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얼마 전, 김해의 문화예술계 대표들이 <김해뉴스>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김해시를 비롯한 외부의 관심과 지원 확대를 희망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스스로의 내공을 높임으로써 자발적인 관심과 지원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오늘 자 12면)
 
새삼 '문화'와 '표현의 자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특정 작품이 외설이란 공격을 받았을 때 자주 옹호하는 입장에 섰습니다.
 
연세대 국문과 교수였던 마광수가 소설 <즐거운 사라>로, 소설가 장정일이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구속됐을 때는 칼럼을 써서 해당 작품을 옹호했습니다. '검찰이 문학평론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때 저는 음험한 정치적 복선을 읽었던 모양입니다. 영화감독 장선우의 작품들에 대해서도 그랬습니다. 그는 <너에게 나를 보낸다> <거짓말>을 찍었습니다. 사람들이 '포르노'라고 공격했을 때, 지식인의 허위의식과 단독자일 수밖에 없는 사회인의 지독한 고독 운운하면서 옹호했습니다. 장선우가 "우리처럼 억압과 고통이 많은 사회가 어디 있나. 사회 내부는 굉장히 복잡한데, 사회를 주도하는 이데올로기는 굉장히 단순하고 독선적이다. 너무 억압적이어서 화가 난다"라고 했을 때, 순순히 동의했습니다. 
 
가학적 변태 성욕 즉, 새디즘의 진원지인 프랑스 사드 후작의 장편소설 <소돔 120일>을 접했을 적에는, 같은 나라의 사회학자이자 소설가인 조르주 바타유가 말 한 바 '나는 신사다. 나쁘다면 문학이 나쁠 뿐'이란 말을 염두에 두면서 '인간 본성의 한 극단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시인 박남철이 '독자놈들 길들이기'란 시에서 '내 詩에 대하여 의아해 하는 구시대의/ 독자놈들에게→차렷, 열중쉬엇, 차렷,// 이 ×만한 놈들이…'라고 했을 때, 이건 구태의연한 현실에 대한 환멸을 위악적으로 드러낸 해체시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더러운 잠'과 광화문광장의 촛불시위 현장에 등장한 걸개그림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더러운 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벌거벗은 채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고, 최순실 씨는 주사기를 잔뜩 든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뒤에서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습니다. 외국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합니다. 광화문광장의 걸개그림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 남자와 성교를 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들은 이쯤되면 막가자는 것으로 '예술'이라기 보다 '정치(적 선전물)'에 가까워 보입니다. '더러운 잠'은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시점에, 한 정치인의 후원을 받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문화 행사'가 아니라 '정치 행사'로 다루어져야 옳을 듯 싶습니다. 이들을 두고 '예술' '표현의 자유' 운운한다면, '더러운 잠'을 내동댕이친 어떤 사람의 행위도 '행위예술' 혹은 '전위예술'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의 표현이 존중받아야 한다면, 다른 사람의 그것도 매한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인식은 '반문화'에 해당할 것입니다.
 
소설가 이문열이 한누리당의 공천심사위원이 된 걸 문화계에 대한 모욕이라 여긴다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시인 도종환과 안도현의 정치판 진입에 대해서도 똑같은 입장을 견지해야 할 터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와 망신주기 식 보도를 혐오했다면, 박 대통령 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야 할 것입니다. 그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야만인'이 아니라 '문화인'을 자처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합니다. 김해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생각은 어떠한지요?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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