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김해공항 항공기 소음체험 행사에서 김기을 소음피해지역대책위원장이 이야기를 하던 도중 비행기 한 대가 행사장 위를 지나가고 있다.


신공항대책위 요청 분도마을서 진행
신문사·방송국 기자 대거 몰려 취재

공무원 인사말 비행기 소리 파묻혀
목소리 큰 김기을 위원장 “소음 시달린 탓”

1시간 동안 항공기 16대 평균 74데시벨
참가 시민들 “생각보다 상황 심각 걱정”



지난 15일 오후 1시 50분 불암동 분도마을 마을회관. 평소에는 한산했던 마을회관 앞이 김해의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항공기 이륙 때 발생하는 소음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었다. 행사는 '김해신공항 시민대책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김해시가 주관했다.
 
마을회관 마당에는 '분도청년회'라고 적힌 초록색 천막이 설치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해신공항 대책위 관계자, 김해시의회 시의원을 비롯해 부원동, 내외동, 회현동, 칠산서부동 등지의 주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해당 지역은 지난해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김해신공항이 기존 활주로에서 서쪽 방향으로 40도를 틀 경우 심각한 소음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이었다.
 
이 모습을 찍기 위한 방송국 카메라도 여러 대 등장했다. 2시로 예정된 행사 전부터 마을회관 앞은 시끌벅적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올랐다. "쿠르릉~"하는 굉음이 났다. 비행기를 따라 사람들의 눈은 하늘로 향했다. 지역별로 삼삼오오 모여 있던 주민들의 표정에는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 김해시 담당자가 실시간 소음 측정치를 정리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행사장에 설치된 김해공항 소음 예상지역의 위성 지도를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주머니는 어디 사세요? 저는 강동에 사는데 신공항이 생기면 우리 마을이 걱정이에요." "우리집이 더 심해요. 저는 회현동에 사는데 지금도 비행기가 지붕 위를 지나다닌다니까요. 나중에는 더 심해지겠죠."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마을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며 소소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 2시 20분이 되자 김해시 도시계획과 강삼성 과장이 주민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잠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한 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비행기 한 대가 머리 위를 지나갔다. 강 과장의 다음 말은 비행기 소음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계속 말을 이어가려다 비행기 소음 때문에 어려워지자 잠시 말을 멈췄다. 30초가량이 지나고 소음이 잦아들자 그는 "신공항 확장 발표가 나면서 시민들이 막연히 소음 피해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오늘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따라 실제로 소음 정도를 체험해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 항공기 소음 측정 기록 내용.

김해시소음피해지역대책위원회 김기을 위원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동네에 오래 살다보니 목소리가 자연스레 커집니다." 김 위원장은 강 과장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그는 "신공항이 확장되면 내외동과 장유3동까지 소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시민 분들의 반응이 별로다. 소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 지를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 오늘 분도마을에서 직접 체험을 해 보시고 지역에 가서 많이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후 주민들은 자유롭게 자리에 앉아 비행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짧게는 5분에 한 대씩 비행기가 지나갔다. "우우웅~~~~~." 비행기가 이륙하자 시에서 설치해 둔 소음측정기의 숫자가 올라갔다. 소음측정기에는 72데시벨(㏈)이 찍혔다. 불암동 인근에는 남해고속도로, 냉정~부산 간 고속도로, 국지도69호선이 지나가기 때문에 기본 소음도 60데시벨이 넘을 정도로 시끄러운 편이다. 그러나 비행기 소음에는 이 소리가 완전히 묻혀 버렸다.
 
몇 분 뒤, "쿠르르릉" 하는, 훨씬 날카롭고 거친 소음이 창공을 갈랐다. 잿빛 비행기가 눈에 들어왔다. 군용기였다. 군용기의 경우 소음 측정 단위가 75데시벨을 훌쩍 넘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소음도가 60데시벨이 넘어갈 경우 수면장애가 시작된다. 70데시벨이 넘을 경우 TV·라디오 청취에 방해가 되며, 정신집중력이 저하되고, 말초혈관이 수축된다.
 
낮 시간대에는 기본 소음이 크기 때문에 비행기 소음이 상대적으로 덜하게 느껴지지만 밤에는 심각한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김해공항은 오전 6시~오후 11시 사이에 항공기가 운항한다. 불암동 주민 윤유숙(53) 씨는 "오늘 같은 경우 날씨도 좋고 바람이 적어서 소음이 덜한 것 같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소음이 더 심하다. 주위가 조용한 밤 11시에도 비행기가 날아다니니 잠을 잘 수가 없다. 제대로 체험을 하려면 밤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해 시민들이 소음측정기를 들여다 보고 있다.

류경화(61) 강동마을 통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소음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뒤 비행기 소음이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오늘 마을 주민과 함께 분도마을을 찾았다. 실제로 체험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 신공항 활주로의 위치가 우리 마을과 직선을 이루고 있어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함께 온 이용문(72) 씨는 "지금 여기보다 피해가 더 심해지지 않겠느냐"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대략 1시간 동안 비행기 16대가 이륙했다. 도시계획과 신공항팀 관계자에 따르면, 최저 소음도 69데시벨, 최고 소음도 78.5데시벨로 평균 74데시벨을 기록했다. 도시계획과 신공항팀은 이를 현재 운항 횟수와 운항 시간대, 소음의 최대치 등을 합산해 항공기 소음 측정 단위인 웨클(WECPNL·가중 등가 감각 소음 수준)로 나타냈다. 김희주 주무관은 "행사 1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소음도를 측정했다. 평균 이륙 정보를 적용할 경우 이 지역의 소음도는 72웨클 정도"라고 설명했다.
 
공항소음방지법상 소음대책 대상지역의 기준은 소음도 75웨클 이상이다. 이에 따라 분도마을은 법적으로 볼 때는 소음대책 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 소음도 75웨클이 넘어 대상지역에 포함됐던 것을 감안해 소음대책 대상지역 3종 다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김해시의회 김형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암동에서 받는 보상은 1년에 총 2억 5000만 원 수준이다. 대부분 마을 숙원사업에 쓰인다. 신공항 피해 보상도 이런 식으로 이뤄지면 안 받는 것만 못하다. 김해가 입을 피해를 따져보고 앞으로의 계획에서 변경, 수정, 가능하다면 백지화까지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신공항대책위 박영태 공동위원장은 "내외동, 칠산서부동 통장단 회의에 참석해서 신공항 확장 이후 발생할 소음 피해에 대해 설명했다. 이렇게 소음을 체험하는 자리부터 시작해서 시민들이 소음 피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대책위에서도 다음 달에 지역 주민이 함께 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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