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원영 대성동박물관 학예연구사.

수로왕과 허왕후의 후손들이 인도 유피(UP) 주 아요디아 사류강가에 세운 허왕후기념비 제막 16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김해시 대표단의 일원이었다. 한 방송국이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기 위해 동참했다.
 
직접 가 본 인도는 '황당한' 나라였다. 끝없이 넓은 평지에 수많은 사람과 소, 원숭이, 개, 각종 조류 등이 함께 살고 있었다. 집도 인근에서 나는 벽돌로 지어 허물어지면 다시 흙으로 순환되는 구조였다.
 
'고행의 나라'답게 인도 여행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여기에 일주일 내내 새벽 5시에 기상해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버스, 기차에서 보내야 했다. 또 너무 비위생적이었다. 음식은 입에 안 맞고, 물도 판매용 생수 외에는 마실 수 없었다. 환절기여서 아침은 쌀쌀하고 낮은 30도를 웃돌았다.
 
길거리의 개가 더 행복하게 보일 정도로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엄청난 재산을 가진 부유층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다고 하는 모순된 나라였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 다시 인도에 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더 들면 모르겠지만…. 허왕후가 먼 길을 떠나 시집온 뒤 안돌아 간 이유를 이해할(?) 정도였다. 
 
허왕후는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삼국유사> '가락국기'의 기록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아유타국 출신이라는 점에 착안해 현재 인도 북부의 아요디아로 보는 설이 있다. 또 인도 남부 첸나이 인근 인도양 해변가의 아요디아로 보는 이도 있다. 태국의 아유디아로 보는 설, 인도 중부 아요디아 출신은 맞지만 중국 사천성 안악현 보주로 이주해 가야로 왔다는 설도 있다. 거리가 먼 것을 염두에 두고, 이웃 일본에서 왔다고 보는 설마저 있다. 심지어는 이 모든 것들이 후세에 조작되고 왜곡됐다는 '도발적' 내용을 담은 책도 최근에 출간됐다.
 
제41회 가야문화축제기간 중인 오는 4월 7~8일 국립김해박물관 강당에서 열리는 제23회 가야사국제학술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이며,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을 역임했고 한양대 교수도 지낸 고려문화재연구원 김병모 원장이 기조 강연을 한다. 그는 '허왕후는 아요디아 출신으로 중국에 이주해 다시 가야로 건너왔다'는 설을 제기했다. 인도 델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부산외대 이광수 교수가 반박하면서 정면충돌할 예정이다.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평소 궁금했던 의문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경제적 보복을 진행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중국에 버금가는 인구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인도와 2000년 전의 인연을 고리삼아 활발한 교류를 진행한다면, 이는 단순히 김해를 넘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김해시는 이번 방문에서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는 한국-인도의 지방정부 간 교류와 협력 방안도 심도 깊게 논의했다. 인구가 2억 명이어서 인도 최대의 주인 유피 주의 문화부 하리움 차관과 관광부 세갈 차관 외에 실무 국장, 부국장 등 20여 명의 직원과 면담하기도 했다. 주제는 허왕후를 고리로 한 한국-인도의 우호 교류 협력이었다.
 
인도가 한국, 김해에 보여준 열의는 대단했다. 먼 거리가 문제이긴 하지만, 인도와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져야 하고,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마침 유피 주에서 한국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실시하고, 9월 허왕후 신행길 축제에도 대표단을 보낸다고 한다.
 
재작년 한국-인도 정상회담의 결과 인도 아요디아에 허왕후기념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설계비 10억 원은 한국정부가, 공사비 90억 원은 인도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오는 6월께 차질없이 착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 전통의 한옥 구조 정자 등도 들어선다고 한다. 허왕후를 매개로 이어진 인연의 고리가 더욱 견고해지도록 모두 노력해야겠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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