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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바닥난 이웃 반찬통 다시 가득 채워 드릴게요■ 국제와이즈멘 김해클럽 ‘봄 김장 나누기 행사’
  • 수정 2017.03.22 09:59
  • 게재 2017.03.22 09:52
  • 호수 315
  • 13면
  • 조나리 기자(nari@gimhaenews.co.kr)
   
▲ 국제와이즈멘 김해클럽 회원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눌 봄 김장 김치를 열심히 담그고 있다.


국제와이즈멘 김해클럽 ‘봄 김장’ 행사
남녀 회원 힘 모아 하루 종일 650포기

따뜻한 격려 한 마디에 모두 웃음꽃
돼지고기·두부 새참에 피로는 싹~

장애인복지시설 두 곳에 나눠 전달
‘김치 보릿고개’ 소외 이웃에 큰 힘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바닥날 무렵인 이른 봄,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 배를 곯아야 했던 시기를 '보릿고개'라고 불렀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이제 보릿고개가 옛날 일이지만, 매일 밥과 반찬을 고민하는 불우이웃에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년 늦가을에 담근 김장김치가 다 떨어져 식탁이 텅 비는 봄철이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김치 보릿고개'다.
 
지난 16일 오전 9시 봉황동 김해YMCA 주차장이 시끌벅적했다. 국제와이즈멘 김해클럽이 '봄 김장 나누기 행사'를 열고 있었다. 김해클럽은 10여 년 전부터 김장나누기 행사를 해 오다가 3년 전부터는 김치 보릿고개를 겪는 이웃들을 위해 봄에 김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이 행사에는 와이즈'멘'뿐 아니라 여성 회원인 '메넷'도 함께 참여했다. 국제와이즈멘 부울경지구 김상채 총재, 허성곤 김해시장의 부인인 김옥연 여사 등도 일손을 보탰다.
 
행사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역시 힘을 써야 할 '멘'들이었다. 이들은 김장김치를 버무릴 탁자와 봄 햇살을 가릴 천막을 설치했다. 일자로 길쭉하게 놓은 탁자 위에는 위생용 비닐이 가지런히 깔렸다. 김장 재료를 실은 냉동탑차가 행사장에 도착하자, 남성 회원들은 바빠졌다. 절임배추는 한 상자에 10~15㎏, 양념은 한 통에 10㎏ 정도 무게다. 재료를 내리는 남성 회원들의 입에서 "읏차!" 하는 기합이 절로 나왔다.
 

   
▲ 국제와이즈멘 김해클럽 남성 회원들이 절임배추를 옮기고 있다.
   
▲ 장갑을 낀 회원들이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9시 30분, 회원들은 4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김치 양념이 옷에 묻는 것을 막기 위해 일회용 비옷, 위생 모자 등 '작업복'을 갈아 입었다. 김치를 버무리는 역할을 맡은 '메넷'들은 비옷 단추가 등으로 가도록 거꾸로 입었다. 이들은 "단추가 앞에 있으면 양념이 묻기 쉽다. 뒤로 입는 것은 수 년간의 김장 봉사에서 익힌 경험"이라며 웃었다.
 
봄 김장 담그기는 다들 나눠 맡은 역할에 따라 차근히 진행됐다. 김장 탁자 양쪽에는 여성들이 쭉 서고, 남성들은 탁자 위에 절인 배추와 양념을 올렸다. 탁자 양 끝에는 버무린 김치를 봉지에 담고 포장하는 역할을 맡은 회원들이 서 있었다.
 
남성 회원들이 테이블 위에 양념통을 거꾸로 쏟아 부으면, 여성 회원들은 오른손으로 양념을 한 주먹 쥔 뒤 왼손으로 배추를 한 잎 한 잎 들어 꼼꼼하게 발랐다. 하얀 절임배추는 금세 맛깔스러운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국제와이즈멘 수로클럽 회원이기도 한 하성자(더불어민주당) 김해시의회 의원 가선거구(생림·상동면, 북부동) 예비후보는 "종갓집 맏며느리라서 김장 담그기는 자신 있다. 배추 잎 양쪽에 양념을 다 묻히지 않고 한 쪽에만 묻히면 저절로 양쪽 다 양념이 골고루 배게 된다"고 설명했다.
 
