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언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무국장.

집 앞 공원에는 노란색 산수유 꽃이 피어 있고, 벚꽃도 피어 있고, 빨간색 동백도 피어 있다. 바야흐로 봄이다.
 
사람마다 봄을 느끼는 감성이 다르겠지만,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터라 센터 복도가 한국말이 아닌 여러 나라의 말들로 왁자지껄하면 봄이 왔구나, 싶다. 이민자들의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 조용해야 할 복도에 아기 울음소리, 아기신발 뿍뿍이소리가 들리면 한 해가 시작되는구나, 싶다. 겨우내 주차장에 서 있던 '지구촌어린이 이동도서관' 모닝자동차가 진영, 장유, 안동 등 센터에서 먼 곳에 있는 이민자를 찾아가면, 그들도 봄을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안타까운 일은 외동 김해여객터미널에 있는 다문화센터에서 멀리 떨어진 진영, 장유, 안동 등에 사는 이민자들, 특히 임신 중이거나 아직 어린이집을 이용하기에는 어린 영아를 둔 이민자들은 센터를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집을 나서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말도 배우고 싶고, 고국 출신 친구도 만나서 겨우내 쌓인 묵은 감정을 털고 싶지만, 아기 젖병도 챙기고 기저귀도 챙기고 물티슈도 챙기고 나면 아기 가방도 한 보따리다. 내 몸도 챙기고 공부할 가방도 챙겨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니 공부하러 갈 마음이 쓰윽 없어진다. 이들을 위해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교육이 있지만, 이들로서는 자기나라 말로 수다를 떠는 것만한 힐링이 없으니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다.
 
2017년 봄, 김해시와 다문화센터는 결혼이민자의 이런 아쉬움을 달래는 노력을 시작하려 한다. '찾아가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권역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업이 그것이다. 김해를 4개 권역으로 나눠 이민자들이 찾아가기 쉬운 안동문화의집, 장유1동사무소, 진영한빛도서관, 동상동주민자치센터 등에서 '찾아가는 다문화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다문화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이민자들에게 호응이 높았던 프로그램을 4개 지역에서 매달 1회 이상 운영해 한국에서의 삶이 수월해지도록 돕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각 권역에 사는 이민자들이 겪는 생활상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4월부터 '욕구조사'를 통해 묻고자 한다. 김해는 결혼이민자가 2615명(행정자치부, 2015년 기준)으로 경남에서 두 번째로 많다. 그렇지만 이민자들이 김해에서 살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욕구를 김해시 차원에서 한 번도 제대로 조사한 바가 없다.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조사문항을 그림으로 대체하거나 이민자들이 자주 접하는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등 2개월 동안 꼼꼼히 준비했다. 욕구조사의 결과는 6월께 나올 예정이다.
 
다문화센터 운영은 10년에 이르렀다. 이는 이민자의 자녀들이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진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이민자들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에는 한국의 학교생활에 경험이 없어서 두려워한다. 막상 학교생활을 알고 난 뒤에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두려워한다. 고민이 깊어도 당장 무엇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뒤처지는 심정이다. 답답함만 늘어난다. 집 가까운 곳에서 말이 통하는 자국 출신 이민자와 자국 언어로 진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답답함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찾아가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다문화가족지원 사업을 이용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이민자를 찾아가 돕고자 한다. 그 어려움이 크든 작든 옆에서 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김해가 낯선 곳이 아니라 친정같이 느껴질 것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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