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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부터 관공서까지… 장유 지역주민들 발 노릇 ‘톡톡’(2) 2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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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7.01.18 09:41
  • 호수 306
  • 16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 25번 시내버스가 율하동 중심상가 지역을 달리고 있다.


아울렛서 햇살 가득 싣고 ‘장유로’ 진입
무계동 농협 삼거리엔 소규모점포만 가득

황량한 논 풍경, 금관대로서 아파트단지로
삼문동 오일장터 상인들 장사 준비 분주

여름 대표 휴양지 대청계곡 지나면
대청초·대청고 학생들 바쁜 등굣길 걸음

전주이씨 가문 터 잡은 덕정마을엔
도문화재자료 월봉서원 짙은 고전향기



오전 8시. 황토색 속살을 드러낸 겨울 논 위로 반쯤 얼굴을 내민 해가 서서히 위로 떠오른다. 25번 버스 장재율(60) 기사는 적막을 깨며 차에 시동을 건다. 하얀 입김이 서리는 영하 1도의 날씨여서 버스 시동도 더디다.
 
인공화산이 우뚝 솟은 롯데워터파크 앞 수가로를 가로지르며 버스가 운행을 시작한다. 25번 버스는 신문동, 대청동, 율하동 등 장유 1,2,3동 총 22.5㎞ 거리를 구석구석 누빈다. 운전대를 잡은 장 기사는 버스 운전만 30년인 베테랑이다. "반평생 버스 운전만 했습니다. 장유 곳곳을 누비는 25번 버스는 장유 주민들의 발입니다. 오전에는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이 탑니다."
 
언 논 위로 따스한 햇살이 쏟아진다. 버스가 출발하는 롯데워터파크, 롯데아울렛 정류장 주변에서는 높은 건물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버스 안에도 햇살이 쏟아져 금세 훈훈해진다. 버스가 장유로로 진입하자 1~2층짜리 낮은 건물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장유중 앞을 지나자 책가방을 메고 총총 걸음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1947년 12월 장유고등공민학교로 개교한 사립학교다.
 

   
▲ 카페, 음식점이 밀집한 율하카페거리.

"이번 정류장은 범동포입니다." 안내방송에 밖을 쳐다 보니 '범동포마을'이라고 새겨진 바윗돌이 있다. 대청천과 조만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마을이다. 이전에는 김해와 부산을 오가는 배가 드나들던 포구였다. 녹산에 수문을 만들어 바닷물을 막고 구포교를 만드는 바람에 김해와 장유의 농산물과 쌀을 실어 나르던 배는 사라졌다.
 
버스가 대청천이 흐르는 무계교를 지나 장유농협삼거리로 진입하자 승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무계동 중심인 장유농협삼거리 일대는 1960년대에 장유 지역 상인들이 모여 장유중앙전통시장이 형성되면서 상권이 만들어졌다. 9층 높이의 '청학프라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1~3층의 낮은 빌딩에 입주한 옷수선, 서울만두 등 소규모 점포들이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낡은 간판의 이용원, 다방도 자리 잡고 있다.
 
버스가 금관대로로 진입하자 창 밖의 풍경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순식간에 황량하던 논에서 도시로 탈바꿈한다. '대동황토방1단지 아파트', '석봉9단지부영아파트' 등 아파트 단지가 퍼뜩 눈앞으로 다가선다. 이윽고 장유의 신도시 개발바람이 불면서 장유 1동의 중심상권으로 자리 잡은 '코아상가' 앞을 지난다. 7층 높이의 빌딩에는 개인병원, 학원, 화장품 등 50여 개의 상가가 입점해 있다. 인근 빌딩에서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 분식점, 패스트푸드, 학원이 성업 중이다.
 
'갑을장유병원', '부영13차 아파트', '장유출장소', '부곡초등학교', '주공7단지', '월산중학교', '장유고등학교', '월산초등학교'. 버스가 장유 1동을 한 바퀴 다 돌았다. 버스 안은 앉을 자리가 없이 승객으로 꽉 찼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시시덕거리는 초등학생부터 희끗한 머리의 어르신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출근길에 오른 김지영(49·여·부곡동) 씨는 "출근길에 매일 버스를 탄다. 25번 버스를 타면 초등학교부터 관공서까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장유의 대표 휴양지인 대청계곡.

