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촌면의 한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추가 조성 20곳 중 9곳 기간 늘여
경기 침체로 은행 문턱 높아지자
일부는 재원조달 문제로 사업 멈춰
장기 소음·분진에 지역민만 고통



김해 지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업단지들 대부분이 재원조달 문제 등으로 인해 사업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금융권의 대출심사 강화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산단 조성 지역 인근 마을 주민들의 생활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7일 김해시의 '산업단지 추진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김해에는 김해골든루트일반산단 등 일반산단 4곳과 농공단지 8곳 등 12곳의 산업단지가 있다. 여기에 산단 20곳이 추가로 조성되고 있다. 김해테크노밸리산단, 이노비즈밸리산단, 신천일반산단, 가산일반산단, 나전1·2일반산단 등 6곳은 공정률이 50%를 넘어섰다. 서김해일반산단, 병동일반산단 등 11곳은 시의 승인을 받아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대동첨단일반산단, 원지일반산단, 진하일반산단 등은 투자의향서, 산업단지계획을 두고 시와 협의 중이다.
 
이런 가운데, 추가로 조성 중인 20곳의 산단 중 나전산단, 이노비즈밸리산단, 가산산단, 덕암2산단, 송현산단, 신천산단, 병동산단, 본산산단 등 9곳이 애초의 사업기간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일제히 산단 조성계획을 변경했다. 사업기간은 1년 더 늘어났다.
 
이들 산단의 사업기간 연장 이유는 재원조달계획 변경 때문이다. 가산산단, 신천산단 등 일부 산단은 재원조달 문제로 인해 지난해부터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가산산단은 지난해 6월 30일자로 공사가 중단됐다. 산단 시행자가 안전을 책임지는 책임건설사업관리기술자에게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기술자가 철수했기 때문이다. 안전을 책임지는 감리단이 공사 현장에 없을 경우 공사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시가 공사 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외에도 장비대금 미지불 등 자금조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공사 진행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천산단은 책임건설사업관리기술자 배치 불이행, 사업계획 변경 등의 이유로 지난해 10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산단 시행자가 자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자 계약기간이 끝난 책임건설사업관리기술자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시에 사업계획 변경 신청이 들어와 이를 부서 간에 협의하고 있다. 조만간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소산단의 재원조달 계획 변경, 재원조달 문제 등이 잇따르는 것은 장기간 계속된 경기 침체로 인해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2016년 4/4분기 동향 및 2017년 1/4분기 전망)'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 전망치(-18)보다 악화된 -19로 2015년 4분기부터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대출태도지수가 낮을수록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국내 은행들은 기업 영업실적 악화, 경제상황 불확실성 증대 등을 감안해 대출 심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왔었다.
 
A 산단 관계자는 "실수요자방식으로 조성되고 있는 중소산단은 실수요자의 담보물, 사업성 등에 따라 금융권 대출 여부가 결정된다. 산단 시행자는 토지 보상 단계에서부터 많은 돈을 쓰게 되는데 금융권 대출이 막히게 되면서 재원조달 문제가 생겼고 이에 따라 전체 사업기간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심사 원칙은 변한 게 없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대출 심사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개별산단은 사업성에 따라 대출 여부가 결정된다. 금융권도 사업시행자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산단 조성 기간이 길어지면서 산단 인근 지역 주민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주민들은 여전히 공사장 소음과 분진 등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림면 신천리 망천1구 주민 A 씨는 "신천산단을 조성하면서 산의 나무를 다 베어버리다 보니 비가 오면 하천을 따라 황톳물이 내려온다. 마을 곳곳에 흙 앙금이 남는다. 게다가 산단에서 날아오는 비산먼지 때문에 마당에 빨래를 널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주민 B 씨는 "대형 화물트럭들이 수시로 마을을 통과하면서 먼지를 일으키는데도 살수차를 쓰지 않는다. 산단 공사 때문에 주거 환경이 엉망이 돼 마을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빈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촌면 용곡마을 주민 C 씨는 "이노비즈밸리산단 공사로 인해 마을 앞에 덤프트럭 통행이 증가하면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주민들이 몇 차례 교통사고의 위험을 느꼈다.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주민들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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