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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림면 중·고교생 태워주던 ‘통학버스’ 이젠 외국인근로자 이용하는 ‘다문화버스’(5) 61번
  • 수정 2017.02.28 14:42
  • 게재 2017.02.28 14:38
  • 호수 312
  • 9면
  • 심재훈 기자(cyclo@gimhaenews.co.kr)
   
▲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부원동. 대성동 김해향교 전경. 생림들판을 벗어난 61번 버스가 낙동강 푸른 물길을 따라 달리고 있다. 연희단거리패가 자리잡은 도요마을. 감자 모종을 심는 도요마을 주민들.(왼쪽부터 시계 방향 순)


풍유동~삼계신시가지~도요 왕복 62㎞
고령화 탓 이용객 줄어 하루 6번 운행

무척산 인근 지역 곳곳에 공장 들어서
주말 쇼핑 즐기는 외국인 근로자 북적

레일바이크·와인터널도 이용할 수 있어
양지마을 뒤로 펼쳐진 낙동강 절경 황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종 면허를 따러 시내 운전학원을 다녀오는 20대, 부산에서 연가를 내고 친정집 농사일을 거들러 가는 40대 딸, 남편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새벽장에 들른 50대 주부, 도심 병원과 목욕탕을 찾아가는 70대 어르신…. 61번 버스를 타는 이유는 세대별로 다 다르다.
 
부원·동상동 구도심에서 삼계동 신시가지와 생림면 도요마을까지 이어지는 61번은 오랜 시간 도시와 농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예전에는 주로 생림면 학생들을 '김해시내'로 실어 나르던 통학버스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어르신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다문화버스가 돼 있다.
 
외동과 어방동을 오가는 도심노선인 2번을 운전하다 1년 전부터 61번의 스티어링휠(핸들)을 잡은 하창태 버스기사는 "2번과 달리 생림을 오가는 61번은 평일 낮의 경우 시골 어르신들이 주로 타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면서 "어르신들이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운전을 천천히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61번은 과거에는 20-1번이었다. 2002년부터 노선이 조정돼 61번 번호를 달았다. 삼계동을 포함한 북부신도시가 개발되기 전에는 구도심을 출발해 부산 강서를 거쳐 생림까지 갔다고 한다.
 
요즘에는 시골 지역의 고령화에 따라 이용객이 줄어드는 바람에 배차간격이 늘었다. 하루 운행 횟수는 6번. 동부교통 박지한 팀장은 "61번은 출퇴근 시간인 오전 7시 5분과 오후 6시 30분에는 풍유동 차고지 대신 외동 차고지에서 출발한다. 생림 지역의 회사를 오가는 승객들이 그 시간대에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풍유동 차고지를 출발한 버스는 풍유동~도요 구간 왕복 62㎞를 달리게 된다. 봉황역을 지나자 비로소 첫 승객이 탔다. 평일 낮에는 새벽시장이 서고 병·의원도 밀집한 구도심의 경전철 부원역이나 김해세무서 인근에서 타고 내리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한다.
 
이 날도 부원역과 김해세무서, 동상동에서 승객 10여 명이 버스에 올랐다. 도요마을에 집이 있다는 유정부(76) 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나락 농사를 짓는데 관절이 안 좋아 아침에 시내 병원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병원 갈 일이 아니면 명절이나 제사 때나 장을 보러 시내로 나온다"고 말했다.
 
김해세무서 정류장에서 꽤 무거워 보이는 비닐주머니 두 봉지를 들고 탄 50대 주부는 "그래도 마을에서는 젊은 편이어서 가끔 시내에 나와 마을 형님들 장을 봐주기도 한다. 오늘은 우리 아저씨(남편) 생일이어서 새벽시장에 왔다. 찹쌀, 도라지, 고구마줄기 이것 저것 다 샀다. 미역국 끓일 소고기를 못 샀다"며 아쉬워했다.
 
동상동과 김해여고를 거쳐 구도심을 빠져 나가자 구산백조아파트와 구산주공아파트가 나왔다. 이 곳은 김해에서 비교적 일찍 택지개발이 시작된 곳이어서 대단지아파트가 형성돼 있다. 구산동을 지나면서 20대 초반의 젊은 승객 두 명이 탔다. 한 명은 운전면허 주행연습을 하러 시내에 나왔다 돌아가는 길이었다. 생림면 신암마을에 산다는 김승빈(20) 씨는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도로 주행연습을 하고 집에 가는 길이다. 분성고를 졸업했는데 학교 다니면서 61번을 자주 이용했다. 아버지 차를 타고 등교하기도 했지만 안 그럴 때는 이 버스를 탔다. 가끔 등하굣 길 버스 안에서 중학교 졸업 이후 얼굴을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 반가움을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구산동을 지나 삼계동에 닿자 삼계푸르지오, 부영 등 대단위 아파트촌이 눈에 들어왔다. 1996년의 택지개발 때 조성된 삼계신도시의 아파트들이었다. 삼계동은 내외동과 함께 김해에서는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지만, 61번에 오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삼계정수장을 지나면 도심을 벗어나 생림면으로 진입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사실 삼계동 주민들이 도요마을 방면의 61번을 이용할 일은 크게 없는 실정이다.
 
