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술 어방동·독자.

근 50년 가까이 지내오던 시부모 제사를 앞두고 남편 차에 올라타 동상동전통시장으로 향했다.
 
고관절 수술과 나이 탓에 평소 빨리 걸을 수 없지만, 시장에만 가면 질좋은 식료품을 고르기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곤 한다. 남편은 이런 나를 보며 "당신은 시장에만 가면 걸음이 빨라 따라가기 힘들다"며 웃는다.
 
시장 입구에 도착하자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코에 익숙한 사람 사는 향기가 온 몸을 감싸온다. 지금은 대형매장이 연이어 들어선 탓에 재래시장을 오가는 발걸음이 줄었지만, 예전에는 아는 이와 얼굴 마주보며 반갑게 담소와 정을 나누던 만남의 장소였다.
 
세월이 야속하게 흘러 단골 채소가게 주인이 바뀌고 함께 장을 보러 다니던 친구들이 지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나기도 했다. 동상동전통시장 곳곳을 누비면 빛바랜 추억들이 "그땐 그랬었지" 하며 새록새록 떠올라 가슴이 저릿하고 코끝이 시큰해진다.
 
한편으로는 동상동전통시장이 시간 속에서 머물지 않는 모습이 낯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모습이 당연하다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 동상동전통시장에는 생전 처음 보는 외국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많아지고,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를 수많은 외국어 간판들이 즐비하다. 주말이 되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식료품을 구입해 가는 모습들이 낯설고도 신선하다.
 
앞으로의 동상동전통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어떻게 변하든 상관없지만, 단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김해시민들에게 언제든 기꺼이 삶의 풍요로움과 따뜻한 온정을 내어놓는 곳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따스한 눈길로 시장을 보듬어 나가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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