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이 되면 우리는 으레 미역국을 떠올린다. 미역국이 있어야만 생일밥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여성들이 출산과 함께 반드시 먹어야하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미역국이다. 필자는 환자의 체질에 따라 식단지도를 하는데 평소 미역에 대해 소화 장애가 있고 체질적으로도 맞지 않은 산모가 있다면 출산 후에도 미역국을 먹지 말라고 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출산 후에 자의든 타의든 모든 산모들이 꼭 미역국을 먹는 것을 볼 때 관습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은 미역국으로 꽤 유명했나 보다. 중국 명나라 이시진이 엮은 <본초강목>에는 "고려의 곤포(미역)로는 쌀뜨물에 담가 짠맛을 빼고 국을 끓인다. 조밥이나 멥쌀밥과 함께 먹으면 매우 좋다. 기를 내리며, 함께 먹으면 안 좋은 음식도 없다"는 설명이 나온다.
 
<조선여속고(朝鮮女俗考)>에는 "산모가 첫 국밥을 먹기 전에 산모 방의 남서쪽을 깨끗이 치운 뒤 쌀밥과 미역국을 세 그릇씩 장만해 삼신(三神)상을 차려 바쳤는데 여기에 놓았던 밥과 국을 산모가 모두 먹었다"고 돼 있다. 산모와 아기의 장수 기원에 미역국이 쓰인 것이다.
 
미역은 갈조류(褐藻類)에 속하는 바다 식물로서 해조류 중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먹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미역을 주로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며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 먹을 뿐 다른 나라에서는 식용으로 하지 않는다. 혹시 다른 민족들도 우리처럼 미역과 깊은 관계가 있을듯하여 찾아보았지만 한국처럼 많은 양의 미역이 식탁에 오르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미역이 주로 한국, 일본의 비교적 낮은 수온의 온대성 연안지역에서만 자연서식하고, 건조시켜 연중 어느 때나 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모국을 떠나 외국생활을 하는 한국인들에게 미역국은 자신의 출생과 모성의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 된다.
 
미역을 포함한 다시마, 김과 같은 해조류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미네랄 중에서도 특히 칼슘과 요오드가 많다. 미역의 끈적거리는 성분이 식이섬유 중의 하나인 알긴산(alginic acid)이다. 알긴산은 수분을 흡수해 최대 200배까지 팽창하여 변의 양을 증가시키고 대장을 자극하며 배변을 도움으로써 변비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부피의 증가는 포만감을 부여하여 과식을 방지함으로써 체중조절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강한 점성으로 담즙산과 콜레스테롤에 흡착하여 담즙산과 콜레스테롤이 체내로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며 몸 밖으로 배출함으로써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한다. 또한 칼슘과 요오드가 풍부해 갑상선 질환과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가 갑상선암등 갑상선 관련 질환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고, 경제적으로나 영양적으로 수준이 낮은 국가의 산모들에 비해 출산 후 체력의 회복정도가 더딘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의심이 든다.
 
우리가 지역적으로 해조류가 풍부하게 생산되고 전통적으로 많은 양의 해조류를 섭취하는 민족으로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나트륨 및 요오드 과잉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리 전에 반드시 깨끗이 씻어 과다한 나트륨을 제거해 주는 것이 좋으며, 해조류에 많은 요오드는 과다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갑상선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소화력이 왕성한 소양인들에겐 주의해야 할 음식임을 명심하자.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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