사무실이 많다는 사실에 착안해 빙수 배달을 시작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빙수는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하루 매출이 60만 원으로 이전보다 10배나 늘어났다. 그는 빙수 배달을 하며 늘 빵 하나를 서비스로 끼워줬다. 빙수를 먹던 고객들은 그린하우스의 빵 맛을 알게 됐다. 당연히 빵 손님도 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1995년 현재 김덕규과자점 본점인 복음병원 앞에 그린하우스 2호점을 차렸다. 외환위기 여파로 부원동 그린하우스를 정리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의 빵가게는 갈수록 승승장구했다. 나중에는 그린하우스라는 이름을 떼고 김덕규과자점을 당당히 내걸었다. 이제 김해에서 김덕규과자점을 모르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름을 걸고 빵을 만드니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힘들지만 덕분에 더 긴장하면서 정성스럽게 빵을 만들게 됩니다."
 
김 대표는 제과제빵업계에서 유명한 '월드페이스트리팀 챔피언십 경연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베스트 초콜릿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떨쳤다. 덕분에 '전국구 제과제빵사'로 떠올라 TV 프로그램인 '생활의 달인'에 출연해 더 유명해졌다.
 

▲ 김덕규 대표가 직접 빵을 만들고 있다.

세계 최고라는 인정을 받은 김 대표의 빵은 어떤 모습일까.
 
김덕규과자점에 들어서면 황금빛으로 잘 구워진 빵들이 고객들을 유혹한다. 빵 종류는 무려 200여 개에 이른다. 김 대표가 말하는 맛있는 빵의 색은 '황금 갈색'이다. 그는 "내 눈에는 빵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먹음직스러우면 소비자가 구매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김 대표의 말대로 그의 가게를 찾은 고객들의 눈길과 손길은 '빵의 유혹'에 이리저리 헤맸다.
 
김덕규과자점의 '대표 빵'은 '배꼽빵'이다. 삼계동 거북공원을 산책하던 중 둥글게 솟아오른 거북이 알의 형상을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정식 이름은 '배꼽 빠지게 맛있는 빵'이다. 배꼽빵 하나가 4000원이어서 다소 비싸지만, 크기를 보면 그리 비싸다고 할 수도 없다. 둥글게 솟아오른 배꼽빵은 큼직하고 묵직하다. 안에는 우유 생크림과 산딸기잼이 가득 차 있다. 부드러운 크림과 상큼한 산딸기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사흘동안 저온 숙성을 거쳐 만든 덕에 부드러운 질감이 남다르다.
 

▲ 김덕규과자점의 제과제빵실.

최근 개발한 '딸기빵'도 인기 메뉴다. 일곱 가지 곡물이 들어간 반죽을 여러 차례 숙성시켜 기름에 튀겨낸다. 반죽, 숙성을 거듭한 덕에 기름이 빵 안에 스며들지 않아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여기에 딸기소스를 바르고 부드러운 카스테라 가루를 묻혀낸다. 가격은 개당 1000원이어서 부담이 없다. 인기가 많아 하루에 600~700개가 팔린다고 한다.
 
김덕규과자점은 세 가지 종류의 오븐을 사용한다. 카스테라를 굽는 전용오븐이 최근 추가됐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직접 공수해 온 것이다. 그 덕에 김덕규과자점에 가면 유명한 나가사키 카스테라의 촉촉함을 맛볼 수 있다. 밑 부분에 돌이 깔려 있는 바게트용 오븐과 밑에서 팬이 돌아가는 오븐도 있다. 특성에 따라 알맞게 빵과 과자를 구워낼 수 있다.
 
김 대표에게 "어떤 빵이 좋은 빵이냐"고 물었다. 그는 고민 없이 바로 답을 냈다. 빵을 반으로 자른 뒤 10분, 1시간이 지난 뒤에도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는 빵이라고 했다. 재료와 반죽, 숙성을 포함한 모든 노력이 더해져야 가능한 '건강한 빵'이란 얘기였다. 그는 그렇게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성공한 이후 여기저기서 '프랜차이즈를 내라, 서울로 옮기라'는 제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해에 터를 내리고 자리를 잡았기에 끝까지 김해에서 빵을 만들 생각입니다. '김덕규과자점'이 그저 동네빵집으로 머물지 않고 김해의 전통있는 빵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김덕규과자점 /김해시 활천로 32 활천시장 호성아파트 1층 상가(삼정동 589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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