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새 봉순이(사진 오른쪽)와 동생 울산이가 주남저수지 인근 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주남저수지

 
 

동생과 함께 주남저수지 체류
봉하마을 갈등 서식여건 악화
친환경논·무논 줄어 복귀 꺼려
쓰레기 투기, 연밭 조성도 문제



지난 18일은 일본 도요오카 시에서 방생한 황새 '봉순이'가 김해에 온 지 3년째 되는 날이었다. 봉순이는 전국을 떠돌아다니다 매년 3월이 되면 화포천에 돌아와 일정기간 살다 다시 다른 지역으로 날아가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봉순이가 올해는 김해에 돌아오지 않고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 머물고 있다. 진영 봉하마을의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둘러싼 갈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지주들이 논에 제초제를 뿌리고, 흙을 쌓으면서 봉순이의 서식공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봉순이는 앞으로 영영 화포천을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남저수지 측은 최근 "주남저수지에서 황새 '봉순이'와 '울산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수컷 황새 울산이는 도요오카에서 태어난 봉순이의 남동생이다. 봉순이는 2012년, 울산이는 2014년에 태어났다. 울산이는 2015년 7월 15일 울산 태화강에서 처음 발견돼 '울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주남저수지에서 황새 두 마리가 동시에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주남저수지 김태좌 생태전문가는 "황새는 미꾸라지 등 비슷한 먹이를 먹는 노랑부리저어새를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황새에게는 인적이 드물고 미꾸라지, 드렁허리 같은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친환경논이 최적의 서식지다. 지난달 말 미꾸라지 200㎏을 주남저수지에 풀었다. 주남저수지는 최근 AI 조류독감으로 방문객 출입을 통제하면서 인적이 적고, 인근 논에서 먹이활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곳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봉순이는 한국에 처음 왔던 2014년 이후 매년 3월이면 화포천을 찾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간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화포천을 찾지 않고 화포천에서 약 16㎞ 떨어진 주남저수지에 머물고 있다. 봉순이는 지난해 10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사라졌고, 같은 달 말 경남 하동에서 발견됐다. 이후 봉순이는 충남 서산 천수만 일대에서 지냈다. 지난달 말 경남 함안에서 포착된 후에는 주남저수지, 마산 봉암갯벌 등을 오가며 살고 있다.
 
생태전문가들은 봉순이가 화포천을 찾지 않는 원인으로 봉순이의 서식지였던 봉하마을 등에서 친환경논과 무논(겨울에 물을 대어 놓는 논)이 줄어든 점을 지적한다. 여기에 쓰레기 무단투기, 인근 연밭 조성 등 화포천 일대의 환경파괴도 문제점으로 손꼽는다.
 
지난해 봉하마을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둘러싼 갈등 이후 지주 10여 명은 지난해 8월 논에 제초제를 뿌렸다. 11월부터는 농지 약 3만㎡에 굴삭기로 흙을 쌓아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포천 인근 봉하마을 농지에서는 지금도 덤프트럭들이 오가며 흙을 나르고 있다. 봉하마을 지주들은 또 지난해부터 '생물다양성관리계약'에 참여하지 않아 봉순이의 서식공간도 줄었다.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은 김해시와 농가가 보리 재배, 벼 미수확분 및 볏짚 존치, 무논 유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맺어 철새에게 먹이와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생물보전활동이다. 시는 2013년부터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시의 계약 현황에 따르면, 2015년 화포천 일대 계약농가는 39곳에 면적은 28만 6000㎡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농가 30곳, 면적 26만 5000㎡로 2015년보다 면적이 1만 9000㎡(7.3%) 줄었다.
 
시 친환경생태과 관계자는 "농업진흥지역 해제 갈등 때문에 봉하마을 농가들은 계약을 신청했다가 취소했다. 지난해에는 한림면 퇴은마을의 퇴래뜰 농가들만 계약을 맺었다"면서 "시에서 계약농가를 늘리고 싶어도 강제적으로 맡길 수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화포천 일대는 쓰레기 무단투기, 연밭 조성 등으로 날이 갈수록 생태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화포천 곳곳에는 지난해 태풍 차바 때 상류 진례면에서부터 떠내려 온 플라스틱통, 비료포대 등 각종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인근에는 약 3만㎡에 이르는 연밭이 조성됐다. 연밭에서는 굴삭기로 연근을 꺼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시가 하천법 위반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밭 조성 농민에게 계고장을 보냈지만, 연근 채취는 중단되지 않고 있다. 연밭과 화포천 사이의 거리는 30m도 되지 않는다.
 
환경단체 <자연과사람들>의 곽승국 대표는 "연밭 인근 화포천은 봉순이가 찾아와 쉬던 곳이었다. 황새는 사람들의 활동에 민감하다. 굴삭기를 동원해 매일 연근을 캐면 봉순이가 어떻게 오겠는가. 반복되는 연근 채취 때문에 봉순이 외에 화포천에 머물던 기러기 등 겨울 철새들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화포천 일대 친환경논과 무논이 줄어들어 환경이 파괴되면 이제 화포천에서 봉순이를 영영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좌 생태전문가는 "무논은 새들이 안정적으로 먹이를 찾고 쉴 수 있는 장소다. 화포천은 부산 을숙도와 창원 주남저수지를 오가는 철새에게 중요한 기착점이다. 화포천 일대 환경을 되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새들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시야가 넓게 확보된 곳에 서식한다. 무논은 새들에게 최적의 서식 환경이다. 봉순이가 2014년 이후 매년 화포천을 찾았던 이유는 친환경논과 무논 등 서식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서둘러 화포천 일대 무논 조성 등 서식지 확보, 환경 보전활동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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