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섭 인제대 교수.

김해는 부산과 경남, 경남과 부산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관문 도시는 떠돌이와 외지인이 많고, 역동성이 높다. 김해의 정치적 성향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봉하마을로 표현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할 때 그 정치적 특색이 간단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 탄핵정국에 맞추어 새로운 대선후보들이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그러나 김해 지역의 사람들은 좀처럼 내색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 중앙 언론에 보도되는 일부 사람들이 70년대 말의 정치적 사고를 갖고, 촛불을 드는 사람들을 향해 저주를 퍼붓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내가 뭘 아나?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인터넷 몰라. 그런 거 하면 밥 주나?' 박근혜 대통령 지지시위에 동원된 일부 노인들의 이야기다. 물론 확고한 사고를 가지고 행동하는 분들도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의 주장을 들어보고 자신과는 다른 또 다른 하나의 주장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만이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는 지극히 폐쇄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자신들과는 다른 사람들이 폐쇄적 사고를 갖고 있다고 비난한다.
 
김해사람들은 어떨까? 2010년대 후반을 살고 있는 김해시민들은 인터넷 등 수많은 매체를 통해 자신들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파악한다. 과거에는 잘 몰라서 그랬었다고 변명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수없이 많은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는데도 왕조시대의 사고관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속으로 웃고 있을 것이다. 다른 것을 용납하기 싫어하는 자기중심적 사고 속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쓱 한번쯤 웃어주는 김해시민들이 아닐까?
 
지난 17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봉하마을을 방문했는데, 그 때 반기문 전 총장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의 시위모습도 보도된 바 있다. 반기지 않지만, 묘소를 참배하는 동안에는 참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끝나고 돌아갈 때 또 다시 야유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해시민들의 시위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반대되는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시위문화에서 벗어나 훨씬 성숙한 시위문화로 발돋움 한 것이다. 참으로 멋들어졌다.
 
김해시민의 정치의식은 매우 성숙했지만, 정치와 행정은 과연 그러한가? 잘못된 것을 지적하면, 그러한 지적을 받아들이고 수정하고 개선하려는 모습들은 일상적이지 않다. 공무원이 봉사해야 하는 대상은 국민이라고 천 번 만 번을 외쳐도 인사권을 가진 시장, 도지사,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것이 공무원 조직사회의 문화였다.
 
금번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실정이었음에도 대통령이기 때문에 충성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 아니라 박근혜 왕국의 백성이고 신하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여태 그렇게 해 왔다'라는 관행을 들먹이며, 그냥 넘어가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비정상인 일들을 정상인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비정상적인 것을 바로잡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생각한 정상이 비정상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그런 비정상을 바로잡지 못한 박근혜 정권의 공무원들은 모두 민주사회의 국민이 아니라 박근혜 왕국의 신하들인가? '나 혼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체념적 사고방식은 이제 버리고, 국민을 섬기는 올바른 공무원 의식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시민들도 지역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거나, 그러한 시민단체를 후원하는 등 시민사회가 성숙해지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자신의 문제를 누군가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김해시민들은 언론에 대해 맹목적으로 믿지도 않지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언론을 활용하기도 한다.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의 의사표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단지 '움직이지 않을 뿐'이라는 타성에 젖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즐거운 설날을 맞으면서 성숙한 김해시민으로서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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