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인들이 야타오에서 음식을 먹고 있다.


야타오 베트남쌀국수 국물맛 일품
워디 매운맛 양갈비 누린내 제로

몽골 찐만두 보츠·우유차 환상 궁합
미얀마 라면 온녹칵쇠 식사로 든든

우즈베크 국시 육수, 새콤하고 시원
인니 볶음밥 른당사피 맛 칼칼상큼

타지마할·카사블랑카·두르가 등도 유명


외국여행 중에 먹었던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는가. 그럴 때는 '경남의 이태원'이라 불리는 동상동 글로벌 푸드타운으로 가 보자. 이곳에서는 10여 개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 나라의 문화까지 경험하는 건 덤이다.
 

▲ 쌀국수와 숯불고기덮밥.

허전한 속, 따끈하고 진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베트남 음식점 '야타오'에 가면 된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 곳은 당잔히엔투 자타오(35·여) 씨가 운영하는 쌀국수 전문점이다.
 
메뉴판을 보니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소고기 쌀국수와 목살등심으로 된 숯불고기덮밥을 추천하고 있다. 실제로 이 두 메뉴는 인기가 있다.
 
소고기 쌀국수는 호치민 현지의 유명 식당에서 맛 본 쌀국수와 흡사한데 국물이 일품이다. 잡내가 전혀 없고 개운하다. 팔각과 계피 등 10여 가지의 약초 덕분이다.
 
자타오 씨는 볶음밥과 춘권도 추천한다. 볶음밥은 특유의 향을 풍기는 고수가 들어갔는데도 한국인들이 잘 먹는다고 한다.
 
야타오에서는 물 대신 다이어트에 좋다는 베트남 녹차를 내놓는다. 맑은 박하향이 감돈다. 14평 정도의 식당 내부가 늘 한국인과 베트남 출신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그래서 당잔히엔투 씨 외에 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 코코넛 라면 ‘온녹칵쇠’.

이 거리에는 그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미바밋타 미얀마 음식점'이 있다. 좁은 골목 사이에 위치해 있어 찾기가 조금 어렵다. 주인 린린 나이린자우(37) 씨는 미얀마 국기와 함께 큰 간판을 바깥에다 걸어놓았다. 가게 문을 여니 독특한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린린 씨가 추천한 메뉴는 코코넛 라면인 '온녹칵쇠'. 주말에는 미얀마식 막국수인 '목한칼'을 파는데 외국인들한테 인기 만점이라고 한다. 온녹칵쇠는 국물이  한국 라면처럼 빨갛지 않고 노란색을 띤다. 코코넛과 콩가루, 계란, 코코넛 오일이 들어가 있어 걸쭉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밑반찬으로 생선 햄과 양파, 레몬 등이 나오는데 기호에 따라 첨가해서 먹으면 된다. 린린 씨는 "미얀마에서는 아침 식사로 라면을 자주 먹는다. 맛도 자극적이지 않아 그야말로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 매운맛 양갈비.

부드러운 양고기가 먹고 싶다면 우즈베키스탄 레스토랑 '워디(VODIY)'로 가 보자. 워디는 한국말로 골짜기란 뜻이다. 워디에는 한글 메뉴판이 없지만 주인이 한국어에 능하다.
 
개업한 지 2년이 된 이 가게의 대표 메뉴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맛볼 수 없다는 매운맛 양갈비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주인이 직접 개발한 메뉴다. 양고기에 생강과 간장,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어 24시간 숙성해 누린내를 잡았고 육질이 부드럽다. 빵을 추가로 주문해 매콤한 양념에 찍어먹어도 된다. 이외에도 소고기만두 '몬티'와 볶음면 '라몬'이 인기가 있다.
 
 
 

▲ 찐만두 ‘보츠’와 우유차.

양고기라고 하면 몽골을 빼놓을 수 없다. 주식으로 양고기와 염소고기를 먹는 몽골인들은 주로 '서윰버'를 찾는다. 서윰버 대표 G.장가르바타르(42) 씨는 "몽골에서는 만두를 자주 먹는다"며 찐만두인 '보츠'를 권했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빚어 찜기에서 쪄낸다. 만두피의 두께가 적당하고 안은 양고기로 가득 차 있다. 단출하지만 굵게 다진 양고기와 양파, 소금 등이 잘 배합돼 있고, 한 입 베어 물면 기름기 가득한 육즙이 뚝뚝 떨어진다.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두렵다면 후추나 케첩, 간장을 뿌려 먹으면 된다. 1000원을 더해 우유차와 함께 먹으면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우유차는 몽골말로 '수태차'라고 하는데 녹차가 들어가 있어 비리지 않고 고소해 자꾸만 홀짝거리게 된다.
 
