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한 대표가 요구르트 효모로 숙성시킨 유산균식빵을 소개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고민하다 제빵학원 등록
10년간 여러 가게 돌며 노하우 배워

2013년 창업… 소비자 외면에 적자 행진
동물성 생크림 케이크 승부수 ‘기사회생’

요구르트 효모 사용 ‘유산균식빵’ 대표작
일본식 롤케이크 ‘도지마롤’ 끝맛 깔끔
티라미슈빵, 슈레드치즈타르트도 인기



율하동은 가장 최근에 조성된 신도시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젊은 부부가 많다. '젊은 엄마'들은 유기농, 건강식 등 내 아이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먹이겠다는 생각이 강하고, 똑똑하고 깐깐하게 요모조모를 따져보는 편이다. 율하동에는 이런 '입맛 높은' 젊은 엄마들이 선호하는 빵집이 있다. '라보니 베이커리'. 문을 연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젊은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많이 나 있는 곳이다.
 
라보니 베이커리는 장유 모아미래도 아파트, 율하e편한세상, 동원로얄듀크 아파트 사이에 형성된 대규모 상업 지역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아담한 규모의 라보니 베이커리 문을 열고 들어서니 고소하고 달콤한 버터향이 확 풍겨져 나온다. 가게는 입구에서 가게 안쪽까지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다. 빵들은 한일자로 된 세로 선반 위에 진열돼 있다. 가게 곳곳에는 '천연효모종 빵' '100% 동물성 생크림 사용' 같은 안내문들이 붙어 있다. 자부심이 묻어나온다.
 
라보니 베이커리의 대표는 김창한 씨. 38세로 젊은 나이다. 2015년에 제과기능장이 됐다.
 
김 씨가 제과 제빵에 눈을 뜬 건 약 15년 전, 그가 23세 때이다. 그는 대학에서 전자정보통신과를 졸업했지만 줄곧 전공이 자신의 적성에 안 맞는다고 느꼈다. 고민 끝에 그는 창업을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걸 좋아했던 그는 친구의 우연찮은 제의를 받아들여 제과 제빵학원에 등록했다. 

제과 제빵의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조리과정이 단순해 보여도 조금만 순서나 방법을 달리하면 다른 빵이 만들어졌다. 트렌드나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전혀 새로운 빵이 탄생하기도 했다. 김 씨는 "빵의 세계는 변화무쌍했다.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6개월의 제과 제빵 취업반 코스를 마친 김 씨는 본격적으로 창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의 계획은 10년 동안 경험을 쌓은 뒤 창업을 하는 것이었다. 첫 직장은 부산의 유명 빵집인 수정동의 '루반도르'였다. 그는 루반도르라는 현장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제과 제빵 기술을 배웠다. 5년 동안 루반도르에서 일을 배웠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여러 빵집을 거쳤다. 루반도르 5년에 이어 화명동의 '드래곤 과자점' 2년, '젠느 과자점' 1년 6개월, '빠리지엔' 2년 6개월 등 10년의 세월동안 빵집 네 군데에서 각 가게의 장점, 경영 노하우 등을 체득했다.
 
"처음에는 함께 일한 동료, 익숙한 작업 환경 등을 떠나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게 두려웠어요. 하지만 저마다 고유의 매력을 가진 빵집들을 경험하면서 많은 걸 배웠죠. 같은 빵인데도 다른 재료, 다른 방법으로 만드는 걸 보면서 나만의 빵을 찾게 됐어요."
 

▲ 라보니 베이커리에 건강한 재료로 만든 빵들이 진열돼 있다.

마침내 2013년 7월, 김 씨는 율하동에 지금의 라보니 베이커리를 개업했다. 김 씨가 수년 전부터 구상해온 '안전한 빵을 파는 빵집'이었다. 그는 계량제, 화학첨가제 등 불필요한 건 다 뺐다. 대신 단가가 높아 쉽게 시도하기가 힘들었던 100% 동물성 생크림(우유생크림)을 사용했다. 또 모든 빵에 천연발효종 효모로 발효시킨 반죽을 섞어 빵의 식감과 풍미를 높였다.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가게를 열었지만, 창업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익숙해 있던 소비자들은 새로 생긴 '동네 빵집'에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김 씨는 "매상이 예상의 절반밖에 안 됐다. 당시 점포세가 한 달에 350만 원이었는데 매달 적자를 봤다.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는데 난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때 김 씨는 흔치 않은 케이크 시식을 진행했다. 100% 동물성 생크림만 사용하는 케이크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다. 이 생크림은 유화제가 들어간 식물성 생크림에 비해 단가가 2배나 높고 유통기한이 짧아 관리에 어려움이 있지만, 느끼함이 적고 맛이 깔끔해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손님들은 "확실히 맛이 틀리다"며 이 케이크를 찾았고, 가게는 목표 매출을 달성했다. 

▲ 라보니 베이커리 전경.

라보니 베이커리의 대표 메뉴는 '유산균식빵'이다. 천연효모 중에서도 요구르트 효모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유산균'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우유식빵'으로 불리기도 한다. 유산균 식빵에는 일반 반죽 40%와 12~24시간 동안 스펀지법으로 숙성한 반죽 60%가 들어간다. 이 때문에 식빵의 식감과 풍미가 남다르다. 식빵을 찢어서 한 입 먹어보니 쫄깃한 식감이 느껴진다. 퍼석하거나 텁텁한 맛이 전혀 없다. 특별한 '맛'을 첨가한 것도 아닌데 잼 없이 먹어도 밋밋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일본식 롤케이크인 '도지마롤'은 라보니 베이커리의 100% 우유생크림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메뉴다. 일반 생크림은 조금만 먹어도 물리거나 느끼해지곤 하는데, 우유생크림은 느끼함이 적고 끝맛이 깔끔해 인기가 높다. 생크림을 감싸고 있는 롤케이크는 황란과 우유, 소량의 밀가루로 만든다. 촉촉한 식감과 깊고 달짝지근한 계란 맛이 생크림과 잘 어울린다.
 
신제품인 티라미슈빵과 슈레드치즈타르트는 여심(女心)을 저격하는 디저트 빵이다. 티라미슈빵은 말 그대로 티라미슈 케이크와 일반 빵이 합해진 메뉴다. 푹신푹신한 케이크 스펀지 대신 쫀득쫀득한 빵을 사용했다. 그 위에 크림치즈와 깔루아, 카카오 파우더를 더했다. 티라미슈 특유의 달콤함과 쫀득한 식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슈레드치즈타르트는 깊은 치즈 맛과 바삭한 쿠키의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고급 치즈인 파마산 슈레드 치즈와 크림치즈를 섞어 치즈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두 가지 다 커피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김 씨가 가장 신경을 쓰는 대상은 여성과 아이다. 가장 입맛이 예민하고 까다로우면서 안전한 빵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는 신제품을 만들고 나면, 늘 여성 직원들과 아내한테 조언을 구한다.
 
지난해에 첫 아이가 생기면서 안전과 건강에 대한 기준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빵에 마가린이 아닌 가공버터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단가 차가 3배나 나지만 더 건강하고 맛있는 빵이 나온다고 자부한다. 자신의 빵을 믿기에 만 1세밖에 안 된 아기에게도 모닝빵과 식빵을 걱정 없이 먹인다고 한다.
 
김 씨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말했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빵이나 우유를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에게 부담 없는 빵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여성들과 아이들이 마음 놓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과 저가형 빵집들이 많이 생겨나고 경기가 어려워져 힘이 들긴 하지만 안전한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라보니 베이커리
율하3로 37(율하동) 경보센텀빌딩 107호.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