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주민의 집, 농기학교 개강
네팔 근로자 24명 20주 과정 이수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귀국한 뒤 고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의 농업기술을 가르치는 '농업기술학교'가 김해에서 문을 열었다.
 
김해시와 '김해이주민의집'은 지난 5일 김해시농업기술센터에서 '외국인근로자 농업기술학교' 개강식을 가졌다. 이날 개강식에는 민홍철(더불어민주당·김해갑) 국회의원, 김해시농업기술센터 박수찬 소장, 주한네팔영사관 데브라즈 더깔 노무관, 경남이주민센터 이철승 센터장, 가나안농군학교 김화년 부교장 등이 참석했다.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농업기술학교가 개강한 것은 한국의 농업기술을 배워 조국에 돌아간 뒤 활용하고 싶다는 외국인근로자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특히 네팔은 국민의 70%가 농사를 생업으로 하고 있다. 네팔 출신 근로자들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더라도 단순 노동을 하는 게 대부분인데다, 그나마 기술을 배우더라도 네팔에는 관련기업이 없고 창업을 하기도 어렵다.
 
'김해이주민의집'의 수베디 여거라즈 대표는 이같은 네팔 근로자들의 고민을 알고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의 농업기술을 배우게 하려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였던 김해이주민의집 이봉수 이사장이 두발 벗고 지원에 나섰다.
 

▲ 민홍철 국회의원이 지난 5일 외국인 농업기술학교 개강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이사장과 수베디 대표는 주한네팔영사관의 노무관과 함께 지난해부터 네팔에 한국의 농업기술을 적용시키는 게 가능한지를 조사했다. 직접 네팔을 방문해 농업 환경과 토질을 살폈다. 네팔 각 기관에서 농기계 대여, 농장 운영 대출까지 확인한 결과 한국의 농업기술을 배워 가면 농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에서 일을 하다 귀국한 네팔인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농업기술교육 참가 여부도 파악했다. 이들은 이후 김해시농업기술센터와 협의를 통해 공동으로 농업기술학교를 진행하게 됐다.
 
외국인근로자 농업기술학교는 앞으로 20주 동안 일요일마다 진행된다. 네팔 출신 근로자 24명이 참여해 주중에는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김해시농업기술센터나 농업현장에서 농업기술을 익히게 된다.
 
교육은 농업용어 위주의 한국어교육을 시작으로 농업 이론과 실습 등으로 이뤄진다. 이론·실습은 토마토 재배, 농기계 이론, 토마토 병·해충, 시설원예 기초, 베리류 재배, 현장 교육, 농기계 실습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어 교육은 김해이주민의집 강사가, 농업기술은 김화년 부교장, 김해시농업기술센터 외래강사가 맡을 계획이다.
 
박수찬 소장은 "김해는 예로부터 3대 곡창지로 유명한 김해평야가 있는 곳이다. 1958년 전국 처음으로 비닐하우스 농업을 시작한 곳이다. 농업 분야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김해에서 농업기술학교를 개강하는 의미가 크다. 다들 교육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수해 고향에 돌아가서 농업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봉수 이사장은 "지난해 네팔을 방문해 농업 현장을 돌아보고 농업기술학교의 필요성을 느꼈다. 네팔은 한국의 30~40년 전 농촌 현실보다는 열악하지 않다. 김해에서 시작한 근대농업혁명 덕분에 한국은 이른 시일에 농업을 발전시켰다. 짧은 일정이지만 네팔 근로자들이 최선을 다해 교육을 받아 네팔 경제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네팔 근로자인 부원 구마르 벗스냇(35) 씨는 전체 근로자들을 대표해 교육을 성실하게 받겠다고 선서했다. 그는 "농업기술교육이 너무 필요했다. 네팔 사람들은 비닐하우스, 채소 농작 등 농사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인제대에서 국제통상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차우라겐 게달 므라사드(29) 씨는 "네팔에서 가족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한국에서 배운 기술로 네팔에서 농사를 하고 싶다. 열심히 배워서 네팔 사람들에게 농업기술을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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