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직장인 A 씨는 날씨가 쌀쌀해지면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고 저린 증상에 시달린다. 때로는 심한 통증이 동반되기도 하고, 한겨울뿐 아니라 봄·가을에도 손과 발이 시린 경우가 있다. 수족냉증은 추위 탓에 교감신경이 예민해짐에 따라 손이나 발에 혈액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과도하게 냉기를 느끼는 것을 말한다. 손발이 차다는 걸 두고 단순히 체질 탓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지만, 심한 경우 신체 말단의 궤양이나 괴사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


 

손발 등에 찬 느낌 1년 이상 지속
출산 경험 40대 이상 여성 다빈도

영양 공급 기능 하락시 수족 식어
소화기 약할 경우 걸릴 확률 높아
부인과, 내분비내과와도 관련

한방에선 침, 한약, 뜸으로 치료
콩, 마늘 등 따뜻한 음식 섭취를



■수족냉증의 증상
한의학에서는 냉증을 '수족궐냉'이라 부른다. 현대적 의미에선 신체의 다른 부분은 차게 느껴지지 않는데 손, 발, 허리 등 특정 부위에서 찬 느낌이 1년 이상 지속되는 증세를 말한다.
 
임상에선 대개 네 가지로 분류한다. 우선 몸 전체가 찬 전신형은 평소 허약체질이거나 장기간 병을 앓았던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두꺼운 옷을 입어야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심한 한기를 느끼는 경우다. 상열하한형은 신체 상부에는 열감을, 하부에는 냉감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사지 말단형은 어혈 때문에 인체의 구석구석까지 혈액이 순환되지 않아 생기는 레이노병 또는 레이노 증후군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관절통 동반형은 류마티스 관절염을 비롯한 모든 관절염이 만성화하면서 냉증이 수반되는 경우를 말하다.
 
추위에 노출됐을 때뿐만 아니라 따듯한 곳에서도 손발이 차고 저릿저릿 아리거나 시린 느낌이 동반되면 수족냉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저온에서 손발이 창백해지고 파랗거나 누렇게 변하는 수도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냉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출산을 한 40대 이상 여성 가운데 손발이 찬 경우가 특히 많다.
 
부산삼세한방병원 안창범 병원장은 "손발이 한겨울 추위에 노출돼 일시적으로 차가워지는 것은 열을 빼앗긴 신체의 자연스런 반응이다. 손발이 차다는 느낌은 개인별로 정도의 차이가 있는 만큼 쉽게 단정하긴 힘들다. 하지만 평소에도 손발이 차고 저리면 수족냉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족냉증의 원인
한의학에서는 소화기가 약한 경우 손발이 차가워질 수 있다고 본다. 비장의 흡수력이 떨어지면 기초 열량의 공급이 줄어들고, 그만큼 몸이 열의 발산을 줄이기 위해 말초혈관을 수축시키는 바람에 손과 발이 차가워진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추위를 타는 것은 체질과 연관이 깊다는 뜻이다. 또한 손과 발은 비장, 소화기 계통과 연결돼 있는 만큼 소화기가 약한 마른 체형의 경우 수족냉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안창범 병원장은 "수족냉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 가운데는 소화불량을 겪거나 소화기가 약해 설사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있다. 소화기능이 허약한 경우 영양 공급 기능이 떨어져 손발이 차가워진다. 손발의 끝이 금방 식어 차게 되는 것을 한방에서는 복부나 허리의 오랜 냉기에 의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수족냉증이 올 수 있다. 해부학적으로 심장에서 먼 손, 발 등 신체 말단에는 혈류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신체 말단은 체온이 낮아져 냉증이 발생하게 된다. 냉증이 40대 중반 이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은 호르몬 변화와 연관이 깊다. 자궁에 냉증이 있어도 수족냉증이 동반될 수 있다.
 
■한방치료와 예방
한방에서는 침, 한약, 뜸을 통한 치료를 병행한다. 안창범 병원장은 "침은 혈이 정체되어 노폐물이 쌓이는 '어혈' 등을 완화해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한다. 뜸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기를 순환시켜 냉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 한약은 기와 혈의 부조화를 바로잡고 비장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돕는다. 평소 체력이 허약한 경우 '혈허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한약이 처방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안창범 병원장은 "대부분의 냉증은 기능성 소화불량, 장증후군 등 소화기내과 뿐 아니라 월경불순과 갱년기 장애 등 부인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 내분비내과, 척추협착증 등 정형외과와 같이 다양한 영역과 관계가 있다.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와 고령자에게서도 냉증을 많이 볼 수 있다. 다만 여름철에 지나친 냉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냉방병과는 구분돼야 한다. 레이노병을 제외한 대부분의 냉증은 한방치료로 증세를 개선할 수 있으므로 한방치료를 권한다"고 말했다.
 
안창범 병원장은 그러면서 "손발이 차고 시리다, 여름에도 수면양말을 신어야 한다, 몸에서 바람이 나와 못 견디겠다, 하는 증세 때문에 여러가지 관련 검사를 받았는데도 특별한 이상소견이 나오지 않으면 냉증이라고 봐야 한다. 냉증을 예방하려면 일상생활에서 콩류, 마늘, 생강차, 유자차 등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찬 성질의 돼지고기와 커피, 탄산음료를 피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은 생활 리듬을 유지시켜주고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반신욕과 족욕도 혈액순환을 위한 냉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다만, 체력이 저하된 경우에는 장시간 시행하는 걸 피해야 한다. 배와 등을 따뜻하게 해 주는 온찜질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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