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쁘띠 르 뽀미에의 황위성 대표가 '곡물크림치즈브레드'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20년 전 외환위기 때 하루아침에 실직
가장 역할 다하려 선택했던 빵 만들기

GS 체인점 뛰어들어 10년간 일에 매진
주경야독 노력 덕 자격증만 20개 취득

이색적인 빵 이름 고객 호기심 유발
빼어난 맛까지 더해 장기 단골 수두룩
하루 지난 제품은 기부… 나누는 즐거움



"오늘 만든 신선한 빵만 팝니다."
 
장을 보는 주부들로 복잡한 장유 부곡동 GS슈퍼마켓 안에서 '신선한 빵'을 만든다는 힘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GS슈퍼마켓 안에 있는 '쁘띠 르 뽀미에(대표 황위성·46)'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갓 구운 빵들이 진열되기 시작했다.
 
쁘띠 르 뽀미에는 GS슈퍼마켓의 프랜차이즈 빵집이다. 그러나, 여타 프랜차이즈 빵집들과는 달리 '독립된' 제빵사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슈퍼마켓마다 맛과 개성이 다른 게 장점이다. 쁘띠 르 뽀미에는 '작은 사과나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사과나무 가지에 탐스럽게 열린 빨간 사과처럼 빵집에는 50가지가 넘는 빵들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고객들이 볼 수 있게 개방된 제빵실에서 황위성 대표가 차분하게 빵을 만들고 있다. 마산에서 태어난 그는 2003년부터 쁘띠 르 뽀미에를 운영해 왔다. 그가 제빵사의 길을 택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 잘 다니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게 됐다. 30세의 나이에 실직자가 된 것이다. 가장이었던 그는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그때 그가 택한 게 빵이었다.
 
황 대표는 "가장으로서 뭐라도 해야 했던 시기였다. 우연찮게 제과제빵 학원에 등록해 1년간 열심히 배웠다. 창원 '따삐오 베이커리'에서 2년간 기술을 익힌 뒤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GS슈퍼마켓에 쁘띠 르 뽀미에를 연 이후 10년 동안 1년 365일 중 이틀만 쉬며 일에 매달렸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만들어져 대형매장의 의무휴일이 지정되기 전에는 대형매장이 문을 열면 빵집도 문을 열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황 대표는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끊임없이 빵을 만들면서도 자기계발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2013년부터 창원 문성대 조리학과, 진주 국제대 조리학과 야간에 다니며 '주경야독'을 했다. 야간대에 다니며 취득한 자격증만 20개다. 그는 "나를 발전시키고, 손님에게 더 맛있는 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남들이 잘 때 3~4시간씩 공부해 바리스타, 일식, 중식, 양식, 채식요리, 로푸드 등의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10년 간 빵을 만든 제빵사도 따기 어렵다는 제과기능장은 도전 두 번 만에 획득했다. 그는 "매일 빵집을 운영하면서 시간을 쪼개 자격증에 도전하면서 모두 한 번에 성공했다. 제과기능장은 처음에는 실패했다. 아들은 '원샷 원킬'에 못 땄다며 웃으며 놀렸다. 고등학생인 아들도 각종 자격증을 7개나 가지고 있다"며 웃었다.
 

▲ 황위성 대표가 제빵실에서 빵을 만들고 있다.
▲ 쁘띠 르 뽀미에 진열된 다양한 빵들.

황 대표가 빵을 만들면, 판매는 부인 신영희(46) 씨 몫이다. 그는 판매사자격증을 가진 빵 판매 전문가다. 신 씨는 판매사 외에 자격증을 7개나 갖고 있다.
 
매장을 찬찬히 둘러보다 케이크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9900원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딸기가 살포시 얹힌 생크림케이크에서 동물케이크까지 모두 9900원이었다. "이 가격에 케이크를 팔아서 이윤이 남느냐"고 물었더니 "맛과 가격 모두 손님을 만족시키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빵 가격이 저렴한 건 1만 원 이상인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는 주부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어떤 손님들은 빵 가격을 보고 '이렇게 싸게 팔아서 운영이 되느냐'라고 걱정한다. 유명한 빵집에 가면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정도로 비싼 빵이 많다. 요즘 같은 경기불황에 맛있는 빵을 저렴한 가격에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처음만난크림치즈', '모카먹은입술', '밤이랑고구마랑'. 다시 매장을 찬찬히 둘러보다 보니 매장에 진열된 빵 이름이 이색적이었다. 빵 이름은 황 대표가 만든다고 한다. 재미있는 빵 이름을 본 손님들이 빵 맛을 궁금하게 여겨 빵을 산다고 한다. 새로운 빵을 만들 때마다 빵 이름을 고민하는 것도 그의 '재미'라고 한다.

▲ 생크림 케이크

물론 빵 맛도 빼어나다. 손님 대부분이 오랜 단골이라는 점에서 맛은 입증된다. 어머니 손을 잡고 장을 보러 따라 다니던 어린이가 고등학생이 돼 찾아오기도 한다. 단골들이 자주 찾는 빵은 '곡물팥빵', '곡물크림치즈브레드', '참치마요네즈브레드'다.
 
황 대표는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싶은 청소년에게는 '참치마요네즈브레드'를 권한다. 참치, 당근, 양파, 마요네즈로 속을 꽉 채운 빵에 우유 한 잔을 더하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느끼할 수도 있는 참치와 마요네즈의 맛을 푹신한 빵이 해결해 준다. 진한 커피 한 잔을 곁들여 간식을 즐기고 싶은 고객일 경우 '곡물크림치즈브레드'를 권한다. 빵 위에 얹힌 고소한 비스켓을 오독오독 씹는 첫 맛에 이어 부드러운 크림치즈가 혀를 감싼다. 쫀득한 식감이 재미있다.
 
'곡물팥빵'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바삭거리는 식감과 달콤한 팥맛이 입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크린베리가 들어 있어 달콤하게 톡톡 터지기도 한다. 코끝에는 시나몬 향이 맴돈다.
 
하루 종일 밀가루 반죽과 씨름하는 황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찾아가는 베이커리 교육'을 진행해 시민들에게 빵 만드는 방법을 알려 줄 참이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데 그가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며 붙잡는다. "하루가 지난 빵은 김해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있답니다. 김해의 빵집들이 나누는 즐거움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쁘띠 르 뽀미에 /삼문동 35-3 GS슈퍼마켓 장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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