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문제는 인류 역사 이래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먹지 않고 살 수도 없고, 맛있는 음식이 주는 유혹과 만족을 포기하기도 힘들다. 일상생활에서 주부는 어떤 음식으로 식사를 만들어낼지 걱정이고, 직장인들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고민이다. 맛있는 집을 소개하는 방송은 인기를 끌다 못해 방송조작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스마트폰에서 맛집정보를 제공하는 앱은 이용자들에게 기본으로 깔아야 할 1순위 조건이다.
 
지난 7월 '미슐랭 가이드'가 처음으로 한국편을 다루어 국내에서 많은 화제가 된 바 있다. '미슐랭 가이드'는 암행 취재로 세계의 맛집에 별점을 매기는 레스토랑 평가 잡지로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지고 있다. 그런 책이 한국편을 다루었으니 환영하는 목소리도, 그들의 시각에 좌지우지 되는 국내 반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팽팽하게 대결했다.
 
어찌되었든 프랑스 요리도 세계 최고, 미슐랭가이드 역시 세계 최고라 자랑하는 책자라는 점에는 반발할 수 없다. 프랑스는 어떻게 이런 영광을 두 개나 차지하고 있는 걸까.
 
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일본의 '쓰지초' 요리교육 연구소 연구주간 야기 나오코 씨가 프랑스 요리와 비평의 역사를 책으로 썼다. 미적 감각까지 추구하는 유별난 프랑스 요리문화가 만들어진 배경부터 레스토랑의 탄생과 요리 비평까지 다룬 책이다.
 
이 책은 평소에 우리가 궁금해 하던 것에 대해 역사적 사례를 들어가며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먼저 레스토랑의 탄생부터 보자.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때 주인인 귀족들이 목숨을 잃거나 외국으로 망명한 후 많은 고용 요리인들이 살길을 찾아 식당을 개업했다는 설이 있다. 혁명 후 파리의 레스토랑 수는 다섯 배나 늘었다. 그러나 1765년 무렵 파리의 루브르 궁 근처에서 '부용(bouillon)'을 파는 '블랑제'라는 인물이 등장한 기록이 있다. 가게에는 "블랑제는 훌륭한 레스토랑을 팝니다"라고 쓴 간판이 걸렸다. 블랑제의 '레스토랑'은 고기를 푹 고아서 우려낸 맛국물인 부용을 가리킨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한 레스토랑의 어원이 된 요리다.
 
프랑스에는 레스토랑이 점점 많아졌고, 혼자 레스토랑을 찾아 식사를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갔다.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에 대해 1825년 법률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사바랭이 정의를 내렸다. "레스트로라투르란 언제든지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해서 장사를 하는 사람을 말하며, 요리는 손님의 요구에 맞춰서 1인분씩 정해진 가격에 판다. 그런 가게를 레스토랑이라고 부르며, 가게를 꾸려가는 이가 레스토라투르다. 요리의 이름과 가격을 쓴 목록을 메뉴라고 부르며, 제공된 요리의 양과 가격이 적힌 문서를 계산서라고 한다." 이렇게 간단 명확할 수가!
 
다음은 미슐랭 가이드의 탄생 편을 살펴보자. 전세계 모든 음식점들이 이름 한 줄이라도 올리고 싶어하는 미슐랭 가이드는 1900년 처음 무료로 배포됐다. '미슐랭'은 세계적인 타이어 제조업체로, '미슐랭가이드' 창간호 역시 타이어 탈착과 수리방법, 미슐랭 타이어 취급점 목록을 수록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위한 이 가이드 북에는 1천312곳의 호텔이 소개됐다. 수록된 호텔들의 경쟁이 촉진되면서 1909년 판에는 만족스러운 점심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호텔을 표시했다. 파리에서 지방으로 정보를 확대하며 호텔과 레스토랑의 수준을 별표로 매기기 시작한 것은 1926년부터였다. 미슐랭 가이드가 가진 지도와 정보의 정확성은 2차 세계대전의 군사정보로도 쓰였다.
 
이 책에는 오늘날 프랑스 요리문화를 만든 요리사와 미식가들, 미술랭 가이드 외의 요리 비평잡지 등 프랑스 음식문화를 둘러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현실에서, 프랑스 요리가 어떻게 세계 최고로 자리 잡았는지 알아보는 교양독서가 되어 주는 책이다.
▶야기 나오코 지음·위정훈 옮김/따비/298p/1만5천800원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