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문고 학생들이 손으로 코와 입을 막은 채 장유터널 안을 걷고 있다.


능동중·삼문고 ‘고통의 등·하교’
코·입 가리고 힘들게 걸음 재촉
버스는 이용시간 너무 길어 외면



지난 10일 오전 장유터널 안으로 학생 여러 명이 걸어가고 있었다. 누르스름한 조명 아래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면서 매연을 내뿜어 터널 안은 뿌연 상태였다. 학생들은 손, 손수건 등으로 코, 입을 틀어막고 터널 출구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왜 학생들은 건강을 해칠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한 장유터널 안을 무리하게 걷고 있었던 것일까.
 
부곡동에 살고 있는 박지연(15·여·능동중) 양이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그는 매일 학교를 오가느라 장유터널을 지난다. 학교가 있는 장유2동에 가는 26번 버스가 있지만, 아파트 정류장 곳곳을 거쳐 가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장유터널로 걸어가는 게 훨씬 빠르다. 그의 부모는 "매연과 미세먼지가 심하니 장유터널로 걸어다니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박 양은 통학시간을 줄이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과 함께 늘 장유터널로 등·하교한다.
 
삼문동 산 41에 있는 장유터널은 삼문동~부곡동을 잇는 380m 길이의 터널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차량 통행이 매우 많다. 능동중, 삼문고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삼문동~부곡동을 오가는 26번 버스를 타지 않고 터널 안을 걸어 다니는 경우가 많다.
 
부곡동 부영8단지 아파트에서 장유터널을 지나 능동중까지는 총 1.93㎞다. 걸어 가면 25분 정도 걸린다. 반면 26번 버스를 타면 정류장 7곳을 거쳐 총 3.23㎞를 달려야 한다. 버스 운행시간은 21분이지만, 배차간격이 14~16분이어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35~37분이 걸린다. 버스를 한 대 놓치면 1시간 가까이 될 수도 있다.
 
장유터널 안을 걸어 통학하기는 쉽지 않다. 차량에서 내뿜는 매캐한 매연 때문에 숨 쉬기도 힘들다. 터널에서 울리는 차량 소음 탓에 옆사람의 목소리를 듣기도 힘들다.
 
장유터널 안을 걸어가던 삼문고 재학생 제 모(16), 이 모(16) 양은 "매연 때문에 장유터널로 통학하는 것을 부모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버스를 타면 빙빙 둘러가기 때문에 터널로 걷는 게 더 가깝다. 장유터널을 지나지 않으면 아파트 단지 이곳저곳을 빙 둘러 걸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부곡동 주민 유 모(41) 씨는 "삼문동에서 부곡동까지 장유터널을 이용하면 자동차로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버스는 단 한 대도 장유터널을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매연을 마셔가며 장유터널로 등·하교한다. 장유터널 위에 보행로를 만들거나 다른 버스 노선을 개설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장유출장소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장유터널 안에 보행로가 설치돼 있어 사고 위험은 없다. 매년 터널 청소를 하고 있다. 장유터널 위에 보행로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장유에 아파트가 늘면서 주민 요구에 맞춰 노선을 계속 조정했다. 그러다 보니 25번, 26번 노선의 정류장이 많아졌다. 장기적으로 무계동 장유광역환승센터를 만드는 기반시설을 늘리고, 노선을 개편해야 한다. 교통 여건이 변하는 시점에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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