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가 대학병원 유치에 다시 나선 가운데 삼계동 인제대백병원 예정 부지가 텅 빈 채 방치돼 있다.


시, TF팀 구성해 사업 추진
인제대, 동아대에 입장 재확인
수도권 병원에 혜택 제공 고려



김해시가 대학병원 유치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대학병원급 의료시설이 부족해 중증질환자들이 다른 지역의 병원을 찾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시는 수도권의 대형병원 분원 유치까지도 염두에 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 양산부산대병원(2008년), 창원경상대병원(2016년) 등이 자리 잡고 있어서, 시가 특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한 유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해시는 보건소 의약팀, 난개발정비팀, 홍보기획팀 등의 직원 11명으로 '대학병원 유치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대학병원이나 특성화병원을 유치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시는 20년가량 나대지로 방치돼 있는 삼계동(인제대)과 장유 대청동(동아대학교병원)의 병원용 부지에 대학병원급 의료시설을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다. 김해시민들은 현재 김해에 대학병원급 의료시설이 없어 암, 심혈관계질환, 희귀병 등 중증질환자의 경우 부산·양산·창원 등으로 원정진료를 가고 있다.
 
시 보건소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병원 유치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방치된 인제대, 동아대병원의 부지에 대한 처리문제와 시유지 등 새로운 부지발굴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도시계획과 담당자 등을 TF팀에 참가시켰다. 오는 16일 TF팀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한 달에 한 두 번씩 정기적 만남을 통해 유치방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우선적으로 인제대, 동아대 등과 접촉해 병원 설립에 대한 입장을 다시 확인할 예정이다. 시는 이들 대학들이 난색을 표할 경우 수도권의 대형병원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존의 병원 부지를 적정선에서 매각하는 문제와 별도의 시유지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함께 고려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사자격인 인제대와 동아대는 시의 입장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이다. 두 대학은 이미 지난해 5월 김해시보건소와의 접촉에서 '대학병원 설립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시가 추가적인 제안 없이 보도자료만 내놓은 상황이어서 달리 새로운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병원 운영 환경에서 달라진 게 없고, 김해시에서도 새로 제안해 온 내용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특별히 입장을 밝힐 부분이 없다"고 전했다. 인제대도 동아대병원과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두 대학이 대학병원 설립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대학병원급 의료기간 유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순천향병원, 차병원 등 사립 대학병원들이 경북 구미, 충남 천안 등에 대학병원 분원을 설립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서울·경기 지역 외에 분원을 설치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또 대학병원을 설립했거나 설립 준비 중인 창원시, 세종시 등은 지역 국립대학인 경상대, 충남대 등이 일부 국비지원을 받은 사례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없을 경우 유치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로서는 부지 제공 외에는 특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인제대는 1996년에 병원 설립을 목적으로 김해시로부터 삼계동 북부신도시 내 3만 4천여㎡의 부지를 141억 6000만 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16년 뒤인 2012년에 사업철회를 공식화했다. 동아대도 2001년에 장유면 장유신도시에 병원을 건립하겠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1만 6000여㎡의 땅을 40억 원에 매입했다. 이 부지는 대학병원급이 들어서기에는 턱없이 좁은 규모이다.
 
이 와중에 인제대는 2010년에 부산 해운대에 5번째 병원을 개원했고, 김해에 대학병원을 설립하려던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인제대는 2012년 관련 공청회에서 "전국 5곳의 인제대백병원이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종합병원을 추가로 건립하면 대학 및 기존 병원 재정에 악영향이 초래된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용지의 처리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상태다. 부지가 종합의료시설 용지로 묶여 있기 때문에 병원설립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