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곧 설입니다. 까치의 설날은 어저께이고, 우리 설날은 오는 28일입니다. 오늘 자 <김해뉴스>에는 희망과 의지를 이야기하는 기사들이 몇 건 실려 있습니다. 그 중 기술 명장인 김규환 국회의원(18면)과 이근대 시인의 힐링에세이 및 에세이집 <너를 사랑했던 시간>(1면, 11면)에 대한 기사가 특히 눈길을 끕니다.
 
김 의원과 이 시인은 각각 62세, 52세이니 10살 차이가 납니다만, 인생 역정은 엇비슷해 보입니다. 김 의원은 15세에 여동생을 보살피는 소년가장이 되었습니다. 이 시인은 형이 부잣집 머슴으로 가야 하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어두운 현실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잠언 같은 말들을 많이 생산했습니다.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입니다만, 김 의원은 대우중공업 재직 시절에 유명한 연설을 남겼습니다. 자신이 기술 분야의 최고 직위인 명장(名匠)에 추대되기까지의 사연입니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되짚어 보겠습니다. 김 의원은 국민학교(초등학교)도 다녀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훈장 2개, 대통령 표창 4번, 발명특허대상, 장영실 상을 5번 받았습니다. 1992년에는 초정밀 가공분야의 명장으로 추대됐습니다. 그는 '부지런한 사람은 절대 굶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우중공업의 사환 시절부터 매일 아침 5시에 출근했습니다. 선배들을 위해 미리 기계의 워밍업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몇 년을 그렇게 했습니다. 당시의 사장은 그런 그를 정식기능공→반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그는 '내가 만든 제품에 혼을 싣지 않고 품질을 얘기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공 시 1℃가 변할 때 쇠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공장 바닥에 모포를 깔고 2년 6개월간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온도치수가공조견표'를 만들었습니다. 노동부장관이 직접 만나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는 '목숨 걸고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가 가훈이라고 말했습니다. 국가기술자격 시험 등에서 수차례 낙방했고, 2종보통 운전면허시험에서 5번 떨어졌습니다. '새대가리'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1급 자격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제안 2만 4612건, 국제발명특허 62개도 갖고 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불평하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시라, 배 아파 하지 말고 노력하시라, 하루 종일 쳐다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해답이 나온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인이 최근에 내놓은 책 <너를 사랑했던 시간>의 '프롤로그-삶이 아프다고 말하는 당신에게'도 일독할 만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문득 외로운 날,/ 꽃집에 들러 꽃을 사보세요./ 그리고 당신에게 선물해보세요./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꽃을 산 적은 있어도/ 당신을 위해 꽃을 사본 적은 없지 않나요?/ 꽃을 사서 지친 마음에 꽃아보세요./ 마음이 한결 따뜻해질 거예요.//가슴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날,/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해보세요./ 오늘도 수고했다고 흠뻑 칭찬해주세요./ 사랑받고 싶다면 당신부터 사랑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아껴야/ 남들도 당신을 사랑해주거든요.'
 
이 대목에 이르러서 보니 동양철학에 정통한 명리학과 상법의 대가들이 하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들은, 귀한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자존심이 강하고 현명하다 보니 이웃과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고, 고달파도 원망하지 않으며, 기쁜 일과 놀랄 일에도 평소와 다름이 없다고 말합니다. 비록 박복하게 태어났더라도 마음이 예쁘면 상이 좋아지고, 유복하게 태어났더라도 마음이 추하면 상이 안 좋아진다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설에는 나의 예쁜 얼굴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설 잘 쇠십시오. 꾸벅.^^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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