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매화, 홍매화가 화려하게 피어 있는 순매원에서 관람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 기차 한 대가 여유롭게 인근을 지나고 있다.


마을 입구 예쁘게 장식한 벽화에 눈길
가야진사 용신제 유래 스토리텔링 재미

낙동강·기찻길·매화 ‘환상조화’에 감탄
짙은 향에 취해 연거푸 카메라 셔터만

오는 26일까지 ‘순매원 13돌 매화잔치’
18~19일에는 제11회 원동매화축제도



봄바람을 따라 꽃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아직은 앙상한 나뭇가지도 한 폭의 풍경화가 되어 달려온다. 김해 북부동을 지나 경남 밀양 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문득 눈 앞에 커다란 산 하나가 우뚝 선다. 천태산이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산을 넘으면 오늘의 목적지인 양산 원동면 원동마을에 닿는다.
 
원동면 주민들은 1970년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영포, 함포, 내포 마을 등지에 매화나무를 대거 심기 시작했다. 현재 재배 농가 수는 311호이며, 재배면적은 106ha에 달한다. 2006년부터는 원동면 일대에서 매화축제도 열리고 있다.
 
김해에서 출발해 50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원동마을 입구에 있는 2층집은 봄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노란 조끼를 입은 두 사람이 건물 벽에 페인트 붓으로 마을지도를 그리고 있다. 이들은 '하늘벽화봉사단' 소속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원동마을에서 벽화를 그려왔다고 한다. 하늘벽화봉사단은 김해에 본사를 둔 단체다. 전국에 26개의 지소를 가지고 있으며, 회원만 1만 1000명이 넘는다. 김용환 단장은 "지난 8개월간 이 마을에 회원 80여 명을 투입해 벽화 100여 점을 그렸다. 학생, 주부, 작가 등 다양하다. 이제 기온이 좀 풀리니 작업을 하기가 훨씬 좋아졌다"며 웃는다.
 

▲ 원동역 인근 건물의 벽면을 가득 채운 벽화.

마을의 벽화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뉜다. 원동역 주변에 마련한 관광객용 포토존과 마을 골목골목에 그린 7080 벽화, 그리고 자전거길 좌우로 그려진 스토리텔링 벽화다. 스토리텔링 벽화는 용신설화를 바탕으로 꾸며졌다. 설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옛날 어떤 사람의 꿈에 용 한 마리가 나타났다. 남편 용이 첩만 사랑하고 자기를 멀리하니 첩 용을 죽여주면 은혜를 갚겠다고 했다. 그는 사정을 딱히 여겨 다음날 첩 용을 죽이기 위해 용소로 갔는데, 실수로 그만 남편 용을 죽이고 만다. 본처 용은 슬피 울며 그 사람을 태우고 용궁으로 가 버렸다. 이후 마을에는 재앙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니 잠잠해졌다고 한다. 지금도 해마다 5월이면 원동면에 있는 사당 가야진사에서 용신제가 봉행된다.
 
원동면사무소 주변에서는 7080디자인 간판, 타일벽화도 볼 수 있다. 특히 여기는 찻집이 많다. 매화의 고장답게 매실차는 모든 가게의 공통메뉴다.
 
원동역에서 원동초 방면으로 걸어 나가면 오른쪽 벽을 가득 메운 커다란 벽화가 보인다. 꽃비를 맞으며 걷는 남녀 그림 위로 경사진 도로가 나 있다. 도로를 따라 3분 정도 달렸을까. 꽤 많은 차들이 멈춰 서 있다. 막연한 기대감에 죽 늘어선 행렬 끝에 차를 세우고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맞닥뜨린 매화와 낙동강의 콜라보레이션(합작) 작품.
 
마음 먹고 내놓지 않은 이상 이렇게 조화로울 수가 없다. 탁 트인 시야에 깊은 숨이 절로 들이켜진다. 낙동강, 기찻길, 그리고 매화. 가장자리에 세워진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라는 팻말이 자랑스럽게 빛난다. 관광객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 속에 한참을 묻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 순매원 입구에 놓인 물레방아.

