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업계 관광객 발길 끊겨 한숨
시·문화재단 “실태조사 계획 無”


경기불황이 심화화면서 지역 예술인들의 처지가 악화되고 있다. 작품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데다 예술 관련 대외 활동 기회마저 눈에 띄게 사라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김해시 산하 김해문화재단(이사장 허성곤 김해시장)은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지역 도예인들에 따르면 진례면에서는 5년 전만해도 도자기 판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버렸다.
 
진례 고븐도예의 서희정 도예가는 "통상 설 대목에는 5~10만 원짜리 선물세트가 200세트 정도 팔렸는데 올해는 하나도 안 나간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공방을 15년간 운영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 주요 거래처가 수도권이라 경기를 많이 안탔는데 올해는 유독 사정이 좋지 않다. 작품 활동에도 피해를 많이 받는다"고 토로했다.
 
김해도예협회 전 이사장인 이한길 길천도예 대표는 "구매층이 줄어든 게 아니라 아예 없어졌다. 예전에는 사든 안사든 진례면에 있는 공방들을 돌아다니는 유동인구가 제법 있었는데 요즘은 개미 한 마리조차 안 보일 정도다. 젊은 층은 수입도자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김해 지역의 한 예술단체가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김해뉴스DB

이런 현실은 도예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미술과 음악, 연극 분야의 예술인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김해예총 연예예술인협회 김성훈 지부장은 "불황 탓에 행사 자체가 많이 줄었고 관객도 없다. 20년 전에 공연을 했을 때 출연료로 30만 원을 받았다. 이상하게도 물가는 올랐는데 출연료는 줄었다. 보통 20만 원 선이거나 아예 못 받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대리운전, 식당 등 개인 사업을 하는 예술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개인전을 3차례 가졌다는 서양화가 이 모(37) 씨는 "낮엔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작품 활동을 한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예술이 아닌 다른 일이 주업이 돼 버리면 정체성을 잃어버릴 것 같아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해예총 장유수 지회장은 "예총에 800여 명의 지역 예술인들이 소속돼 있다. 이중 90%가 겸업작가들이다. 순수예술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경기가 안 좋아지니 더 위축되는 게 사실이다. 예술인 강의와 작품 매각, 행사 등이 계속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매년 시에서 지원하는 문화예술 사회단체에 대한 보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극단 번작이의 조증윤 대표는 "연극 작품을 하나 만들면 순 제작비만 무대제작비, 인건비 등을 합쳐 3000~5000만 원이 든다. 보조금은 200~300만 원 선이다. 일반 예술단체는 50~100만 원을 받는다. 제작비의 10%도 안 되는 수준인데도 일단 받고 나면 볼모로 잡힌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올해는 아예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한 예술인은 "예술단체들은 지원금이 깎일까봐 시에 싫은 소리도 못한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 예술인들의 복지에 대한 정책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유수 회장은 "결국 관심도의 문제이다. 예술인들한테는 선거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일 뿐이다. 시는 근본적으로 예술단체 지원 금액을 2배 이상 증액하고 예술인들을 사회 발전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과 창작환경을 개선하는 데 대해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해문화재단 관계자는 "예술인의 실태 조사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생활예술인, 직업예술인을 구분하기 어려워 기준을 잡기 어렵다. 청년예술인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 조사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인 복지와 창작환경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에서 총 5008명의 예술가를 조사한 결과 예술인 개인이 예술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 수입은 평균 1255만 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예술인의 50%가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겸업 예술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