가게 내부에는 탁구대와 당구대가 마련돼 있어 음식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주말에는 볶음국수와 만두수프도 판매한다.

 
 

▲ '나 어가녁' 대표 장 알브티나 씨가 고려인이 즐겨먹는 '국시'를 들어보이고 있다.

고려인들은 '국시'를 즐기는데 특이하게도 러시아 음식점 '나 어가녁'에서 이를 맛볼 수 있다. 나 어가녁은 러시아 국적을 가진 고려인 4세 장 알브티나(48·여) 씨가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남편 김 빅토르(43) 씨와 함께 차린 가게다. 부부는 한국말을 잘 못하지만 한글 메뉴판 덕분에 음식을 고르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단, 소·돼지고기 요리와 샐러드, 전채·냉채 등 음식 종류가 50여 가지가 넘어서 음식을 선택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나 어가녁의 이색 메뉴는 '우즈베키스탄 냉면'이라 불리는 국시다. 국시에는 고춧가루, 간장으로 간을 한 돼지고기와 볶은 오이, 단무지, 양배추, 계란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다. 겉보기엔 한국의 잔치국수 같지만 간장과 식초로 맛을 냈기 때문에 육수가 새콤하고 시원하다. 무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워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두 '펠메니'와 차가운 사워크림 수프 '오크로쉬카'는 여름철 별미다.

 
 

▲ 소고기볶음밥 ‘른당사피’.

인도네시아 레스토랑 '와롱 복 무문'은 개점한 지 1년도 채 안 됐다. 하지만 이미 손맛으로 이름난 문띠아 닝시(42·여) 씨가 운영하는 식당이란 점에서 가점을 받고 들어간다. 문띠아 씨는 "와롱 복 무문은 인도네시아에서 불리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문띠아 씨는 동상동 의 식당 등지에서 7년 동안 요리실력을 쌓아왔다.
 
그는 소고기볶음밥 '른당사피'를 추천했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양파와 레몬그라스, 라임, 고추, 코코넛 밀크로 양념한 소고기 조림 등을 끼얹어 먹으면 된다. 짙은 빨간색 양념을 한 숟가락 떠 밥에 쓱쓱 비벼 먹어보니 고춧가루의 칼칼한 맛과 요거트의 상큼한 맛이 이색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미트볼을 넣은 국수 '박소'와 볶음밥 '나시고랭'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특히 박소는 부드러운 고기 완자와 숙주나물, 양배추, 마늘이 들어간 음식이어서 한국인들이 먹기에도 좋다. 메인 음식을 주문하면 밑반찬으로 가지볶음과 인도네시아 식 쌈장이 제공되고 과자와 달달한 녹차도 함께 나오니 저렴한 값으로 후식까지 즐길 수 있다.
 

▲ '와롱 복 무문' 대표 문띠아 닝시 씨가 요리 재료를 다듬고 있다.

동상동 글로벌 푸드타운에는 이 외에도 인도식 커리와 탄두리 치킨으로 유명한 '타지마할'과 모로코 음식점 '카사블랑카', 네팔·인도음식 전문점 '두르가', 캄보디아 음식 전문점 '크메이' 등 수많은 외국 가게들이 있다. 모두 특유의 향신료와 요리 부재료를 함께 팔고 있다.
 
김해시 관광마케팅팀에 따르면 동상동과 서상동에만 27곳의 외국인 식당이 있다. 당잔히엔투 씨는 "베트남과 태국 음식점은 같은 쌀국수를 팔지만 각자의 비법이 있고 맛도 천차만별이다. 손님들은 자신에게 맞는 식당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동상동 글로벌 푸드타운 /구지로180번길.
연지공원·김해보건소에서 시내버스 8번, 장유도서관에서 21번, 지내동삼거리·한일여고에서 97번 타고 분성사거리에서 내려 동상동 로데오거리 방향으로 도보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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