잠시 후 다시 가던 길을 따라 매실농원 순매원으로 향한다. 이미 이름난 이 농원은 3년 전 TV프로그램 '1박 2일'의 촬영지가 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김해에서 왔다는 동갑내기 부부가 셀카봉을 들고 매화밭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승언(41)-김주영(41) 부부다. 이들은 "해마다 온다. 일단 여기에 발을 들이면 진한 매화 향에 매료돼 기분이 좋아진다. 올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올해는 주변시설이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졌다"고 말한다.
 
순매원은 매년 원동매화축제와는 별개로 잔치를 벌인다. 농원이 강변에 위치해 다른 곳보다 꽃이 일찍 피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달부터 오는 26일까지 '순매원 13돌 매화잔치'를 열고 있다. 이 기간에는 야외 탁자에서 국수와 파전, 떡볶이, 어묵 등을 먹을 수 있다.
 
순매원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6년 전이다. 당시 부산에서 은행원으로 일했던 김용구(68) 사장은 퇴직 후의 생활을 위해 땅을 구입했다. 이후 넉 달 만에 이곳을 찾았더니 농원이 온통 하얗게 물이 들어 있었단다. 그는 "11월에 땅을 사놓고 3월 어느 날 밤에 와 보니 매화 향이 그윽한 게 너무 좋더라. 뭐든지 미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그날부터 매화나무를 제외한 모든 나무를 다 뽑아냈다. 그리고 매화나무를 구해 심기 시작했다.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워 처음부터 개방했다"고 전한다.
 
현재 순매원에는 매화나무 8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김 사장은 매달 수입이 있던 초반 10년 동안은 1년 365일 방문객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했다. 매일 쌀을 세 가마니씩 씻어 밥을 지었다고 한다. 5년 전 퇴직을 하면서부터 국수는 2000원, 파전은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매실로 만든 된장과 고추장, 간장, 식초, 차도 판매대에 진열해 놓았다.
 

▲ 동갑내기 김승언-김주영 부부가 매화 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원동역에서 사진 찍는 곳을 거쳐 순매원까지는 차로 5분 정도 걸린다. 걷기에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코스다.
 
순매원에서 배냇골 방면으로 약 15분을 달리면 또 다른 꽃 천지인 쌍포매실다목적광장이 나온다. 광장은 지난해까지 축제의 주 행사장이었다. 올해 제11회 원동매화축제는 오는 18~19일 이틀간 열린다. 올해는 주 행사장이 원동교 건너편 유휴지다. 힐링콘서트와 시립합창단 도깨비콘서트, 매화퍼포먼스 등 새로운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원동역에서 행사장까지 가는 길에는 틈새공연과 아트프리마켓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쌍포매실다목적광장에서는 포크송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먹거리 장터가 들어설 계획이다.
 
해마다 이 무렵에는 교통량이 많아 자동차로는 이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김해 진영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20분 만에 원동역에 닿을 수 있다. 출발 전 왕복티켓 예약은 필수. 이달 한 달간은 원동면 함포, 내포, 영포일원에서 미나리축제도 열린다. 마을 어디에서나 미나리 삼겹살을 홍보하는 플래카드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는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나무가 많다. 그러나 많은 양의 매화나무가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기사가 나갈 무렵이면 벌어질 꽃 잔치가 기대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따뜻한 봄날, 간질대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다면 가까운 양산 원동으로 떠나보는 게 어떨까. 싱싱한 미나리에 몸이, 달콤한 꽃향기에 마음이 건강해질 것이다.

김해뉴스 /양산=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원동마을 /경남 양산시 원동면 원동마을길 13(원동역 기준).
가는 방법 : 경전철 대저역에서 부산지하철 3호선을 환승한 뒤 덕천역에서 다시 2호선으로 환승. 이후 양산역에서 내려 138번 버스를 타고 원동초에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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