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곡마을 안 도로는 차량 두 대가 지나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좁다.(사진 왼쪽) 공장 앞 개울에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장유 1동 아파트 숲 맞은편 ‘부곡마을’
2000년 이후 준공업지역 변경 돼
농사짓던 마을이 ‘부곡공단’으로


 

"공장 소음 때문에 딱 죽을 맛인데, 김해시에는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다. 그때마다 눈으로 확인만 하고 돌아간다." 장유 부곡동 부곡마을 김 모(74) 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장유1동주민센터를 지나 진례면 방면으로 왕복 6차로 장유로를 가로지르다 보면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 숲 맞은편에 부곡마을이 있다. 133가구가 모여 사는 자연마을이다. 가구 수는 개인공장이 포함된 숫자다. 부곡마을은 조선 예종 때부터 '부량곡리(釜良谷里)'로 불려왔다. 그 뒤 '부곡리'로 개명됐다. '부곡(釜谷)'은 지형이 가마솥처럼 생긴 데서 유래했다.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이곳을 가마실 또는 가매실이라 부르고 있다.
 
부곡마을에서는 주로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왔다. 마을에 공장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 마을 일대의 토지 용도가 준공업지역으로 변경되면서부터다. 점차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어지자 주민들은 가지고 있던 논을 팔았고 비옥한 농지는 딱딱한 시멘트에 묻혀버렸다.
 
이곳은 장유 주민들 사이에서 '부곡공단'이라 불릴 정도로 개별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총 139개의 공장(자가 106개, 임대 33개)들이 쉼 없이 기계를 돌리고 있다. 양초, 파이프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 공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민 박 모(78) 씨는 "마을 안 공장들은 방진시설, 집진시설 같은 공해저감시설을 안 갖추고 있다. 김해시에 소음, 공해 피해를 호소해도 해결되는 것이 없다. 자연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살다 죽으라는 건지. 이제는 지쳐서 민원 제기도 안 한다"고 하소연했다.
 
마을 안을 둘러보니 주택 바로 옆에 공장이 들어서 있거나 약 5의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공장과 주택들이 마주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공장 앞의 개울에는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주민 이 모(70·여) 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맑은 물이 흐르던 개울이었다. 소음과 공해로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기계 소리만 무성한 마을이 돼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출퇴근 시간이 되면 마을주민과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가 불편을 겪는다. 장유와 진례면을 오가는 부곡~냉정 도시계획도로의 확장 공사가 더뎌지면서 마을 앞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탓이다. 게다가 마을 안 도로는 거미줄처럼 엉켜있어 차 한 대가 오가기도 쉽지 않다.
 
주민 이 모 씨는 "출퇴근 시간에는 차량 통행이 많아 마을 안과 밖을 걸어 다니기가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업체 관계자도 "장유와 진례면을 오가는 차량이 워낙 많다보니 출퇴근 시간이 되면 거의 전쟁을 치르다시피 한다. 제조업체들이 많아 각종 자재를 실은 대형 차량들이 자주 오간다. 마을 안 도로에서 대형 차량과 마주치면 후진을 해 차를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곡공단 내의 공장은 200평 기준 임대료가 500만 원 정도로 높은 편이다. 남해고속도로 등 고속도로와 가까워 교통이 편리한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김해뉴스 /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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