7년째 김장 나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춘화(45) 씨는 "매년 시댁에서 함께 김장을 담근 뒤 일부를 집에 가져가 먹는다. 집에서 먹기 위한 김장보다 나누기 위해 김장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몸은 힘들지만 해마다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 새참시간에 김치를 맛보는 회원들.

김장을 시작하고 1시간여가 지났을 무렵, 잠시 쉬어가는 새참 시간이 됐다. 음식은 삶은 돼지고기였다. 김장김치와 함께 먹을 뜨끈한 두부도 등장했다. 회원들은 직접 담근 김치를 손으로 쭉 찢어 수육, 두부에 올려 맛을 봤다. 여기저기서 "음~ 맛있네" 하는 시식평이 나왔다. 이들은 서로에게 김치를 먹여주며 격려했다. 새참 시간답게 막걸리도 등장했다. 회원들은 종이컵에 막걸리를 따르고 '남은 김장을 위해 건배'를 하며 목을 축였다.
 
새참 시간 후 행사장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흰색 비옷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꼭 의사인줄 알겠네요", "김장 때마다 정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봉사하시네요", "대단하시네요" 등 서로를 향한 칭찬도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힘든 김장 담그기에도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여성 회원들 사이에서 두툼한 손으로 김치를 버무리던 남성 회원 김석주(55) 씨가 눈에 띄었다. 다른 회원들보다 손이 큰데다 양념을 무치는 솜씨도 어설퍼(?) 손만 보더라도 그를 찾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옆에 있던 여성 회원들이 그를 부지런히 가르쳤다. "손에 양념을 묻힌 다음에 배추를 한 장씩 들어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리듯 발라야 해요." 속도가 금세 붙을 리는 없었지만 '선배들'의 가르침에 따라 곧잘 김치를 버무리자, "내가 가르친 제자 중에 가장 잘 한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김 씨는 "태어나서 처음 김장을 담가 본다. 그냥 보기에는 쉬워 보였는데 양념을 다루는 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김치에 이렇게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줄 몰랐다"며 웃어 보였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아이고~ 허리야" 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많이 힘드냐"는 질문에는 웃음을 지으며 다시 힘을 냈다. 김미애(45) 씨는 "다음부터는 허리에 복대를 하고 김장을 하러 와야겠다. 몸은 힘들지만 좋은 일을 해서 마음은 너무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 김장김치가 2포기씩 담긴 상자가 가득 쌓여 있다.

김장을 시작한 지 2시간 20분쯤 지나자 끝이 없을 것이 쌓여 있던 절임배추 650포기가 바닥을 드러냈다. 그 자리에는 맛있게 버무려진 김장김치 2포기씩이 담긴 상자가 가득히 쌓였다. 상자에는 '사랑의 봄김장 나누기 행사'라는 스티커가 곱게 붙었다. 회원들의 얼굴에는 '영광의 자국'인 김장 양념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마침내 김장 담그기 작업이 모두 끝났다. 회원들은 박수를 치며 수고한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했다. 2시간여 만에 '작업복'을 벗은 이들은 요리조리 허리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지친 기색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이들은 김해YMCA 1층 카페 '티모르'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김장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담근 김장김치 650포기는 장애인복지시설인 '우리들의집', '장애인을사랑하는모임'에 전달됐다. 행사를 진행한 국제와이즈멘 김해클럽 심영호 회장은 "겨울 김장철에는 다들 김장 봉사를 많이 한다. 김해클럽도 겨울에 김장 나눔을 하다 봄에 김치가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의 사정을 알고 봄김장 나눔 행사로 바꾸게 됐다. 작은 봉사지만 힘을 모아 이웃들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 김장 나눔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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