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옆 외동차고지 출발
새벽시장 비롯한 구도심엔 ‘옛 향기’ 물씬

서상동 분성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고즈넉한 수로왕릉·한옥체험관 펼쳐져

해반천 가로질러 내외동신도시 접어들면
15~20년 아파트·생활편의시설 즐비

장유상권 코아상가 지나 아파트단지 진입
온 길 되돌아 다시 외동버스차고지로


김해 본동과 장유를 오가는 21번，21-1번 버스는 교통수단을 넘어 두 지역을 잇는 가교이다. 이 '가교'는 김해에서 종종 회자되는 '김해 사람'과 '장유 사람'의 분별심을 지우고, 두 지역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정겨움을 갖고 있다. 버스는 김해의 원도심과 옛 신도시를 지나 기어이 김해 남쪽의 너른 들을 보여준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대비되고, 도시와 농촌의 영역을 넘나드는 풍광은 이 버스를 탔을 때만 누릴 수 있는 복이다.
　
21번 노선은 외동차고지를 떠나 김해원도심~외동~흥동을 찍고 장유 1·2동을 고루 지나간다. 노선이 비슷한 21-1번은 김해원도심~외동까지의 노선은 같지만 외동사거리에서 주촌을 거쳐 장유로 넘어간다. 가야IBS 김재웅 노무부장은 "전에는 21-1번 노선을 지나는 버스가 21번이었다. 그러다 장유신도시가 발전하면서 장유행 노선이 생겨 21번을 달았다. 2012년 주촌을 거쳐 장유를 가는 21-1번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21-1번이 먼저 생겼지만 장유 인구가 는 덕에 지금은 21번 이용 승객이 훨씬 많다. 버스 운행 대수는 21번은 하루 8대 15~20분 간격，21-1번은 하루 5대 20~24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21번과 21-1번은 신세계백화점·이마트 김해점 옆에 새로 생긴 외동차고지에서 출발한다. 지난달 26일 21번 버스에 오르자 김경수 기사가 첫 승객인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버스는 전하로를 지나더니 오른쪽으로 몸을 틀면서 김해 중심 간선도로인 김해대로에 다다랐다. 차창 왼편에는 경전철과 해반천, 오른편에는 새로 선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김해여객터미널이 눈에 들어왔다. 보기에도 시원한 김해대로와 김해에서 가장 넓다는 백화점과 고층 건물들이 '도시 김해'의 매력을 뽐냈다.
　
김해대로를 벗어난 버스는 김해시청·부산 방면으로 좌회전했다. 왼편에는 과거 김해 유일의 경찰서였던 김해중부경찰서가 오른편에는 김해에서 가장 집값이 높다고 알려진 푸르지오아파트가 서 있다. 그 옆에서도 부봉지구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버스가 아이스퀘어몰 앞에서 좌회전하면서 본격적으로 구도심의 속살이 드러났다. 김해대로에서 왕복 2차로인 가락로로 접어드니 경치가 답답해졌다. 그 무렵 과일가게와 생선가게, 자전거를 타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 등 소소한 일상의 모습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새벽시장 건너편에 있는 금강병원 정류장에는 특히 장바구니를 든 50~70대 아주머니 승객이 많다. 이곳을 지나면 버스는 분성사거리까지 2~5층의 낮은 상가가 줄지어 서 있는 거리를 지나간다. 과거에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매장이 많았지만 지난 1년간 폐점한 곳이 많아 임대 딱지가 붙은 가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분성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김해사람이라면 한 번쯤 소풍이나 나들이로 와봤음직한 수로왕릉이 나타난다. 버스에서는 왕릉이 보이지 않지만 왕릉 정문인 숭화문의 태극 문양과 탁 트인 왕릉 광장은 한눈에 들어온다. 수로왕릉 옆 골목에 있는 한옥체험관에도 눈길이 간다. 굳이 여기서 식사나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고즈넉한 한옥 담벼락길을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잠시 김해의 옛 정취에 빠지다 보니 버스는 어느새 해반천을 가로질러 김해의 '구(舊)' 신도시인 내외동을 달리고 있었다. 한국아파트, 한국2차아파트, 성원아파트 등 내외동에는 높이 15층 내외로 15~20년 전에 조성된 아파트들이 많다.
　
주거지가 많은 만큼 생활편의시설도 많다．한국아파트에서 일동한신아파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는 아파트 건물이, 왼쪽에는 생활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해에서 최대 규모인 중앙병원을 비롯한 각종 의료시설과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젊은층이 즐겨찾는 패스트푸드점과 카페들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몰리다 보니 여기서 버스를 타는 승객도 많다.
　

