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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짜릿한 손맛이 포켓몬고 잡는 재미”■ ‘포켓몬고 성지’ 가야의거리 가보니
  • 수정 2017.02.28 15:06
  • 게재 2017.02.28 15:04
  • 호수 312
  • 12면
  • 배미진 기자(bmj@gimhaenews.co.kr)
   
▲ 어린이들이 가야의거리에서 포켓몬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곳곳에 포켓볼·포켓스탑·체육관 즐비
주말에만 100여 명 이용객 대거 몰려

스마트폰 게임하며 데이트 즐기거나
어린 딸이 엄마에게 획득 방법 훈수도

화면 집중 이용객 교통사고 우려 상주
‘안심지킴이’ 현장 돌며 안전 당부

 

"우와, 잉어킹 잡았다!"
 
지난달 18일 오후 2시께 김해 시내 해반천변을 따라 조성된 '가야의 거리' 일대에서 사람들이 연신 환호성을 질러댔다. 다들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걷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포켓몬고'를 하고 있었다.
 
포켓몬고는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모바일게임 버전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주인공 '지우'가 포켓몬을 포획하며 여행하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수백 종에 이르는 다양한 매력의 포켓몬이 등장한 덕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는 이용자가 직접 야외를 돌아다니면서 포켓몬을 잡는 스마트 폰 증강현실 게임이다. IT(정보통신) 신기술을 활용해 현실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덧붙여 하나의 영상으로 보이게 한다. 지난해 7월 해외에서 출시되자마자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지난 1월 24일에는 국내에서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적잖은 사람들이 '지우'가 되어 포켓몬 사냥에 나서고 있다.
 

   
▲ 휴대폰 화면에 등장한 포켓몬.

봉황동 유적과 국립김해박물관, 해반천 등이 있는 '가야의 거리'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포켓몬고 성지'라 불리고 있다. 포켓몬을 잡아 가둘 수 있는 포켓볼, 진화 아이템 등을 획득할 수 있는 장소인 포켓스탑, 포켓몬끼리 대결을 할 수 있는 체육관 등이 문화재나 유적지 주변에서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김해시에 따르면 가야의 거리와 연지공원, 수로왕릉 일대에 80여 개가 넘는 포켓스탑과 10여 개의 체육관이 몰려 있다. 포켓스탑은 시민의 종과 각배 조형분수, 동상 등 각종 조형물에서 발견할 수 있다. 희귀 포켓몬도 자주 출몰하는 덕에 주말에만 100여 명이 넘는 이용객들이 가야의 거리를 누비고 있다.
 
홍윤영(13) 군은 "봄방학이라 매일 진영에서 버스를 타고 온다. 엄마가 집에만 있지 말라고 해서 바깥으로 나왔다. 포켓몬고를 하면 잡을 때 손맛이 느껴져 계속 하게 된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친구와 같이 왔다는 손은혁(13) 군은 "해반천에서는 희귀한 물 포켓몬인 미뇽과 잉어킹이 잘 잡힌다. 창원보다 김해에 포켓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기서는 다 잡은 것 같다. 박물관으로 가 보자"라면서 서로 대결하듯 박물관을 향해 뛰어 갔다.
 
포켓몬고는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딸과 함께 게임을 하던 김경은(35·여·부산 개금동) 씨는 "해 보니 재미있다. 걸을 수 있으니 운동도 되고 좋은 것 같다. 아이와 같은 게임을 하니 공감도 되고 소통도 잘 돼 기분이 좋다. 김해에는 포켓몬고 안심지킴이가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게임에 푹 빠진 아들의 어깨를 꽉 잡고 다니던 이종남(45·내동) 씨는 "평소에는 집에서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만 하던 녀석이었는데 밖에 나와 같이 걸으니 상쾌하다. 항상 앞을 보고 다니라고 일러주지만, 보호자가 있으니 실컷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며 빙긋 웃었다.
 

   
▲ 청소년들이 연지공원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발 밑과 앞을 잘 보면서 다니세요. 주변을 잘 살피면서 안전하게 게임을 하세요~." 포켓몬고 안심지킴이로 나선 내외문화의집 자원봉사자들이 게임 이용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가야의 거리가 차도와 맞닿아 있어서 부주의하면 위험할 수 있다. 왕복 2차선 도로에 주·정차한 후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어서 가끔 정체현상도 일어난다. 느릿느릿 서행하는 차들은 게임을 하는 차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학생이 앞을 안 보고 걷다가 지나가던 사람과 충돌할 뻔하기도 했다. 가야의 거리 도로에는 비상등을 켠 차량들도 더러 보였다. 뒤에서 오던 차들은 짜증 섞인 경적소리를 울려대거나 피해가기도 했다.
 
한동안 가야의 거리에 머물던 이용자들은 포켓스탑이 많다는 연지공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연지공원 일대는 주말 산책객과 게임 이용자들이 한데 섞여 북적거렸다. 연지공원 입구에는 '예쁜 화단 밟지 말고 주위를 살피며 해요'라고 적힌 노란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 안심지킴이 봉사활동에 나선 라온합창단 단원들도 짝을 이뤄 다니며 안전을 당부했다. 허순욱(62) 단장은 "옆에서 보니 재미있어 보여 단원 몇몇이 게임을 내려받았다고 한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가족이 함께 나와 즐기는 것을 보니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 '안심지킴이'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포켓몬을 잡는 방식에서도 개성이 묻어났다. 자전거에 스마트폰 거치대를 장착해 누구보다 빠르게 포켓몬을 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도 있었다. "엄마! 그렇게 하면 안 잡히지~ 이렇게 해 봐." 어린 딸이 게임 방법을 모르는 어머니에게 훈수를 두는 상황이 생기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틈틈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도 많았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산책객, 운동을 하러 나온 가족들도 모두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채 포켓몬 잡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 노인은 "쯧쯧" 혀를 차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는 "TV에서 게임을 하다 교통사고가 나는 걸 많이 봤다. 게임에 집중하다 발을 잘못 디디면 그대로 다치는 것 아닌가. 손자도 매일 게임을 하는데 안전이 제일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학부모 김모(51·동상동) 씨는 "아들이 중독된 것처럼 매일 이 게임만 한다. 밖에 나가야 할 수 있는 게임이라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서 혼을 낼 때도 있다. 친구들과 포켓몬 수, 레벨 등급 등을 놓고 서로 경쟁을 한다고 한다. 이용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가 지고 사위가 어두워지자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다. 언제 집에 갈 거냐고 물었지만, 한 학생은 들은 채 만 채 어둠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다른 한 학생은 시계를 확인하더니 버스정류장을 향해 뛰어갔다. 내심 아쉬웠던지 "친구들이랑 아침 일찍 와서 많이 잡아야겠다"며 내일을 기약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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