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의혹과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 등으로 논란이 돼 온 태광실업의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이 김해시의원 폭행사건으로까지 비화됐다. '대의민주주의'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폭행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본다.

 

▲ 지난달 13일 김해시의회 의정관에서 삼계나전지구의 폐기물 매립 의혹 규명을 위한 회의가 열리고 있다. 회의 후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스피커 폰 통해 욕설, 주변서 들어
이영철 의원, 전치 3주 진단 입원



지난달 13일 오전 9시 김해시의회 2층 의정관에서 회의가 열렸다. 삼계나전지구의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에 대한 규명 방식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이하 김해양산환경연)은 지난해 9월부터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에 따라 태광실업이 보링(땅 속에 구멍을 뚫어 토질을 조사하는 방법)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보링 개소수와 시료검사 업체 선정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관련 회의가 열렸던 것이다.
 
이 자리에는 도시관리국장, 도시계획과장, 담당 주무관 등 공무원 3명과 김해시의회 삼계나전 특위 소속 이영철 의원, 엄정 의원, 이정화 의원, 김해양산환경연 관계자 3명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약 1시간 동안 보링 개소수와 시료검사 업체 선정 방법에 대해 협의했다. 이후 이영철 의원이 협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태광실업 관계자 정 모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의원은 현장에서 공무원으로부터 전화번호를 건네받았다. 통화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폰을 통해 이뤄졌다. 그런데 정 씨가 "의원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X같은 XX 말이야", "야 임마 거 내가 보자. 10분 안에 갈게. 이 노무XX"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현장에 있었던 김해양산환경연 관계자는 "녹취 중이라고 했는데도 정 씨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사람이 다 듣는 상황에서 폭언을 해 당황했다. 민망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의정관에서 한참동안 정 씨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자 10시 20분께 자리를 떴다.
 
의정관에서 나온 이영철 의원은 자신의 의원연구실 앞에 서 있는 정 씨를 발견했다. 초면이었던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눈 뒤 커피를 마시며 연구실 소파에 앉아 30분가량 의견을 나눴다. 이 과정에서 정 씨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는 "사심이 있으니깐 하는 말 아니냐.", "법에 의해서 하란 말이야 임마.", "적법하게 해라, 적법하게 안 하면 내가 어떤 방법으로라도 가만 안 둔다.", "어느 의원이 XXX아. 법에 없는데, 니 맘대로 하노"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이 의원은 "손님이 오기로 돼 있다. 나가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의원이 먼저 연구실을 나섰고 정 씨가 뒤를 따랐다.
 
정 씨는 "기자실에 가자 임마!"라며 이 의원의 팔을 잡은 채 1층 계단으로 내려왔다. 이 때 정 씨가 안 내려가려는 이 의원을 억지로 끌어당기면서 폭행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팔과 손을 잡고 이 의원을 끌어내리던 정 씨는 이번에는 이 씨의 허리춤을 잡아당겼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의 허리띠 중간 부분이 끊어지고 바지 후크가 떨어졌다. 소란을 접한 의회 사무국 직원과 시의원 등 7명이 달려와 이들을 말렸다. 정 씨가 이 의원에게 재차 달려들려 하자 사무국 직원들이 가운데에서 저지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자리를 피해 의원연구실로 다시 돌아가자 정 씨도 뒤따라갔다. 그는 이 의원이 자리를 피하려 하자 "앉아"라고 외치면서 이 의원을 소파로 밀어 주저앉히기도 했다. 이를 사무국 직원과 다른 의원, 기자 등이 지켜봤다.
 
이 의원은 사건 발생 나흘 뒤인 지난달 17일 허리, 다리 통증으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이 의원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당초 보링 작업을 하기로 한 지난달 17일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런 소식이 없어 본회의에 참석한 후 입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 연휴 때 정 씨가 밤늦게 전화를 걸어왔으나 받지 못했다. 그 한 차례 외에는 전화를 걸어온 적도 사과를 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 김해 의정모니터링단 기자회견 전문

김해시의회는 김해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김해시 행정 집행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김해시정 활동에 대한 견제와 비판기능을 통해서 김해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곳이다. 그런데 지난 1월 13일 김해시의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삼계 석산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을 풀기 위해 시청 공무원과 시의원,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이 협의를 진행하던 중에 그 자리에 불참했던 관련 업체 직원이 스피커 폰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녹취를 하고 있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석한 참석자들도 듣기에 민망한 갖은 욕설을 시의원에게 퍼부은 것이다.
 
