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


 헌법재판소 지난 10일 ‘인용’ 결정
“결과 승복하고 깨끗한 퇴진” 촉구
 대화합 이끄는 대통령 선출 기대
“안타깝고 눈물난다” 소수 의견도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데 대해 김해 시민들은 대부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들이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민주적, 평화적으로 몰아냄으로써 지난 10년 간 퇴보했던 민주주의가 다시 회복될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시민들의 평가였다.
 
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박재현(51) 교수는 "탄핵은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전진의 과정이다. 국민 주권이 촛불 민심으로 표출되고, 평화적인 시위를 통해 전달됐다. 소수 기득권이 헌법을 무력화하고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국민이 막아냈다. 우리나라에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감격해 했다.
 
영어강사 윤지혜(34·삼방동) 씨는 "탄핵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혹시 탄핵이 기각될까 걱정이 됐다. 탄핵이 인용돼 다행이지만, 세월호가 탄핵사유에서 제외된 점은 안타까웠다. 모든 의혹을 명백하게 밝혀내서 꼭 그 책임을 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배승환(58·삼방동) 씨는 "일반인이 국가 수장을 비서같이 부리면서 이권을 챙겼다. 당연히 탄핵 사유다. 국민들은 헌법을 수호하지 못한 대통령에게 실망이 컸다. 국론이 분열된 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며 큰 낭비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에도 반성할 줄 모르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인제대 정치외교학과 홍재우 교수는 "진보, 보수를 떠나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이런 결론을 얻어낸 것은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진행한 덕분에 민주주의의 자정 능력이 발휘됐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민주주의가 쇠퇴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다시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해시의 40대 공무원 A 씨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중에서 70~80%가 탄핵에 찬성했다. 공무원 중에서도 찬반 견해가 있었지만 대다수는 탄핵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 박 모(55·여·삼방동) 씨는 "지난 4년을 되돌아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감이 아니었다. 불통, 고집만 있는 사람이었다. 헌재의 판결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 때문에 국론만 분열됐다. 앞으로 당선될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른바 친박인사 등이 헌재의 탄핵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반응을 보인 것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터져 나왔다.
 
시민단체인 '우리동네사람들'의 강미경 팀장은 "박 전 대통령과 친박은 부당하게 국민들을 선동해 국론분열과 혼란을 부추기는 걸 멈추고 헌재 결정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물러나야 한다. '새로운 시작을 향한 화합의 길'까지 막는 또 다른 누를 끼치지 않는 게 그동안 고생시킨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질타했다.
 
홍승자(53·여) 경남민예총 김해지부장은 "탄핵 인용은 잘 됐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과오를 인정하고 사분오열된 대한민국을 위해 깨끗하게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핵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라진 국론 분열을 수습하고, 나라 안팎에 산적한 현안을 서둘러 해결할 새 대통령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게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시민 최정현(36·삼계동) 씨는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실망감이 매우 크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인용 발표가 나기 전에 하야했어야 했다.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다. 모든 국민이 헌재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완성된다.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가야사랑두레 정다운(59) 대표는 "다음 세대를 위해 잘된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진정 국민을 사랑한다면 따뜻한 말과 함께 조용히 물러나는 게 맞다. 다음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고, 국민과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 조은비(27·어방동) 씨는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 승리했다. 유혈사태 없이 평화로운 민주주의 절차로 박 전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얼른 다음 대통령이 선출돼 분열된 대한민국을 화합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여성복지회관 최선화(54) 관장은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다. 헌법재판소가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잘 판단했다. 모든 게 대통령만의 잘못은 아니다. 그를 뽑은 우리에게도 잘못은 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나라 일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김해시지부 유왕용(47) 사무차장은 "조합원들은 당연히 탄핵을 환영한다.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대통령이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법과 제도를 바꾸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정진영 사무국장은 "국민이 주도한 촛불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탈핵을 이뤄낼 수 있는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바란다. 차기 대통령은 녹조현상이 끊이지 않는 낙동강의 보를 터 재자연화를 할 수 있는 환경정책을 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탄핵 인용을 안타까워하는 반응도 있었다.
 
주부 황순자(60·삼정동) 씨는 "탄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이다 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게 됐다. 안타깝고 눈물이 났다. 박 전 대통령은 모르고 한 일이 아닐까 싶다. 다만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도 자초지종 설명을 안 하니까 답답하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을 매우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만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 집권여당으로서 그동안 국정혼란의 책임을 통감하고, 이러한 결정에 이르기 전에 미리 대처하지 못하고 차단하지 못한 점을 도민들에게 깊이 사죄한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심재훈·이경민·김예린·조나리·배미진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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