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직장동료’ 단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환하게 웃고 있다.

주부 7명 연극동호회 '직장동료'
2013 도서관 인문학 모임 계기
'날 좀 보소' 등 공연 다수


지난달 19일 내동 재미난사진관. 유쾌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몇몇 사람들이 말린 분홍빛 안개꽃을 든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돌리는 게 나을까요?", "눈을 좀 더 크게 떠야 하나?" 사진사 앞에 선 곽지수(49·여) 대표의 미소가 노란 조명을 받아 더욱 빛났다.
 
연극동호회인 극단 '직장동료'의 프로필 사진 촬영 현장. 이들은 홍보 전단지에 들어갈 사진을 제작하고 있는 중이었다. 곽 대표는 "오늘 사진 콘셉트의 주제는 '주부의 전성기'이다. 아름답고 젊었던 20대 시절처럼 화려한 현재를 즐기고 있는 우리 모습을 기록하고 싶다"며 웃었다.
 
극단 직장동료는 2013년 화정글샘도서관 인문학모임에서 출발했다. 당시 인문학 모임에 참석했던 곽 대표는 모임 회원들과 연극 동아리를 꾸렸지만 1년이 지나자 흐지부지 돼 버렸다.
 
곽 대표는 오로지 열정 하나만으로 김해 아이쿱생협의 책모임을 통해 연극에 참여할 사람 11명을 모았다. 이들은 '두 여자'라는 연극을 처음 무대에 올리면서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이후 밀양 송전탑 설치에 반대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날 좀 보소'를 무대에 올렸다. 곽 대표는 "밀양 송전탑 투쟁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밭농사를 돕기 위해 밀양에 갔다. TV로만 접했을 때는 할머니들이 보상금을 얻기 위해 투쟁하는 것처럼 보였다. 막상 가보니 그 반대였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날 좀 보소>를 읽은 뒤 연극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극단 이루마에서 '살, 살 좀 풀지'를 무대에 올렸다. 극단 직장동료의 대본은 곽 대표가 직접 쓴다. 대본을 써 본 경험은 없었지만 곽 대표는 관련 책과 자료를 수십 번 읽으며 대본을 써내려간다. 곽 대표는 "어릴 적 꿈이 코미디언이었다. 많은 사람을 웃게 해주고 싶었다. 그동안은 평범한 주부였다. 주부의 사회참여는 고작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였다.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사회 풍자 등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동료는 지난해에 '공정무역'을 주제로 한 인형극을 만들었다. 아동양육시설 방주원, 삼계동 화정글샘도서관 등 어린이 관객 앞에서 공연했다.
 
현재 단원 수가 7명인 직장동료는 매주 목요일 외동 김해복합문화공간 공간easy에 모여 연극 연습을 한다. 공연을 앞 둔 날에는 매일 모여 1~2시간이라도 연습한다.
 
단원 이현정(45·여) 씨는 "연극을 할 때마다 다양한 성격의 배역을 맡는 일이 참 매력적이다. 무대에 올라 관객의 에너지를 받을 때마다 연극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다른 단원 손혜진(51) 씨는 "단원과 만나는 순간부터 정말 즐겁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보는 세상의 범위가 다양해지고 넓어진다. 연극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힘이 많이 커졌다"고 말했다.
 
직장동료는 올해에는 2015년에 공연했던 '살, 살 좀 풀지'의 대본을 각색해 새롭게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곽 대표는 "다른 전문 극단과 비교했을 때 실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열정만은 뒤지지 않는다. 김해에는 작품을 올릴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주로 찾아가는 공연을 하고 있다. 공간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서 공연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주부극단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성별, 연령 가리지 않고 단원을 모집한다.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 관객에게 작은 역할을 주기도 한다. 무대 앞에서는 객원 단원의 경우 김해시민 모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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