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원산 휴양림관리사무소 인근에 위치한 얼음계곡. 앙상한 나뭇가지에 은빛 얼음이 맺혀 있다.


휴양림사무소 옆 얼음계곡 은빛 향연
지재미골 들어서자 문바위 ‘위풍당당’
명물 유안청 폭포, 장쾌한 물기둥 자랑

천혜의 자연경관 활용한 생태수목원
200만㎡ 규모 1500여 종 식물 서식
다가오는 봄날 초록빛 산세 풍경 기대



김해는 따뜻한 곳이라서 눈을 구경하기가 어렵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눈과 얼음을 실컷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얼음축제가 열리고 있는 거창군 금원산이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로 거창군 위천면 금원산을 쳐넣자 도착 소요시간이 2시간 30분으로 나왔다. 그런데 2015년 12월에 확장 개통한 광주-대구 고속도로(옛 88고속도로)를 타니 30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거창나들목(IC)을 빠져나와 위천면에 다다라서 보니 위천면은 기백산과 금원산, 현성산을 병풍처럼 거느리고 있었다. 후방마을을 지나자 눈앞에 웅장한 산세가 펼쳐졌다. 처음에는 안개까지 자욱해서 신비스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보니 추수가 끝난 논바닥에서 농부가 볏짚을 태우고 있는 것이었다.
 
해발 1353m인 금원산은 위천면과 북상면, 함양군 안의면 사이에 위치해 있다. 산줄기는 남쪽으로 기백산과 남덕유산까지 이어진다. 금원산이란 이름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들어있다. 아주 먼 옛날, 금빛 털을 가진 황금원숭이가 마을과 산을 헤집고 다니며 동식물을 괴롭혔다. 보다 못한 한 도승이 원숭이를 잡아 원암(猿岩)이라는 바위 속에 가뒀다. 금원산은 '원숭이를 가둔 산'이란 뜻이다. 금원산에 딸린 현성산은 검을 현(玄)자를 써 '검은 산'이라 부른다. 
 

▲ 지재미골 입구에서 바라본 문바위.

금원산 휴양림관리사무소 앞. 황금 원숭이 조형물들이 서 있었다. 마을에서부터 달고 온 볏짚 타는 냄새를 없앨 목적으로 한껏 숨을 들이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양옆으로 얼음계곡이었다. 나무, 바위 할 것 없이 은빛 얼음이 맺혀 있었다. 인위적으로 물을 뿌려 얼린 것이지만 특히 김해에서는 쉽게 구경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매점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얼음축제장이 나타났다. 10회째를 맞았는데, 매년 2만 명 이상이 다녀간다고 한다. 경사진 도로에는 80m 길이의 얼음 미끄럼틀이 설치돼 있었다. 얼음썰매장이었다. 썰매가 무거울 법한데도 가뿐하게 올라가는 한 어린 아이는 볼이 빨갛게 물들었는데도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아이들은 썰매를 타면서 "꺄악~"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얼음썰매장을 지나 얼음조각 전시장에 들어서니 디즈니랜드 성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얼음 성문을 열자 용, 사자, 닭, 코끼리 등 20여 점의 얼음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동물들은 단단한 얼음 속에서 겨울잠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관람객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동심의 세계에 푹 빠진 듯 했다.
 
얼음세상에서 빠져나오니 지재미골 입구였다. 5분쯤 걸었을까? 아파트 3층 높이의 거대한 바위가 나타났다. 전국에서 단일 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였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이름도 여러번 바뀌었다. 바위의 모양새가 위엄이 있다고 해서 신라시대 고찰인 가섭사를 지키는 '호신암'이라고도 불렸고, 바위 밑에 있는 굴이 기도처로 쓰였다고 해서 '기도암'이라 불리기도 했다. 바위굴 속에 맺힌 물방울로 비 내림을 알게 된다고 해서 '지우암'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의주', '두문암', '가섭암' 등 수많은 이름을 걸쳤다.
 
웅장한 문바위를 지나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고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자 자연석굴이 보였다. 거대한 바위가 서로 껴안은 듯한 모습이었다. 바위 표면에 보물 530호인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이 조각돼 있었다. 불상 중앙의 본존불은 아미타여래, 오른쪽은 관음보살, 왼쪽은 지장보살로 추정된다. 석굴 주변에는 관람객들이 쌓아놓은 돌탑이 즐비했다.
 

▲ 나무와 식물 1500여 종이 자라고 있는 금원산 생태수목원 전경.

금원산은 크고 작은 폭포들을 많이 품고 있다. 유안청 폭포는 금원산의 명물이다. 유안청 계곡은 옛날에 유생들이 과거급제를 목표로 공부를 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성인이 많이 나와 '성인골(聖人谷)'로도 불린다. 유안청 계곡은 유안청 1폭포와 2폭포로 나뉘는데 모두 장쾌한 물기둥을 내뿜는다.
 
겨울에는 혼자 온 사람에게는 금원산 정상 등반을 추천하지 않는다. 암석으로 이뤄진 산이라 통신이 불안정하고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자주 출몰하는 탓이다. 더욱이 눈이 자주 내려 길이 미끄러운데, 길이 눈에 파묻혀 보이지 않아 당황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무리를 지어 가야 안전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아쉬워할 건 없다. 금원산 일대에는 빼어난 자연경관을 활용한 생태수목원과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휴양림관리사무소에서부터 잘 정비된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면 200만㎡ 규모의 생태수목원이 나타난다. 금원산 정상이 아니더라도 숲관찰전망대에 오르면 가야산과 현성산, 비계산, 오도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저 멀리 서덕들도 보이는데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 '귀향'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서덕들 주변에는 전봇대가 하나도  없어 오래된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뒤편에 서면 우뚝 솟은 금원산의 정상을 볼 수 있다. 주위로 기백산과 황금원숭이가 갇혀 있다는 금원암도 보인다. 산새 지저귀는 소리가 마치 원숭이의 울음소리같았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생태수목원을 걸어봤다. 자연 훼손을 막기 위해 생태수목원 전체에 나무데크 길을 설치해 두었다. 걸음마다 야생동물이 남기고 간 배설물이 보였다. 생태수목원에서는 나무와 식물 1500여 종이 자라고 있었다. 수백 개의 팻말 뒤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식물들이 고개를 푹 떨군 채 겨울을 나고 있었다.
 
금원산을 내려오는 길. 헐벗고 황량한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스산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봄이 되면 꽁꽁 언 흙 속에서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나고 푸른 기운이 산 전체를 뒤덮을 테지. 성급하게도, 금원산의 초록빛 풍경이 벌써 눈앞에 어른거렸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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