이어 잠정협의 종료 후 시의회에 나타난 업체 직원은 시의원실에서 의견조율이 힘들어지자 욕설과 함께 시의원을 1층으로 끌고 내려가며 당기고 밀치고를 반복하였다. 시의원의 허리띠가 끊어지고 바지가 뜯어지는 폭력 상황은 겨우 주변에 있었던 의원 및 사무국 직원들이 업체직원을 떼어 냄으로써 종료되었다.
 
그런데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나도록 마땅히 있어야 할 시의회 차원에서의 조치가 아무것도 취해지지 않았기에, 김해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의정참여단은 대의민주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1월 23일로 예정하였다. 하지만 김해시의회 스스로 유감 표시 및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낸 보도자료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일단 시의회 진상규명위원회를 믿고 지켜보자며 기자회견을 취소하였다.
 
그러나 23일 월요일 이후 보도자료에 대한 기사는 김해시민들이 시의회의 진상규명 의지를 알기에는 매우 부족하였다. 위의 사실이 김해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보도자료의 내용조차도 어떤 측면에서 유감인지 구체적인 언급도 없이 단지 '의회 내에서 일어난 폭력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로 발표함으로써 동료의원의 폭행사건에 대해 공분하고 있지 않음을 드러내었다. 손바닥도 부딪혀야 소리나니 한 사람만 잘못했겠냐는 식의 중립적 보도내용은 이번 폭력사태를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지 못함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해시의회의 단호하고 확고한 진상규명의지를 기대했던 시민단체의 입장으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의정참여단에서는 시의회에서 일어난 시의원 폭력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위원회가 적극적이고 명확하게 활동에 나설 것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이 시급한 사안임을 다시 한 번 언급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 김해의정모니터링단이 지난달 25일 김해시청 브리핑룸에서 시의원 폭행사건에 대한 시의회 차원의 고발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김해시민에 의해 선출된 김해시민의 대리인이다. 그 어떤 시의원이라도 업무 중 그것도 시의회 안에서 폭력을 당한다면 그것은 그에게 의사를 맡긴 김해시민에 대한 폭력이고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시의원은 시민단체에서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고 의혹을 제기했던 삼계나전 석산 불법 폐기물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규명에 나섰던 의원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시민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 의혹을 풀고자 애썼던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이 시의회라는 공공의 장소에서 업체직원에게 폭력을 당한 것에 있는 만큼 이것이 유야무야 용인된다면 의회 안에서 이런 일이 재발되지 말라는 법이 없고, 또 다른 시의원이 이권과 관련된 업체들에 의해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을 받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따라서, 김해 의정모니터링단은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밝힌다.
 
하나, 폭력을 행사한 업체는 즉각 김해시민에게 공개 사과하고 해당 업체 직원을 엄중 문책하라! 하나, 시의원 폭력사건에 대한 김해시의회 진상규명위원회는 조속히 실태를  파악하라! 하나, 의회는 의회 스스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업체 직원에 대해 고발조치를 취하라! 하나,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김해시 차원의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마지막으로, 우리 김해 시민사회단체는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그 누구로부터라도 부당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연대해 나갈 것이다.

김해여성회·김해여성의전화·우리동네사람들·김해노동인권상담센터·김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정의당김해시지역위원회·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 김해시의회 보도자료 전문

김해시의회(의장 배병돌)는 지난 13일 오전에 의회 내에서 일어난 폭력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움을 밝히며 의회 차원에서 조사하겠다고 했다.
 
배병돌 의장은 "지난 13일 오전 의회 2층 의정관에서 삼계나전지구 폐기물 불법매립 의혹 규명 협의회 회의 후에 이영철 의원 사무실에서 일어난 언어와 물리적 폭력에 대해 김해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히 배병돌 의장은 "김해시의회를 이끌고 있는 의장으로서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시민 여러분들에게 김해시의회가 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