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상동 전통시장 '와글와글 방송국'의 하용한 국장이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우리 동상동 상인 여러분과 함께 하는 '와글와글 방송국'의 한이 오빠입니다."
 
지난 1월 7일 전통시장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동상동 전통시장의 '와글와글 방송국'이 개국한 뒤 오늘도 어김없이 오전 11시면 정규방송이 시작되고 있었다. 진행을 맡은 하용한(39) 씨는 이 방송국의 책임자이자 지역 문화 활동가 모임인 '창의문화만들기'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최근 외동터미널 부지에 이마트가 들어서는 데 반발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는 선두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다. 또한 그는 얼마전 '힘내라 전통시장 골목시장' 콘서트를 직접 개최한 뒤 MC를 도맡는 등 그는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최근 그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는 동상동 시장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과거 그가 살던 집도 지금의 방송국 바로 뒤편에 위치했었다고 한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그의 어머니는 동상동 시장에서 수산물 노점상을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혼자 삶의 무게를 모두 짊어지고 동상동시장에 나오기 시작하셨죠. 그 당시 노점상 단속반의 횡포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어요. 어머니의 가판을 엎고 욕설을 해댔는데 어린 시절 저는 그런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지요."
 
그는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를 보며 어린 시절부터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자칫 반항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 그런 저를 바로 잡아준 것은 다름 아닌 음악이었어요." 그는 김해건설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빵집과 음악 감상실의 DJ를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그는 부산 남포동 일대에서 '하늘소'와 '무아'라는 전문음악감상실의 DJ로 활약하며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하 씨가 21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겪게 되자 그는 DJ의 꿈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는 1t 트럭을 한 대 구입했다. 그도 어머니처럼 장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20대 초부터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는 동시에 전국 각지의 재래시장을 돌며 직접 청과물, 수산물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장사를 하기위해 수많은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전국 곳곳의 시장상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지요. 그 당시 저는 상인들의 모습을 보며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끈끈한 정을 느꼈어요. 다들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시장에는 항상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했지요. 저는 그때부터 전통시장을 지켜 가기로 마음먹었답니다."
 
그는 장사를 하면서도 방송 DJ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수년 간 DJ 활동을 하며 쌓아둔 재치와 입담을 인정받아 2006년 부산교통방송 영화음악 소개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참여했고 이듬해 정식 DJ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있어야 할 전통시장으로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그는 음향장비를 직접 구입해 경남에서 최초로 전통시장 안에 라디오 방송국을 세웠다. 매일 11시면 어김없이 방송 시작 멘트를 한 지 벌써 7개월 째. 동상동시장은 '한이 오빠'의 목소리로 인해 오늘도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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