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풍차' 대표 박효순·이주영 부부.


김해 대표 '윈도우 베이커리' 파란풍차
경남 유일의 부부 제과기능장이 운영
자연 발생 효모 천연발효종 빵 고집

유산균 종 등 빵 종류만큼이나 다양
먹고 난 뒤 속 편하고 몸에도 좋아
신제품 허니크림치즈브래드 인기 몰이 중

'배워서 남 주자' 철학 제빵 정보 공유 열심
더 많이 공부하고 재능 기부하는 빵집 될 터



제과제빵사라면 누구나 제과기능장을 꿈꾸지만, 이 '타이틀'을 따는 일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능장 응시조건만 해도 현장에서 9년 이상 혹은 제과기능사 취득 후 7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제과제빵계 베테랑들만 모여 시험을 치는 데도 합격률은 20%를 넘지 않는다. 경남 전체에서도 제과기능장은 50명이 채 안 된다. 약간 엄살을 피우자면 '하늘의 빵 따기'인 셈이다.
 
김해의 대표 빵집인 '파란풍차'의 대표 이주영(52)·박효순(47) 부부는 되기가 그리 어렵다는 제과기능장이다. 그것도 경남 유일의 부부 기능장이다. 남편 이 씨는 2013년, 아내 박 씨는 지난해 10월에 기능장이 됐다.
 
부부는 빵을 인연으로 만나 빵과 함께 살아온 사이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다 빵을 만든 건 아니다. 20여 년 전 유난히 빵을 좋아했던 회사원 박 씨와 제빵사인 이 씨는 소개팅에서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울산에 살던 부부는 1996년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김해 땅에 빵처럼 부푼 꿈을 안고 내려왔다.
 
처음엔 6~7평짜리 가게로 시작했다. 제빵사인 이 씨는 빵을 만들었고, 박 씨는 빵을 정리하거나 파는 매장 일을 맡았다. 이 씨가 만든 맛있는 빵과 박 씨의 친절 서비스로 고객이 점차 늘었다. 박 씨가 본격적으로 제빵에 손을 댄 것은 2000년 무렵.밤새 빵을 빚는 남편을 도우면서 박 씨도 제빵 기술을 익히게 됐다. 남편은 아내가 제빵에 흥미와 재능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아내가 대학교에서 전문적으로 빵 공부를 하도록 지원했다.
 
박 씨는 36세 늦깎이 대학생이 되어 제과제빵 이론을 배우기 시작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박 씨한테는 물론 파란풍차에도 큰 전환점이 됐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를 남편과 공유하며 두 사람은 '공부하는 제빵사'가 됐다. 함께 기능장 시험도 준비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현재 파란풍차의 상징인 천연발효종 빵에 눈을 뜨게 됐다.
 

▲ 곡물브래드, 단호박쌀빵, 허니크림치즈브래드(왼쪽사진부터 순서대로).

천연발효종 빵은 인위적으로 배양한 이스트 대신 자연 상태로 생성된 효모로 만든 것이다.천연 효모는 만드는 데 짧게는 대여섯 시간에서부터 길게는 수일을 숙성시켜야 할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스트보다 균질한 맛을 내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반면,빵의 풍미를 더해주고 빵의 소화를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박 씨는 "천연발효종 빵은 '슬로우 푸드'다. 실온에서 발효시키기 때문에 시간이 제법 걸리지만 이 빵을 먹으면 일단 속이 편안하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발효 음식이나 자연 효소를 먹는 시대인데, 빵에도 천연발효종을 쓰면 몸에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천연발효종 빵이지만 손님들이 처음부터 이를 반긴 건 아니다. 누룩종을 쓸 때에는 조금만 발효가 더 진행돼도 시큼한 맛을 내는 효모의 특성 탓에 갓 구운 빵인데도 '쉰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다. 그러나 부부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꾸준히 발효종을 늘려 갔다. 그 덕에 지금은 파란풍차에서 파는 대부분의 빵이 천연 효모로 만들어진다. 현재 사용하는 발효종은 유산균종,화이트사워종, 치아바타종, 포카치아종,쌀르방종, 베이글종 등이다.빵 종류만큼 발효종도 다양하다.
 
박 씨는 "가게에 단골손님이 많다.10년 동안 천연발효종 빵을 먹다 보니 인이 박였다고 생각한다.입에 좋고 몸에 좋은 빵에 익숙해져 일반 빵을 먹기 어려워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남편 이 씨는 "이제는 맛있는 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고,맛있으면서도 몸에 이로운 빵이 사랑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파란풍차 연지공원점에 진열돼 있는 빵들.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빵은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그중에서도 '쌀 스티커'가 붙은 빵이 지갑을 자주 열게 한다.흰색 스티커가 붙은 빵은 100% 쌀가루로 반죽한 것이다.특히 단호박쌀빵이 잘 팔린다.부부는 쌀가루로 만든 빵이 가진 특유의 퍽퍽함을 줄이려고 빵 안에 크림과 단호박을 넣었다.쌀로 만든 빵이라고 굳이 내색을 하지 않으면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고 촉촉하다.달콤하면서도 구수한 맛이다.
 
박 씨가 손수 개발한 곡물브래드 빵도 군침이 돈다. 귀리, 수수, 조 등 다섯 가지 곡물이 들어간 반죽에 찹쌀을 넣어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빵 안에 앙금이나 크림 대신 완두콩과 단팥이 들어 있다. 하나를 먹고 나면 맛도 영양도,배도 든든해진다.
 
올 초 개발한 신제품도 인기 몰이 중이다.허니크림치즈브래드는 크림치즈의 풍미와 슈크림의 달콤함이 잘 어우러진다. 하얀 빵 안에 든 노란 크림이 꿀을 떠올리게 해 '허니'라는 이름이 붙었다. 맛도 이름만큼 달다.
 
파란풍차의 인기 제품 중에는 다른 세미나에서 배운 기술로 만든 빵과 경남제과협회 빵 개발팀에서 만든 빵도 있다. 단호박쌀빵도 경남제과협회 협회장인 이 씨와 빵 개발팀이 공동으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나온 빵은 제과협회 소속인 경남 지역 빵집에 교육이나 세미나를 통해 공유된다.
 
부부는 배운 것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들이 만든 빵을 문화센터 수강생들이나 지인들과 공유한다. 배우고 가르쳐주면서 빵을 통한 재능 기부에도 열심이다. 박 씨는 "이제 나만 아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아닌 윈도우 베이커리(개인이 직접 빵을 만들고 파는 베이커리)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이를 나누면서 공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워서 남주자'는 철학 때문에 박 씨는 요즘도 인제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부부는 또 매년 일본 동경제과학교를 방문해 식견을 넓히고 있다.박 씨는 "기능장 자격은 빵집 간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여전히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해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씨는 "일본에서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점차 사라지고 윈도우 베이커리가 커지는 등 제빵업계의 변화가 빠르다"며 "일본 사례에서 우리나라의 윈도우 베이커리의 희망을 발견한 만큼 앞으로 배우는 자세,정보를 나누는 자세로 공생하는 가게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부부는 가게에 붙은 '부부기능장의 집'이라는 현수막을 자랑스럽게 바라봤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파란풍차 연지공원점 /김해시 금관대로1368번길 18(내동 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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