삼계동을 지나면서 도요마을에 친정이 있다는 김 모(51·여) 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데, 친정집 일을 거들기 위해 휴가를 내 61번을 탔다고 했다. 부산 사상에서 경전철과 버스를 3번 갈아 탔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 한창 감자 모종을 심을 시기여서 일손을 보태러 가는 길이다. 부모 연세가 많다. 마을에는 일을 거들 사람들이 없어 가끔 고향집을 찾는다. 김장할 때나 수확할 때면 3남매와 아이들까지 다 모인다. 농사일을 거드는 게 쉽진 않지만 부모 얼굴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으면 그만큼 좋은 일이 없다. 다만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시간 맞추기가 어려운 게 아쉽다"고 말했다.
 
가야대역을 거쳐 삼계정수장을 지나자 생림면의 공단지대가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에 나전농공단지가 준공되면서 나전공단 인근에서부터 무척산 입구까지 수많은 공장들이 도로를 따라 들어섰다. 산수 좋기로 유명했던 생림 벌판과 무척산은 사라지고 없었다. 무척산 기슭의 임야와 농지에는 쥐가 파먹은 듯 형형색색 지붕의 공장들이 들어서 있었다.
 
공장들이 많다 보니 요즘 61번의 단골승객은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특히 주말 승객의 대다수는 외국인들이다. 하창태 기사는 "주말에는 나전공단이나 인근 공장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평일보다 승객이 많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주일치 장을 보기도 하고 옷이며 일용품 등 쇼핑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공장지대를 지나 무척산 입구에 들어서자 생림의 너른 들판이 펼쳐졌다. 과거에는 없었던 소규모 공장들과 축사가 분위기를 약간 훼손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풍광은 시원했다. 무척산 입구나 생림중 정류장에서 61번의 형제노선인 60번으로 갈아타면 폐선된 철로를 활용한 레일바이크와 산딸기 와인을 시음·판매하는 와인터널로 가 볼 수 있다.
 
생림들판에 들어선 61번은 차례로 선곡, 신안, 안양, 창암, 양지마을을 지났다. 창암마을에 있는 무척산관광예술원은 외지인들이 한 번쯤은 찾을 만한 장소다. 무척산관광예술원에는 농촌의 옛날 모습을 감상하고 체험도 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양지마을을 조금 지나자 낙동강지류가 눈에 들어왔다. 삼랑진철교 건너편은 밀양이었다. 여기서부터 61번 노선의 보석인 도요마을과 도요창작스튜디오로 가는 길이 열린다. 종점은 '도요'다. 4대강 공사 때문에 그 유명했던 도요마을 감자밭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대신 그 자리에 산책로와 자전거길, 주차장 등이 들어섰다. 삼랑진철교가 바라보이는 낙동강을 따라 망중한을 즐기고 싶다면 '강추'할 만한 곳이다.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예술감독은 2009년부터 도요마을에 창작스튜디오와 거주공간을 마련했다. 도요에서 제작한 첫 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는 제46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무대미술기술상, 신인연출상 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매년 여름에 연극과 잔치가 어우러진 도요마을강변축제를 5번 째 열었다. 간간이 토요일에는 책 관련 이벤트와 연극을 접목시킨 도요가족극장을 진행하기도 한다.
 
도요마을을 떠나 다시 시내로 향했다. 도요보건진료소 정류장에 이르자 가야대 간호학과 학생 6명이 탔다. 보건진료소에서 실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도요보건진료소는 1998년 인근의 5개 보건진료소가 구조조정됐을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곳이다. 도요보건진료소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요마을 주민 118명과 양지마을 주민 594명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25년 간 도요보건진료소를 지켜 온 김필순 진료소장은 "어르신들이 침을 맞거나 검진사진을 찍기 위해 61번을 타고 시내 한의원이나 큰 양방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잦다. 더 멀긴 해도 익숙하고 예전부터 병원이 있었던 부원동이나 동상동 구도심의 병원을 간다. 삼계동에는 병원이 많아도 어르신들은 지리를 잘 몰라 낯설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해에는 면 단위에 보건지소가 여럿 있지만 보건진료소는 이 곳 한 곳 뿐이어서 인제대, 가야대, 김해대 등 간호학과가 개설된 대학의 학생들이 견학을 위해 자주 찾는다. 방학 중인 12~1월을 제외하고는 매주 찾아오기 때문에 화요일 오전 61번을 타고 도요로 가는 젊은 대학생이라면 십중팔구 지역의 간호학과 학생들"이라고 전했다.
 
버스는 나전공단에서 시내로 가는 승객을 태웠다. 나전공단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김보연(37) 씨는 양산에 볼 일이 있어 오후 시간을 쪼개 61번을 탔다. 그는 "지금은 삼정동으로 이사했지만 원래 고향은 생림이어서 20여 년 전 학창시절부터 자주 61번을 탔다. 과거엔 등하굣길의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타 늘 시끌벅쩍했다. 요즘에는 학생들은 거의 없고 어르신들만 이용한다. 버스도 활기를 잃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61번 노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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