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도서관 주부독서회 '울타리' 회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1983년 창단 거쳐간 문인 다수
회원 15명 매달 한 차례 모임
발제자 감상평에 질문과 대화


"중년이 되면 먹고 살기 바빠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힘듭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독서가 수월해지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답니다."  
 
김해도서관 2층 구지봉관은 여성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앉은 여성들은 오랜만에 만난 듯 서로 안부를 묻느라 정신이 없다. 책상 위에는 메모지가 빼곡히 붙은 책 한 권과 작은 수첩이 놓여 있다. 시계 바늘이 오전 10시를 가리키자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김해도서관 주부독서회인 '울타리(회장 김미선)'의 모임현장이다.
 
1983년 창단한 울타리는 당시 회원이자 시인이었던 조민자 씨의 작품 제목에서 모임의 이름을 따 왔다. 현재 등록 회원은 15명이다. 이들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모인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거쳐 간 문인들도 많고,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도 여럿 있다.
 
김 회장은 "회원들에게 1년 동안 읽을 책을 추천받아 협의한 뒤 도서 11권을 선정한다. 추천인은 독서모임의 발제자가 돼 토론할 논제들을 정하고, 이를 모임 2주 전에 알린다. 책을 완독해 오는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지 환영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울타리의 토론 도서는 영국의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간한 장편소설 <봄에 나는 없었다>였다. 남편의 사랑과 자녀의 존경을 받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부 조앤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면서 여성의 심리와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는 작품이다. 
 
회원들은 감상평을 말한 후 논제를 확장시켜 또 다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입해 성격, 행동을 유추해보는 등 심층적인 대화도 주고 받았다. 주인공 조앤의 나이가 50대인지라 공감의 힘이 더해져 토론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울타리 회원들은 독서를 통해 공유하는 삶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회원 백민자(53) 씨는 "토론에서 독서를 통해 각자가 느낀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자기계발과 교양 신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사고를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게 독서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회원 최은정(43) 씨는 "책 한 권을 여러 사람과 같이 읽음으로써 깊게 생각할 수 있고, 놓친 부분을 다시 볼 수 있다. 독서회를 하기 전에 한 번, 독서회를 하면서 메모했던 것을 나중에 되짚으며 또 한 번 읽는다. 기억력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 김연숙(55) 씨는 "50대가 되면 책 읽는 게 쉽지 않다. 독서 모임은 느슨해진 마음을 잡아준다. 책을 읽으려는 노력 자체가 저로서는 큰 의미"라고 덧붙였다.
 
창단 회원인 김영애(60) 씨는 "독서모임을 하면 배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남을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배려하는 마음도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타리의 독서 열기를 입증하는 물건은 바로 안경이다. 회원 대다수가 돋보기나 안경을 가지고 다닌다. 김 회장은 "회원들이 작은 글씨를 집중해서 봐야하기 때문에 점점 눈이 나빠지고 있다. 책을 읽기 위해서 감수해야할 작은 부분"이라며 웃어 보였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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