코끝이 빨개지도록 차가운 날씨 탓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멀찍이 들어오는 버스를 보고 한 걸음에 달려온다. "아이고, 추워라." 교통카드를 찍는 사람들 입에서 추위를 호소하는 말들이 절로 튀어나온다. "오늘이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고 하더라고.", "그쵸,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버스 안은 승객들의 사랑방으로 변한다. 박애자(66·여·부곡동) 씨는 "매번 같은 버스를 타니 오다가다 만난 동년배들과 금세 친구가 된다. 이런 게 사람 사는 맛 아니겠느냐"며 웃는다.
 
정을 담은 버스는 능동로를 타고 삼문초등학교삼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더니 장유2동으로 향한다. '젤미마을아파트', '젤미마을7단지'를 지나자 김이 솔솔 피어오르는 오일장터에서 상인들이 장사 준비로 분주하다. 삼문동 주공6단지 앞에 1일, 6일에 들어서는 오일장터다. 오일장은 등록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한 장유 지역의 현실 때문에 대형 아파트 단지 인근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임시 시장이 들어서는 것이다.
 
버스가 장유도서관을 지나자 불모산이 다가온다. 버스 머리가 대청계곡으로 향한다. 뜨거운 여름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첨벙대는 물소리로 가득한 이곳은 김해시민들의 더위를 식혀주는 대표적인 휴양지다. 장재율 기사는 "여름이면 버스 안은 대청계곡으로 피서를 떠나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대청계곡 정류장에 내려 10여 분만 걸어가면 시원한 대청계곡이다"라고 말했다. 대청계곡 인근에는 오리, 닭 등을 요리해 판매하는 음식점부터 유명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왔던 카페가 몰려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장유주민들의 휴식처가 돼 주고 있다.

대청계곡을 지난 버스는 대청고등학교와 대청초등학교로 향한다. 시계바늘은 오전 8시 30분을 가리킨다. 지각을 한 학생이 걸음을 재촉하며 교문을 향해 뛰어간다. '메가병원', '김해서부경찰서', '부영6차아파트'를 지나자 근사한 바윗돌에 글이 새겨진 '덕정마을'이 나타난다. 관동동 덕정마을은 큰 정자나무가 있다고 해 덕정(德停)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250여 년 전, 전주이씨 가문이 이곳에 터를 잡은 뒤 일가들이 모여 마을을 이뤘다. 마을의 중심에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464호인 월봉서원이 있다. 월봉서원은 조선 중종의 덕양군 문중강학소로서 현재까지 지역 사립 전통교육기관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논어와 맹자 등 고전의 향기가 담을 넘어 버스 안까지 넘실대는 듯 하다.
 

   
▲ 범동포마을에서 바라본 대청천 풍경.

버스는 덕정로를 따라 '세영리첼아파트'를 시작으로 장유3동 아파트 단지를 누비기 시작한다. '중앙하이츠', '율하e편한', '동원로얄듀크', '한림풀에버' 등 아파트 명칭도 각양각색이다.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마다 빈자리가 늘어간다. 아파트 단지 여행 중간에는 '율하중심상가' 정류장도 포함돼 있다. 2008년 이후 율하동에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모아미래도 아파트와 율하e편한세상·동원로얄듀크 아파트 사이 도로인 율하3로를 중심으로 블록처럼 높이 쌓인 상권들이 형성돼 있다.
 
'네오프라자', '경보프라자', '하이로프라자' 등 7~9층 높이의 빌딩에서는 은행, 음식점, 카페, 옷가게 등 각양각색의 업소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멀어지고 용산마을로 접어들자 버스 승객은 한 명만 남는다. 버스는 김해농수산물유통센터와 롯데아울렛을 지나 출발지였던 롯데워터파크로 향한다.
 
"삑." 부저 소리가 나고 마지막 승객이 롯데아울렛 정류장에서 내린다. "이제 종점입니다." 1시간 30분 간의 버스 여행으로 인해 뻣뻣해진 허리를 툭툭 두드리자 장재열 기사가 웃는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매일 하는 일인데 즐겁게 웃으면서 운전해야죠. 다음 버스 여행은 더욱 즐겁기를 바랍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25번 노 선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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