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김해경전철이 김해 시내를 달리고 있다. 드론 사진제공=허철원 프리랜서


편의시설과 역사 연결돼 접근 수월
부산까지 교통체증 없어 이용객 만족
객차서 시내 주요 장소 한눈에 조망

경치 보려면 한산한 오전·오후 때 타야
연지공원~수로왕릉역 일몰 경치 환상
노을지는 낙동강 수평선 ‘비경’ 선사



지난 3일 오후 5시. 해가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부산김해경전철 부원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버스 대신 경전철을 타기로 한 것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은 2011년 9월 6일에 운행을 시작했다. 부산 사상역~김해 가야대역 23km 구간을 느릿느릿 또는 빨리 달리고 있다.
 
한 번에 최대 184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개통 첫 해에는 하루 평균 3만 83명이 이용했다. 그 후 매년 이용객이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5만 222명을 기록했다.
 
김해시민들이 경전철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다. 부산 사상역~김해 가야대역 구간의 총 이동시간은 40분. 역간 소요시간은 평균 2분에 불과하다.
 
부산과 김해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버스보다 경전철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고 말한다. 부산에 직장이 있다는 박준우(30·내외동) 씨는 "자가용이 있긴 하지만 피곤할 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경전철이 버스보다 빨라 경전철을 주로 탄다. 체증 없이 빠르게 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전철은 무인으로 운행한다. 하지만 안전문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열차안전요원이 탑승해 안전 문제를 살핀다. 이들은 승·하차하는 승객들의 불편을 돕고 내부 온도, 진동, 안내방송, 각종 민원 등을 관제센터에 수시로 보고하고 관리한다.
 

▲ 어린이들이 큰 차창 너머로 풍경을 응시하고 있다.

접근성도 좋고 각 역마다 특징이 있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박물관역에 내리면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고분군, 수로왕릉 등이 지척이다.  봉황역은 김해여객터미널과 연결돼 있다. 따라서 터미널과 붙어 있는 신세계백화점·이마트 김해점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부원역은 아이스퀘어호텔, 아이스퀘어 몰과 연결된다.
 
불암역~덕두역을 지나 공항역에 내리면 5분 거리에 김해국제공항 청사가 있다. 이 때문에 객차 안에서는 여행용 가방을 든 승객과 캐리어를 끄는 항공사 승무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상역과 대저역은 부산 도시철도의 환승구간이기 때문에 경전철 이용객 수가 늘 1, 2위이다. 특히 사상역은 서부시외버스터미널과 도시철도 2호선, 코레일 사상역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용객이 엄청나게 많다.
 
경전철을 이용하다 보면 재미있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하루 6회 왕복 운행하는 어린이 테마 열차 때문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만화 '코코몽'과 '번개맨'을 테마로 한 역사와 열차를 선보였다. 박물관역의 코코몽 역사와 연지공원역의 번개맨 역사에는 캐릭터 조형물과 함께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객차 안에서는 이들 캐릭터들이 반긴다. 물론 안내방송도 코코몽과 번개맨의 목소리가 대신한다. 어린이집 원생들이 단체로 테마열차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 경전철 객차 안에서 내려다 보이는 김해시민의종 전경.

부산김해경전철(주) 전략마케팅팀 황재선 과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늘 달라지기 때문에 매년 다른 주제의 테마열차 운행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이벤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성화, 홈페이지 개편 등을 통해 고객중심 운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전철은 택시, 버스에 비해 높은 곳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객차의 처음과 끝 커다란 차창 자리가 제일 인기가 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바깥 풍경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마치 열차 조종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한 열차 안전요원은 "외국인들이 풍경이 멋있다며 창 밖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다만, 순수하게 창 밖의 경치를 감상하고 싶다면 창문마다 캐릭터 스티커가 붙어 있는 테마열차는 피하는 게 좋다. 추천 시간대는 오전 10~11시, 오후 1~3시, 일몰을 볼 수 있는 해질 무렵 등이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늦은 오전이나 낮 시간대에는 승객이 많지 않아 공간을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창 밖 풍경도 가장 시원하고 깨끗하게 보인다.
 
객차 안에서 접하는 김해의 일몰은 장관이다. 일몰 시간이 짧아지는 겨울에는 오후 5시 30분 이후에 경전철을 타야 한다.
 

▲ 달리는 열차에서 바라본 서낙동강의 노을.

지난 6일 오후 5시 30분. 김해의 서녘 하늘이 노랗게 물들어갈 즈음,  가야대역에서 20여 명의 승객들이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 학생, 신문을 읽는 어르신, 엄마의 무릎에 앉아 졸고 있는 아이 등 다양한 모습이 연출됐다.
 
연지공원역~수로왕릉역 구간은 일몰 시간에 타면 더욱 좋다. 박물관역으로 향하다 보면 저 멀리 연지공원이 보인다. 무채색 도심의 한 켠에서 묵묵히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나무들이 반갑다. 대청소를 끝낸 연지호수는 붉은 노을을 흡수한 듯 주황색 물결을 찰랑대고 있었다. 이어서 분산 정상 부분에 사적 제66호인 분산성 성곽이 초연하게 서 있는 게 보였다.
 
수로왕릉역에서는 김수로왕과 허왕후가 다정하게 거닐었을 법한 수릉원의 잔디광장과 봉황동유적이 보였다. 바싹 마른 갈색 잔디 위에 서 있는 고상가옥들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고상가옥 바깥에서 마른 장작에 불을 피워 추위를 이겨내고 있는 삼국시대 가야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부원역 방향으로 접어들자 공사가 한창인 김해부봉지구 도시개발사업 현장이 보였다. 포클레인과 덤프트럭들이 현장을 드나들며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동김해IC를 지나자 시내 방향으로 안동공단이 나타났다. 공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파란색의 한 공장 지붕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부산과 김해의 경계지역인 불암역에 다다르자 서낙동강의 잔잔한 물결이 반짝반짝 빛났다. 평강역에 진입하니 농경지가 펼쳐졌다. 추수가 끝난 황량한 논밭에서 볏짚을 태우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김해공항역에 다다르자 청명한 하늘 위로 종착지를 알 수 없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국제화물청사도 한눈에 보였다. 공항주차장에는 세기도 힘들 정도의 차량들이 장난감 블록처럼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서부산유통지구를 지나니 또 다른 일몰 명소인 낙동강이 나타났다. 경전철은 강 위를 막힘없이 질주했다. 마치 허공 위를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유장한 낙동강과 노을 지는 수평선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렸다. 객차 안의 모습도 달라졌다. 벽을 베개 삼아 졸고 있는 사람, 공책을 펼쳐들고 공부를 하는 학생,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는 청·장년층…. 여러분, 하루 일과가 어땠나요? 고단했던가요?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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