승객 장 모(47) 씨는 "집은 내동，직장은 장유다. 일을 하면서 3년간 21번，21-1번을 탔다. 직장을 바로 갈 수 있어 편리하지만 가끔은 승객이 너무 많아 서서 갈 때도 많다"고 말했다．
　
외동사거리에 들어서면 주촌선천지구 공사 현장을 오가는 덤프트럭이 많이 보인다. 이 주변은 외동과 주촌면이 만나는 곳으로 김해에서 차가 가장 많이 막힌다고 한다. 여기에서 21-1번은 직진해 주촌으로，21번은 좌회전해 흥동으로 향한다.

흥동과 명법동에 들어서면 내외동과 전혀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개발이 도심보다 덜 이뤄진 데라서 큰 건물은 좀처럼 구경하기 어렵다. 버스 밖 풍경도 사람이나 건물보다는 낮은 산과 구릉이 더 눈에 띈다. 여기서부터는 버스 승객 수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명법동 중고차매매단지 인근에는 한샘, 일룸, 파크랜드, 인디안아울렛 등 1~2층 높이의 인테리어나 브랜드 의류 아웃렛 매장이 모여 있다．장순자(61·서울시) 씨는 "자동차 사업을 하고 있어서 매달 중고자동차매매단지를 방문한다. 터미널에서 매매단지를 오가는 21번과 44번을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잠시 뒤 버스는 대규모 조성 공사가 한창인 서김해일반산업단지 부지를 지났다. 멀리 장유 아파트단지가 파노라마처럼 눈에 들어왔다. 버스는 아파트단지 쪽으로 곧장 가지 않고 장유의 일번가였던 장유농협으로 향했다. 장유농협 정류장은 시외버스 정류장으로도 사용돼 기다리는 승객들이 꽤 많다. 장유농협 옆에는 신도시 개발 이전에 지어진 약 5~10층 높이의 낡은 복합상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상가 사이 공간에서는 장유오일장이 열린다.
　

버스는 장유1동주민센터를 지나 아파트촌으로 들어섰다．21번 버스는 최근에 조성된 장유3동(율하 지역)을 제외하고는 장유 구석구석을 달린다. 갑오마을，석봉마을 부근에는 높은 아파트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아파트를 둘러싼 상가에는 슈퍼마켓, 부동산, 학원 등 생활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버스는 장유 최대 상권 지역도 지나간다. 아파트단지 한 가운데에 있는 코아상가는 장유의 핵심 상권이다. 코아상가 인근의 버스정류장은 빨간 우체통처럼 앙증맞은 모습이다. 코아상가를 중심으로 5~7층 높이의 대규모 상가 빌딩 10여 개가 들어서 빌딩 숲을 이루고 있다. 코아상가를 조금만 지나가면 각종 빵집, 식당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들로 길을 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돌릴 정도다. 코아상가에서는 식사에서부터 은행, 쇼핑까지 대부분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장유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손꼽히기도 한다.
　
버스는 다시 관동중학교 능동삼거리 방향으로 돌더니 다시 아파트단지로 들어갔다. 부영아파트, 팔판마을 푸르지오 등 아파트 행렬은 쉬 끝나지 않았다. 이쪽은 장유 중심 상업지역이나 동김해 거주지보다 상권, 생활시설 인프라가 덜 갖춰진 편이다. 반면, 아파트 사이사이에 공원이 제법 조성돼 있고 아파트 주변에 녹지대가 많아 분위기는 조용하고 평온하다.
　

버스는 아파트 숲속을 돌고 나서는 다시 왔던 길을 따라 장유농협，명법동，내외동，부원동을 지나 외동 버스차고지로 향했다. 가야IBS 관계자는 "21번 버스 노선은 승객이 늘어나면서 버스 대수도 많아졌다. 장유 율하지구가 발전하면 나중에는 율하까지 노선을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 단위로는 전국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장유. 그 중심을 동맥처럼 관통하는 21번，21-1번 버스는 장유의 어제와 오늘을 지금도 지나가고 있다. 훗날 두 노선이 어떤 길과 마을을 돌며 궤적을 그려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21번 노 선 도
외동차고지(종점)~이마트 신세계백화점·김해터미널(정문)~봉황역~김해중부경찰서~금강병원~중앙치안센터~신한은행~분성사거리~수로왕릉~김해도서관~김해보건소~한국1차아파트~한국2차아파트~중앙병원~한신아파트~일동한신아파트~대법륜사~풍유동~풍유2통~명법1통~명법2통~내덕~장유농협~장유우체국~장유1동주민센터~장유석봉마을~월산초등학교~대동피렌체앙코르~삼문고등학교~능동삼거리~장유도서관~갑오마을~부영8차아파트~계동초등학교~덕정~관동중학교~팔판마을~신안교~대우푸르지오6차~팔판마을1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