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냥이제빵소의 김정진 대표가 인기메뉴인 '딸기케이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2년 전 창업, 손님들 사이 입소문 타고
좋은 재료 사용하는 ‘착한 빵집’으로 유명

두 번 숙성한 식빵 그냥 먹어도 맛있고
주문해야  맛 볼 수 있을 만큼 케이크 인기

“건강한 빵 저렴하게 먹는 환경 만들고
어릴적 꿈처럼 이웃과 나누며 살고 싶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밥 대신 간편하게 끼니를 때울 때 흔히 식빵을 찾는다. 대개 빵에 햄, 치즈, 야채를 얹어 샌드위치, 토스트 등을 만들어 먹는다. 각종 잼을 발라 먹기도 한다. 최근 김해의 한 빵집이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냥 먹어도 맛있는 식빵을 내놓았다. 개점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맛을 본 손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별난 빵집, 착한 빵집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별냥이제빵소'는 외동 우암로31번길 1-1에 있다. 2015년 11월 처음 가게가 문을 열었을 땐 찾는 이가 별로 없었다. 김정진(33) 대표는 "가게가 너무 외진 곳에 있어 매출이 고작 3만 원인 날도 있었다. 곧 망할 거라고 혀를 끌끌 차는 동네주민도 있었다. 간판에 그려진 고양이 그림과 별냥이란 이름에 동물병원인 줄 알았다는 고객도 많았다"며 웃었다.
 
33㎡ 남짓한 가게 안에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 차 있었다. 비닐 옷을 입은 빵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쌀식빵', '크림치즈큐브', '아몬드식빵', '호두가득호떡빵', '밤식빵' 등 진열된 식빵 종류만 해도 13가지다. 그 중 가장 인기가 있는 빵은 단연 '쌀 식빵'이다.
 
김 대표는 "이름 그대로 쌀로 만든 빵이다. 두 번 반죽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한다. 처음 반죽한 후 하루 동안 숙성을 시키고 다음날 본 반죽을 한다. 이렇게 하면 더욱 쫄깃하고 고소한 식빵을 만들 수 있다. 부드러운 식감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침 매장을 찾은 한 손님이 망설임 없이 쌀 식빵 하나를 집어 들었다. 가끔 들른다는 송은자(33) 씨다. 그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빵집을 알게 됐다. 직접 먹어 보니 쌀 식빵이 제일 담백하고 맛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없어서 못 살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유난히 봉사활동을 좋아했던 김 대표는 우연히 TV 프로그램을 보고 제빵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빵집 사장이 주말에 빵을 만들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을 봤다.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대학입시 때 부모가 나 몰래 4년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원서를 넣었다. 이미 학비도 납입한 상태였다. 이모를 찾아가 제발 엄마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제과제빵을 선택할 수 있었다"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김 대표는 수원여대 제과제빵과를 졸업했다. 이후 3년간 신라명과에서 근무했고, 8년 동안 신라호텔의 카페 '아티제'에서 빵을 만들었다. 그 때 같은 건물에 근무하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지금은 6, 7세 두 자녀의 엄마가 됐다. 수 년 전 남편이 김해의 회사로 이직하면서 이사를 했고, 그도 자연스레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육아에만 전념하다 보니 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자녀들에게 건강한 빵을 먹이고 싶었다. 그래서 가게를 열게 됐다.
 
매장에는 식빵 외에도 건강한 재료로 만든 빵이 가득하다. 100% 국산 찹쌀로 만든 '호두찰떡빵'과 100% 국내산 흑미빵 '흑미카스테라', 100% 동물성 생크림을 재료로 한 '화이트크림빵' 등이 있다. 부드러운 초콜릿 맛인 '마블파운드'와 달콤한 머랭, 각종 쿠키는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제품들이다.
 
인기메뉴를 골라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고객이 가게에 들어왔다. 바쁜 듯 서두르며 며칠 전 예약한 케이크를 찾았다. 자녀의 두 돌을 맞아 케이크를 주문했다는 박광원(31) 씨였다. 그는 "딸기케이크를 골랐다.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다.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의 크림케이크과는 맛이 많이 달랐다. 담백하고 물리지 않았다. 아이도 잘 먹어 어린이집 생일잔치에 가져가려고 준비했다"며 상자를 들고 가게를 나섰다.
 
좋은 재료로 만든 케이크는 주문을 해야 겨우 맛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친환경 계란과 유기농 밀가루, 유기농 설탕, 우유, 버터만 써서 케이크를 만든다. 딸기 케이크와 화이트 생크림 케이크, 초코 쉬폰, 모카 쉬폰 등 네 가지 종류만 생산한다. 이 가운데 딸기 케이크 주문이 가장 많다.
 

▲ 별냥이제빵소의 진열대에 화이트크림빵, 스콘, 마들렌, 쿠키, 머랭 등이 놓여 있다.

'별냥이제빵소'에서 판매하는 모든 빵은 김 대표가 직접 만든다. 새벽 1시에 일어나 반죽을 시작하면 오전 5시에 빵이 나온다. 그 때부터 빵을 팔기 시작한다. 오후 5시가 되면 거의 다 팔려 영업이 끝난다. 오후 9시~오전 1시 고작 4시간 정도 눈을 붙이는 게 수면의 전부다.
 
김 대표는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다. 당시 네 살이던 둘째 아이가 어떻게 아는지 오전 1시만 되면 일어나서 울었다. 엄마가 없으니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원래는 오후 7시에 문을 닫았는데 지금은 2시간 일찍 끝낸다. 아이들과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서다"라며 워킹맘의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처음에는 밥도 못 먹고 일했다.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의 분량이 아쉬웠다. 시간이 지나니 속이 아팠다. 이러다 몸 버리겠다 싶어서 지금은 점심을 챙겨 먹으려고 애를 쓴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힘이 들 때마다 더 열심히 더 좋은 빵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며 힘을 낸다고 한다. 그는 "좋은 재료를 쓰니 비용은 두세 배 더 들어가지만 빵값은 그렇게 받지 않으니 수입이 많지 않다. 돈을 보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첨가제를 넣지 않고, 당일 생산해서 당일 판매하기 때문에 몸에 좋고 속도 편하다. 당 성분도 많이 포함되지 않아 어린이들이나 질병이 있는 사람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며 자랑했다.
 
김 대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빵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식물성과 동물성 크림 중 좋은 것을 고르라고 하면 다들 식물성 크림을 고른다. 사실 빵에 쓰이는 식물성 크림이라고 하면 대부분 팜유다. 팜유는 몸에 좋지 않다. 우유 크림은 좋지만 동물성 크림이다. 그런 것들을 알려 주고 싶다. 어떤 빵이 건강빵인지, 좋은 재료로 만든 빵이 왜 좋은지…"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건강한 빵을 지금보다 저렴하게 사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한다. 그는 "더 여유가 생기면 어릴 적 꿈처럼 이웃과 나누며 살고 싶다. 지금은 첫 손님이 구입한 금액을 손님이름으로 기부하는 '첫 손님 가게'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패기 넘치는 '젊은 대표'의 포부를 밝혔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별냥이제빵소 / 외동 우암로31번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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