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김해시 봉황동 김해YMCA 건물 1층에 자리잡은 다문화 카페 '티모르'는 여유로운 오후를 만끽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더우시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드릴까요?" 유창한 한국말로 주문을 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주민 여성 쿠이 킴호우이(31) 씨다. 이 곳에서 일한 지 6개월이 됐다는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그는 기꺼이 앞자리에 앉았다.
 
캄보디아 사람인 그는 2007년 여행을 온 남편 김정곤(47) 씨를 만나 캄보디아에서 결혼을 한 뒤 그해 한국에 건너왔다고 한다. "남편이 저보다 16살이나 많아요. 남편이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 왔지만 나이가 저보다 한참 많아 좀 망설였죠. 하지만 다정다감하고 부지런한 모습에 끌려 결혼을 결심했어요."
 
남편 김 씨는 현재 부산의 한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쿠이 킴호우이 씨도 일주일에 3일 남편과 함께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 부부는 이미 회사 내에서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하다. "얼마 전 남편이 물류센터에서 같이 일해 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구요. 힘든 일이긴 하지만 남편이 항상 곁에 있으니까 요즘엔 힘든 줄도 모르고 일하고 있어요. 아마 남편이 잠시라도 저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같이 일하자고 했던 게 아닐까요?" 그는 수줍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잉꼬부부인 그들도 신혼 초에는 지금 같지 않았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고 세대 차로 인해 생각도 많이 달랐던 터라 수없이 다투기도 했었다고 한다. "신혼 때는 답답한 남편과 어떻게 평생을 사나 걱정을 했었죠. 하지만 남편이 집에 책을 한 권 사들고 오더니 저녁마다 저한테 한글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어요. 저도 그런 남편이 고마워서 따라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6개월 만에 한국말을 꽤나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됐고 덩달아 애정도 깊어졌지요."
 
하지만 남편과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돼 가던 신혼 6개월 차에 그는 고향으로부터 아버지가 심장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고 한다. "비자문제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어요. 한국에 온 뒤 그때가 가장 힘들었죠. 하지만 남편이 곁에서 많이 위로해 줬어요. 그때 남편이 고향에 함께 갈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했었지요."
 
남편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2009년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며, 작년에도 그는 남편과 고향집을 다시 방문해 친척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그런 남편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더불어 시어머니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시어머니가 저를 딸과 같이 여기시며 잘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시어머니가 고추랑 가지 농사를 짓고 계신데 작년에 일을 도와드리곤 했었지요. 하지만 올해들어 카페일로 바쁜 나머지 통 거들지 못하고 있네요. 어머님, 죄송해요."
저녁 9시 카페에서 퇴근하면 집(흥동)으로 가는 버스가 자주 있지 않아 남편이 차를 끌고 가끔 카페로 찾아온다고 한다. "여자 혼자 집에 오면 위험하다며 저를 데리러 온답니다. 우리 남편 멋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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