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섭 인제대 교수.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이유의 핵심은 최순실이라는 개인이 마음대로 국가권력을 휘두르도록 허용함으로써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였고, 헌법 위반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이지 않으므로 계속 대통령직에 있을 경우 그 피해가 계속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헌재의 파면 결정은 대통령이 저지렀다는 10여 가지의 형사법적 위반에 대한 판단과 그에 따른 처벌을 다루지 않는다. 말 그대로 대통령직에서의 파면 여부만을 결정하였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더 이상의 박 전 대통령 수사나 그에 따른 처벌은 국민화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현직 대통령의 기소를 제한하는 헌법규정이 있다. 이제 민간인 신분이 돼 기소 방어벽이 사라진 지금, 박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동안 저질렀던 형사법적 위반사항의 기소는 당연히 이루어지고, 죄의 유무가 밝혀져야 한다. 그런 후에야 일부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국민대통합'을 위한 조치를 생각해 봐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에 시종일관 무죄를 주장해왔다. 파면 후에는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죄의 유무도 밝히지 않은 채 기소를 중지하거나 재판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잘잘못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것이다. 사회가 정상의 길로 나아가는 이정표를 세우지도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하여 도움이 될 교훈을 얻을 때까지 보강수사와 기소, 그리고 재판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진실은 밝혀진다'는 사회적 기풍이 세워져야 한다. 박 전 대통령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에 산적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의 출발점이다.
 
최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 문명고 학부모들이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낸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유일한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학교가 국정교과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문명고교 학부모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두고 경북도교육청 측은 "학교운영위 심의 등 교내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문명고를 연구학교로 지정했기 때문에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학부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집행정지결정을 내렸다.
 
문명고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하여야 할 산적한 문제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JTBC가 방송하고 있는 '내 집이 나타났다'는 프로그램이 있다. 집이 필요한 소외계층에 집을 지어주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비평이 많으며, 다양한 시각이 담겨 있다. 하지만 국가가 담당하여야 할 국민의 주거문제를 한 방송사의 PD가 프로그램 속에서나마 걱정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사회문제를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앞장서서 해결하려는 자구노력을 보이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국가가 이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은 기능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당면문제다.
 
과거 범죄를 저지른 권력자나 재벌총수를 사면하면서 기업의 효율적 운영이나 화합을 통한 사회적 효율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이로 인해 생겨난 '유전무죄, 유권무죄'라는 사회현상은 법치를 흔드는 사회적 문제였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효율성이라는 가치를 위해 우리는 자유와 평등, 복지 등과 같은 민주사회의 또 다른 가치를 포기하도록 강요받았다. 우리는 강요에 쉽게 굴복했고, '시키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문화에 젖어 있었다.
 
이제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정의, 자유, 평등, 복지 등 다양한 가치들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을 기준으로 정치 상황이 변하고 있다. 이것으로 당면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온 사회가 정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일 뿐이다. 기대해 보자. 이제 시작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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