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케이블TV 드라마가 종영된 지 2개월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주위에는 여성들의 이런 탄식이 들려 옵니다. 이 드라마는 마지막회의 순간 최고 시청률이 22.1%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갤럽이 선정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에서 비지상파 부문 1위 작품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이번 칼럼의 제목도 이 드라마 제목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각종 소품과 간접광고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드라마 속 대사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유행의 이면에는 탄탄한 스토리와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있었을 것입니다. 불멸의 삶을 끝내줄 인간 신부가 필요한 주인공 도깨비는 나이를 900세도 더 먹었으면서 여전히 꽃미남이고, 사랑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속도 없이 좋아하는' 철부지 재력가입니다. 한 마디로 온갖 매력의 집합체인 도깨비의 속성을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할 수 있죠.
 
철 지난 드라마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하냐고요? 이 드라마에서 표현된 주인공 도깨비와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최근 우리 사회, 아니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인구집단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혼자 사는 사람들입니다. '1인 가구' 혹은 '나 홀로 세대'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실지 모르겠네요. 묘하게도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들은 가족관계가 없거나 생략되어 있고, 대부분 나 홀로 살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대 사회학과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자신의 책 <고잉 솔로-싱글턴이 온다>에서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을 '싱글턴(Singleton)'이라고 부르면서, 이들이 대세를 이루는 '싱글턴 사회'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1인 가구는 고령화와 더불어 가장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현대사회의 현상 중 하나입니다. 스웨덴에서는 전체 가구의 47%가 1인 가구입니다. 노르웨이와 독일에서도 40% 수준이고, 그 뒤를 이어 프랑스가 34%, 일본이 31% 정도 됩니다.
 
한국에서도 1인 가구는 인구통계학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새로운 현상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약 511만 가구로, 전체의 27.2%를 차지해 네 가구당 1가구꼴로 혼자 살고 있다고 합니다. <김해뉴스> 독자들은 우리 지역의 사정도 궁금하실 테니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김해의 전체 가구 수는 18만 6657가구 정도 됩니다. 이 가운데 1인 가구는 약 23%인 4만 3279가구입니다. 인구 수로는 전체의 8.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해의 특성상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기숙사나 원룸·투룸 같은 1인용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청년층과 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하면 1인 가구 비율은 훨씬 높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의 변화 추이를 보면, 김해의 1인 가구 비율은 1990년 10%, 2000년 13%, 2010년 20%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인 가구를 연령별로 보면 40대 20.7%, 30대 19.8%, 50대 19.5% 순으로 많고, 65세 이상 독거노인 비율도 19.3% 정도 됩니다. 이런 통계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젊은 층이나 노인층에만 국한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왜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사정은 좀 다른 면이 있는 걸까요? 이들의 캐릭터는 찬란한 싱글일까요, 쓸쓸한 독거일까요? 제가 이들을 '독(獨)깨비'라고 이름 붙인 이유와 이들의 수상한 정체는 다음 칼럼에서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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